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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72권, 세종 18년 6월 10일 을사 1번째기사 1436년 명 정통(正統) 1년

흥천사 탑전 수리에 대한 안지의 상언

집현전 부제학 안지(安止) 등이 상서하기를,

"엎디어 듣자옵건대, 이달 초9일에 전하께서 근신(近臣)과 중관(中官)에게 명하여 흥천사에 가 보게 하시고, 장차 철거시켜 새로 짓는다 하오니, 신 등은 몹시 놀람을 이기지 못하와 감히 어리석은 말씀을 올리나이다. 신 등이 그윽이 생각하건대, 불씨(佛氏)의 인연지설(因緣之說)은 우리 전하께옵서 전통적인 학문으로 밝게 비추어 보신 바로써 진실로 환히 그 허탄하고 망령됨을 아실 것이오매, 어찌 털끝만치라도 숭상하는 마음이 계시겠습니까마는, 단지 이 탑(塔)은 거룩하신 태조께서 창건하신 바이므로,차마 그 기울어짐을 볼 수가 없어 수축(修築)하고자 하시오니, 더욱 전하께서 조종을 높이시려는 극진한 마음을 볼 수 있사옵니다. 그러나, 부도(浮屠)072) 의 설(說)의 해독[蠧害]은 이미 오래 되었고, 하민(下民)들의 마음이 혹신하기는 쉽되 깨치기 어렵습니다. 요즈음 나는 벌레가 탑 위에 모인 것을 가지고 승도들이 망령되게 서기(瑞氣)라고 가리키어, 사녀(士女)들이 갑자기 모여들어서 이마가 땅에 닿도록 몸을 굽혀 절하고, 우러러 받들어 시주[捨施]하여 형편이 마치 달리는 파도와 같았습니다. 또 나는 벌레가 흥복사(興福寺) 지붕에 모이자, 도성 안에서 거의가 우러러 예배하는 것이 전과 같아서, 잡아서 보기까지 하여 그것이 다 벌레인 것을 알았으나, 그래도 서기(瑞氣)라고 가리켜서 귀와 눈으로 듣고 보아도 오히려 혹신한 것을 풀지 못하였는데, 하물며 친히 보고 듣지 못한 자들이겠습니까. 또 이제 성상께서 가뭄을 걱정하시어 두루 여러 귀신에게 제사하시고, 이 탑에 제사한 것도 당초에 숭배하고 믿어서 한 것이 아니오라, 역시 신이라면 거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에서이온데, 하늘이 비를 내린 것은 곧 전하께서 몸을 기울여 행동을 닦아서 지극히 정성을 드린 감동이오니, 어찌 저 고골(枯骨)이 능히 이룬 바이겠습니까. 하물며, 신에게 제사하고 비를 빈 것은 실로 한 곳만이 아니온데, 비를 얻게 된 것이 중들에게만 당하게 되겠습니까. 신 등은 그윽이 의혹되오니, 이런 기회를 당해서 갑자기 이 탑을 새롭게 하게 되면, 무지한 백성들이 필시 전하께서 서기(瑞氣)로 인하여 하신 일이라 하여, 전해 가면서 서로 선동하여 그 말을 보탤 것이니, 불교가 날개를 활짝 편 것처럼 형세가 굳세게 되는 것이 실로 여기에서 근거될 것입니다. 근년 이래로 수재와 한재가 잇달아 백성이 기근(飢饉)에 시달리고 있사옵니다. 이제 또한 가뭄이 심해서 냇물이 마르고 지진이 일어나매, 밤낮으로 진념(軫念)하시와 쓸데없는 비용을 감생하시고, 영선을 정지하고 파하시니, 경중(京中)과 외방(外方)의 신민(臣民)들이 모두 다 기뻐하여, 전하의 하늘을 두려워하시고 백성들에게 힘쓰시는 공효를 생각하옵는데, 이제 급하지도 않은 역사를 일으키시니 신 등이 더욱 괴이하게 여기나이다. 신 등이 또 듣자오니, 근자에 회암사(檜巖寺)의 중들이 전우(殿宇)를 더 세우고, 새로 불상(佛像)을 만들어서 불사(佛事)를 확장하는 것이 보통 때보다 배나 된다 하오며, 이 일뿐만 아니라, 경성 안의 인왕동(仁王洞) 나한당(羅漢堂)은 귀천을 가릴 것 없이 잇달아 왕래하여, 오히려 뒤떨어질세라 다투어서 나아가되, 금하고 막는 자가 없다고 하니, 대개 경도(京都)는 사방의 표적이 되며, 전하는 만세의 모범이어야 할 것이옵니다. 지금 이 역사를 하게 된다면 사방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서 공경하고 믿을 뿐 아니라, 퇴폐한 절과 무너진 탑이 모두 다시 새로워져서, 역시 후세의 자손으로 하여금 이를 빙자해서 더욱 숭봉(崇奉)하게 할 것이오니, 물결이 흐르듯 바람이 휩쓸듯 그 폐단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신 등은 그윽이 국사(國史)에 이를 기록하게 되면 후세에 어떻게 여길까 염려되옵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옛날의 잘 다스려지고 어지러웠던 자취를 보시고 사특한 것과 바른 것의 소장(消長)의 기틀을 살피시와, 슬기로운 판단을 돌리시어 이 명령을 중지하게 하시고 어리석은 백성들의 혹신하는 것을 풀게 하사 장래의 폐단을 막게 하소서."

하니, 승정원에 명하기를,

"사리각(舍利閣)이 해가 오래 되어 기울어져서 위태하니, 조종께서 창설한 바라 차마 모르는 체 경솔하게 버릴 수 없는 것이며, 또 넘어지면 인명을 상할까 걱정되므로, 선공감(繕工監)에게 명하여 철거할 기계를 준비하라 했더니, 이제 집현전에서 글을 올려 내가 탑전을 중수한다고 하니, 어디서 중수한다는 말을 들었는가. 또 기우(祈雨)한 뒤에 중들에게 상을 주는 일은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며, 또 비를 내리게 한 것이 어찌 중들의 기우(祈雨)한 소치이겠느냐. 신을 받들지 않은 것이 없는데, 중을 모아 기우하여 최후에 내린 비가 마침 그 때에 당했으므로, 상을 주어서 비가 내린 것을 기뻐하는 뜻을 보였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탑전(塔殿)에 서기가 있고 흥복사 지붕에도 서기가 있다. ’고 하여, 숭배하고 믿는 자가 여럿이므로, 내가 승지에게 명하여 환관과 함께 가서 이를 보도록 하고, 그것이 거짓임을 분변하여 백성들의 의심을 풀게 했으니, 내 어찌 숭신(崇信)하여 그리하였겠느냐. 인왕동에 새로 세운 나한당은 내가 당초에 알지 못했으나, 지금 당장 철거하도록 명령했고, 이어서 말하기를, ‘국사에 기록하게 되면 후세에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하였으나, 이러한 술수(術數)는 모두 내가 한 바가 아니니, 곧 뜬소문과 농하는 글을 올려서 국사에 기록하게 하는 것이 옳겠는가. 집현전으로 하여금 나의 이 뜻을 알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72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81면
  •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건설(建設) / 과학-천기(天氣)

○乙巳/集賢殿副提學安止等上言曰:

伏聞今六月初九日, 殿下命近臣及中官, 往觀興天寺, 將撤而新之, 臣等不勝驚駭, 敢陳瞽言。 臣等竊惟佛氏因緣之說, 在我殿下緝熙之學, 明睿所照, 固已灼知其誕妄, 安有一毫崇信之心哉? 第以是塔, 乃聖祖所創, 不忍視其傾圮, 思欲修創, 尤見殿下尊祖之盛心, 無所不用其極也。 然浮屠之說, 蠧害已久, 下民之心, 易惑難曉。 近者飛蟲聚於塔上, 僧徒妄指爲瑞氣, 士女(盆)〔坌〕 集, 稽顙爛臂, 瞻奉捨施, 勢若奔波。 尋又飛蟲聚於興福寺屋上, 傾都瞻禮如前, 至捕而觀之, 皆知其爲蟲也, 尙指以爲瑞氣。 以耳目之所覩記, 猶難解惑, 況未親接於見聞者乎? 且今聖上憂旱, 遍祀群神, 而禱雨於是塔者, 初非崇信, 亦靡神不擧之意也。 天之降雨, 乃殿下側身修行至誠所感, 豈彼枯骨所能致也? 況祀神禱雨, 固非一所, 而得雨之賞, 偏及於僧徒, 臣等私竊惑焉。 當此幾會, 遽新斯塔, 則無知之民, 必將謂殿下因瑞氣得雨而爲之, 轉相扇動, 以侈其說。 釋氏之鴟張, 實基於此矣。 比年以來, 水旱相仍, 民罹飢饉, 今又旱甚, 川渴地震, 宵旰軫慮, 裁省冗費, 停罷營繕, 中外臣民, 擧皆欣欣, 想望殿下畏天勤民之効, 而乃欲興不急之役, 臣等尤竊怪焉。 臣等又聞近者檜巖寺僧增創殿宇, 新造佛像, 開張佛事, 有倍往昔。 非(持)〔特〕 此事, 京城內仁王洞 羅漢堂, 無貴無賤, 絡繹往來, 猶恐後時, 莫有禁遏之者。 夫京都, 四方之表, 殿下萬歲之範, 今擧是役, 則不惟四方之人爭先敬信, 而廢寺頹塔, 悉復爲新, 亦使後世子孫, 必藉此而益崇奉之, 波流風靡, 其弊殆有不可勝言者矣。 臣等竊恐國史書之, 則後世將以爲何如也。 伏望殿下監往昔治亂之跡, 察邪正消長之機, 廓回睿斷, 特寢斯命, 以解愚民之惑, 以杜將來之弊。

命承政院曰: "舍利閣, 年久傾危, 祖宗所創, 不忍恝然輕棄, 又恐頹毁, 致傷人命, 故命繕工監, 使備撤去器械。 今集賢殿上書, 以予欲重創塔殿, 何所聞而有是重創之言乎? 且祈雨之後, 賞給僧徒, 非始今日。 且其雨雨, 豈僧徒祈雨之所致? 靡神不擧, 而聚僧祈雨, 最後其雨, 適當其時, 故賞之以示喜雨之意耳。 人曰: ‘塔殿有瑞氣, 興福寺屋上, 亦有瑞氣, 崇信者衆。’ 予命承旨, 與宦官往觀之, 以辨其僞, 以釋民疑。 予豈崇信而然也? 仁王洞新構羅漢堂, 則予初不知, 卽今已令撤去, 乃曰: ‘國史書之, 則後世將以爲何如?’ 此數者, 皆我所不爲, 乃游辭弄文上書, 俾國史書之可乎? 令集賢殿知予此意。"


  • 【태백산사고본】 23책 72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81면
  •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건설(建設)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