김문기가 해청을 놓아줄 것을 건의했으나 윤허하지 아니하다
사간원 좌헌납(左獻納) 김문기(金文起)가 아뢰기를,
"근일에 창덕궁(昌德宮) 서쪽에 있는 예전의 이조(吏曹)를 수리하여, 장차 해청(海靑)을 길러서 더위를 피하게 한다고 합니다. 신이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해청을 잡아 기르는 것은 본래 진헌을 위한 것인데, 이제는 이미 이를 정지하였고, 또 흉년으로 비용을 절약하는 때를 당하여 하나의 새를 위해서 집을 영선 수리하는 것은, 근심하고 두려워하고, 덕을 닦고 반성하는 뜻이 아니오니, 비옵건대, 해청을 놓아 버리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승지들에게 이르기를,
"간관의 말이 옳다. 그러나 해청을 기르는 것이 오늘에 시작한 것이 아니니, 또한 모두 진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성품이 사냥하기를 좋아하지 아니하여, 비록 강무하는 때를 당하여도 활과 화살을 갖지 아니하고, 음악·여자·개·말·화초 등의 물건도 또한 좋아하지 않으나, 다만 이 해청은 준일(俊逸)하고 불범(不凡)하여 보통 매와 달라서, 놓는 데도 말달리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보는 데도 눈의 시력을 피로하게 하지 않아서, 나의 말타고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뜻에 꼭 맞는다. 그러므로 일찍이 길러서 하나의 놀이거리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가지고 놀되 자신이 팔뚝에 받아 본 적은 없다. 근자에 가문의 재앙으로 인하여 매양 스스로 반성하여, 지난 가을부터 금년 봄까지 한 번도 교외에 나가지 않았으니, 내가 어찌 이것을 아껴서 머물러 기르겠는가. 지금 큰 재앙을 당하였으니 화복(禍福)을 알 수 없으나, 혹시 안전하다면 나이도 늙지 않았고, 또한 선도 배우지 않았으니 반드시 사냥하는 일을 할 터인데, 지금 곧 놓아버리고 뒤에 다시 구하면 불가한 일이 아닌가. 또 그 기르는 데에 베[布] 한 자나 쌀 한 말도 들지 않으니, 또한 경비에도 손실이 없을 것이다. 사리를 아는 대신이 혹은 권하기도 하고 혹은 금하기도 하였지마는, 오늘의 말과 같이 간절한 것은 있지 않았다. 이것은 반드시 밖에 비방(誹謗)이 많은 것이니, 내가 대단히 부끄럽다. 언관이 만일 ‘매라면 모두 버려야 한다. ’고 말한다면 가하지마는, 어찌 유독 해청만 불가하다고 하는가. 기르는 것이 다른 매와 다르지 않은데 지금 가리켜 불가하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신하로서도 오히려 매를 기르는 사람이 많은데, 임금만은 새 한 마리도 기를 수 없는가. 경들의 뜻에는 어떠한가. 경들도 역시 불가하다고 말하면, 내가 응방(鷹坊)을 파하겠다."
하였다. 승지들이 아뢰기를,
"간관의 말이 잘못입니다. 대체를 알지 못하여 그 말이 오활(迂闊)하니 책할 것도 없습니다. 임금이 이것을 기르는 것이 불가하다 하면 장차 무엇을 가지고 노시겠습니까. 기르더라도 해로울 것이 없습니다."
하니, 이에 임금이 문기에게 하교하기를,
"말한 것이 진실로 옳으니, 내가 아름답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해청을 기르는 것이 이제부터도 아니요, 특히 진헌 때문도 아니다. 그 기르는 것이 베 한 자나 쌀 한 말의 비용도 들지 않으니, 만일 매라는 것은 모두 길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면 가하지마는, 유독 해청을 지적하여 불가하다고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또 이 물건을 불가하다고 하면 마땅히 선법(禪法)을 구하여야 하겠는가. 만일 선을 배우지 않는다면 이 물건으로 하루의 희롱거리를 삼는 것이 가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문기가 아뢰기를,
"해청은 진귀한 새이고 특이한 산물이니 원래 길러서는 안 되고, 다른 무익한 물건들도 기를 것이 아닙니다. 또 이미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 말씀하셨으니, 그렇다면 이 같은 쓸데없는 물건을 어찌 기를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먹는 물건도 또한 말할 만한 것이 못됩니다. 또 신이 매를 모두 버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해청은 잡는 데에 상을 주어야 하고, 기르는 데는 땅을 택하여야 되므로 다른 매와 다르오니,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끝내 기를 것이 못된다고 여겨집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이 물건은 우리 지경에서 많이 산출되는 것이니, 진귀한 새와 기이한 구경거리로서 앵무새나 공작새 같은 비교가 아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76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4책 5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과학-생물(生物) / 과학-천기(天氣) / 군사-병법(兵法) / 재정-진상(進上)
○庚午/司諫院左獻納金文起啓曰: "近日修昌德宮西古吏曹, 將坐養海靑以避暑氣。 臣竊謂捕養海靑, 本爲進獻, 而今已停之, 又當凶荒省費之時, 爲一禽營修屋宇, 恐非憂懼修省之意, 乞令放之。" 上謂承旨等曰: "諫官所言是矣。 然坐養海靑, 非始於今日, 亦非皆爲進獻。 予性不喜遊畋, 雖當講武, 不御弓矢, 至於聲色犬馬花卉等物, 亦所不喜, 但此物俊逸不凡, 異於常鷹, 放之不資馬馳, 觀之不勞目力, 甚合予不好馳驅之意, 故嘗養之, 以資一遊之戲耳。 然未嘗戲玩, 不自臂之也。 近因旱荒之災, 每自修省, 自去秋至今春, 絶不出郊, 予豈愛此而留養乎? 今當大災, 未知禍福, 倘或安全, 年旣不老, 又不學禪, 必爲遊畋之事矣。 今卽放之, 而後復求之, 無乃不可乎? 且其養之, 不費尺布斗米, 亦無損於經費也。 識理大臣或勸焉, 或禁焉, 未有如今日之言之切者, 是必外多譏誚也, 予甚愧焉。 言官若曰鷹皆可去則可也, 何獨以海靑爲不可乎? 養之不異他鷹, 今乃指爲不可, 未知何謂? 人臣尙且多養鷹隼者, 人君獨不可蓄一禽乎? 卿等之意以爲何如? 卿等亦曰不可, 則予當罷鷹坊矣。" 承旨等曰: "諫官之言過矣。 不知大體, 其言迂闊, 不足責也。 以爲人君畜此不可, 則將何以爲一豫之資乎! 雖畜之無傷。" 於是, 上敎文起曰: "所言誠是, 予乃嘉納。 然養海靑, 非自今也, 非特進獻也。 其所畜養, 固無尺布斗米之費, 若曰鷹隼等物, 皆不可畜, 則可矣, 獨指海靑爲不可, 何也? 且以此物爲不可, 則當求禪法乎? 若不學禪, 則以此物資一日之戲, 無乃可乎?" 文起啓曰: "海靑乃珍禽異産, 固不可畜, 他無益之物, 亦不可養。 且旣曰不喜玩, 則如此無用之物, 何必畜之? 其所食之物, 亦不足言也。 且臣非以爲悉去鷹隼也, 但海靑, 捕有其賞, 養擇其地, 異於他鷹, 臣愚以爲終不可畜也。" 上曰: "此物多産我境, 非珍禽奇玩如鸚鵡孔雀比也。"
- 【태백산사고본】 24책 76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4책 5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과학-생물(生物) / 과학-천기(天氣) / 군사-병법(兵法) / 재정-진상(進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