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덕(李明德)을 중추원 부사(中樞院副使)로, 윤사로(尹師路)를 영천군(鈴川君)으로, 김을신(金乙辛)을 동지중추원사(同知中樞院事)로, 배인(裵寅)을 좌헌납(左獻納)으로, 이겸지(李謙之)를 우헌납(右獻納)으로, 이은(李垠)을 경주 부윤(慶州府尹)으로, 홍사석(洪師錫)을 판여연도호부사(判閭延都護府事)로 삼았다. 이 앞서 도승지 신인손(辛引孫)이 의논을 올리기를,

"함길도의 회령부(會寧府)와 평안도의 여연부(閭延府)는 지경이 야인의 땅에 인접해 있어 실로 우리 나라의 북쪽 관문이요, 도적들의 왕래하는 요충(要衝)으로서 모두 중요한 진지(鎭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하오나, 회령(會寧)은 지경 안에 방어하는 곳이 많지 아니하옵고, 저들 적군이 들어오는 길도 또한 적사온데, 국가에서는 오히려 진(鎭)을 설치하고 중신(重臣)에게 맡겨 절제사(節制使)를 두고, 또 판관(判官)까지 두어 부관(副官)을 삼게 하였으니, 위엄으로 진압하고 편안하게 위무하는 방법이 지극하였습니다. 여연(閭延)은 경내(境內)가 동쪽과 서쪽은 심히 넓어서, 저들 적군이 쳐들어오는 길이 한 곳이 아니므로 방어하기가 심히 어렵습니다. 만약 중신(重臣)이 아니면 진압하여 복종케 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군(郡)을 승격시켜 부(府)로 만드는 것은 장차 중신에게 제수하여 제어(制禦)케 하려는 것인데, 오히려 관질(官秩)이 낮고 나이가 젊으며, 일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으로써 부사(副使)를 삼으며, 장수가 이미 질이 낮은데 또 토인(土人)으로써 각 요지(要地)의 천호(千戶)를 차정하니, 편비(偏裨)까지 역시 미천한 사람이온즉, 그 변경을 진무(鎭撫)하는 방책이 허술합니다. 지난번에 김윤수(金允壽)의 일은 족히 거울삼을 만합니다. 원컨대, 이제부터는 여연부(閭延府)도 회령(會寧)의 예(例)에 따라서 2품 이상의 위엄과 명망이 있는 중신(重臣)을 뽑아 절제사로 삼는 외에, 또 혹은 소윤(少尹)을 두든지, 혹은 판관(判官)을 두던지 하여 큰 진영(鎭營)으로 삼되, 이내 부사(府使) 이종효(李宗孝)를 소윤(少尹)으로 삼고, 각 요지의 천호(千戶)는 근신하고 용맹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임명하고, 소윤과 판관으로 하여금 돌아다니면서 검찰하여 위엄으로써 저들 적군의 마음을 굴복하게 한다면, 수비는 반드시 튼튼하게 되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게 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이 말로써 대신에게 의논하게 하니, 영의정 황희(黃喜) 등이 아뢰기를,

"마땅히 2품 이상의 관원을 보내고, 또 판관(判官)을 두게 하소서."

하므로, 즉시 이조에 내리어 홍사석(洪師錫)을 판여연도호부사(判閭延都護府事)로 삼고, 이종효(李宗孝)를 그대로 여연 등처(閭延等處) 동첨절제사(同僉節制使) 겸 여연 도호부판관(閭延都護府判官)으로 삼게 하였다. 4품으로 판관(判官)을 삼은 일은 그전의 예(例)로는 없었던 까닭으로 동첨절제사(同僉節制使)의 직함(職銜)을 임시로 설치한 것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74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4책 28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군사-군정(軍政) / 군사-관방(關防)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