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로 인해 술과 주선을 감하게 하다
임금이 약(藥)으로 먹으려고 술을 올리라 명하니, 승정원에서 아뢰기를,
"지금 천기가 순조롭지 못한 때에, 여러 달을 경과하도록 술을 올리지 못하게 하시와 병이 나실까 두렵사오니, 이제부터 아침마다 술을 드시어 성후(聖候)의 조화를 기하옵시기 원하옵니다. 또 예로부터 제왕이 가뭄을 우려하여 감선(減膳)하였다 하옵는데, 그 감선한다는 것은 시선(時膳)을 올리지 않는 것이 아니오라 그 품수(品數)를 감한다는 것입니다. 방금 이미 각도로 하여금 모든 선(膳)을 진상하지 말도록 하셨사오나 주선(晝膳)094) 과 같은 것은 때에 진어(進御)하옵시는 음식[時食]이오니 의당 다시 올리도록 하셔야 하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만약 기운이 좋지 않다면 마땅히 술을 올리게 하여 조화시켜 자보(自保)할 것이지, 어찌 경들의 청을 기다리겠는가. 다만 지금 질병이 없는데 이 극한(極旱)을 당하여 어찌 감히 술을 올리게 하겠는가. 또 내가 하룻 동안에 선(膳)을 올려 받는 것이 네 차례나 되니 이것만 해도 족한 것이다. 내 어찌 요량하지 않고 주선(晝膳)을 감하라 명하였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73권 3장 A면【국편영인본】 4책 2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식생활-주부식(主副食) / 식생활-주류(酒類) / 과학-천기(天氣)
- [註 094]주선(晝膳) : 점심.
○上以服藥命進酒, 承政院啓曰: "今天氣不順之時, 累經旬朔, 不令進酒, 恐致違和。 願自今每朝進酒, 以調聖候。 且自古帝王憂旱減膳, 所謂減膳, 非謂不進時膳, 減其品數也。 方今旣令各道勿進諸膳, 至如晝膳, 乃時食, 宜令復進。" 上曰: "若有氣體不調, 則當進酒調保, 何待卿等之請? 但時無病恙, 當此旱極, 何敢進酒? 且予嘗於一日之內, 進膳者四, 是亦足矣, 予豈不量而命減晝膳哉?"
- 【태백산사고본】 23책 73권 3장 A면【국편영인본】 4책 2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식생활-주부식(主副食) / 식생활-주류(酒類)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