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사서를 시험 과목으로 하자는 허조의 상언
상참을 받고 정사를 보았다. 판중추원사 허조(許稠)가 아뢰기를,
"사서(四書)는 의리의 연원이요, 초학(初學)의 문호입니다. 이러므로, 성조(聖朝)에서는 생원시(生員試)와 문과(文科)에 모두 사서 의의(四書疑義)를 시험했으니, 그 학문을 권장하는 뜻이 간절했습니다. 그러나, 학자들은 사서 의의를 여타(餘他)의 일로 여겨, 사서를 읽지 아니하고 장옥(場屋)에서까지 만약 1인이 먼저 제술(製述)하면, 혹 5, 6인에서 10여 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로 그대로 따라 하고, 다만 몇 글자만 고쳐서 쓰게 되니, 시관(試官) 된 사람도 사서 의의를 옳고 그른 것은 살피지 아니하고 오로지 경의의 좋고 나쁜 것으로써 시험해 뽑으므로, 요행히 시험에 함격한 사람이 있게 되니, 이러므로, 독실하게 공부한 선비가 있음을 듣지 못했습니다. 신은 원컨대, 고시(考試)할 즈음에는 먼저 사서 의의의 옳고 그른 것으로써 그 거취(去就)를 정한 후에 경의의 좋고 나쁜 것으로써 그 고하(高下)를 정한다면, 학자들이 경의(經義)와 의의(疑義)를 한쪽만을 버릴 수 없음을 알고 학업에 근실할 것입니다."
하매, 임금이 우부승지 김돈(金墩)과 동부승지 권채(權採) 등에게 명하여 집현전 당상(集賢殿堂上)과 함께 의논하여 그 폐단을 개혁하게 하고, 이내 교지를 내리기를,
"지금 과거(科擧)는 책을 금하는 영이 이미 엄중한데도 과거보는 사람이 제배(儕輩)의 저술한 것을 다투어 써서 초집(抄集)이라 일컫고, 심한 사람은 의복 안에 쓰기도 하니, 그 심술이 심히 비루하다."
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71권 9장 B면【국편영인본】 3책 667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왕실-의식(儀式)
○庚午/受常參, 視事。 判中樞院事許稠啓曰: "四書, 義理之淵源, 初學之門戶也。 是以聖朝於生員試及文科, 竝試四書疑, 其勸學之意切矣。 然學者以四書疑, 爲餘事, 不讀四書, 至於場屋, 若一人先製, 則或五六人至於十餘人, 皆相蹈襲, 但改數字而書之, 爲試官者不察四書疑之是非, 專以經義之善惡試取, 僥倖中試者有之, 是以未聞有篤學之士。 臣願考試之際, 先以四書疑之是非, 定其去就, 然後以經義之善惡, 定其高下, 則學者知義疑, 不可偏廢而勤業矣。" 上命右副承旨金墩、同副承旨權採等, 與集賢殿堂上, 議革其弊, 仍敎曰: "今科擧禁冊之令已嚴, 而擧子爭寫儕輩所述, 稱爲抄集, 甚者書於衣服裏面, 其心術, 甚爲卑陋。"
- 【태백산사고본】 22책 71권 9장 B면【국편영인본】 3책 667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