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현전 대제학 이맹균 등이 시학을 진흥시킬 조건을 아뢰다
집현전 대제학(大提學) 이맹균(李孟畇) 등이 아뢰기를,
"삼가 원전(元典)의 문과 정식(文科程式)을 상고하옵건대, 향관(鄕館) 회시(會試)의 중장(中場)에 표(表)·논(論)·고부(古賦) 중에서 두 문제를 내고, 생원시(生員試)에는 의(疑)·의(義) 각 하나씩을 내어, 행하여 온 지 40년이 되었으니 경술(經術)의 권면하는 방법이 갖추어졌으나, 오직 시학(詩學)만이 전혀 폐하여져서 대소 문사들이 시법을 알지 못하오니, 일신(一身)의 재주가 온전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국가에서 씀에도 결함이 있사오니 말기(末技)라고 하여 전폐할 것이 아닙니다. 신 등이 삼가 원전을 참작하여 시학을 진흥시킬 조건을 아래에 전개하여 갖추나이다.
1. 시학은 청소년 시절에 공부하여야 하는 것이니 마땅히 전조(前朝)의 진사과(進士科)를 회복하여 부(賦) 한 문제와 배율십운시(排律十韻詩) 한 문제를 내어 각각 50인을 뽑고, 방방(放放)과 인리(人吏)의 면향(免鄕)과 범죄한 사람에게 수속(收贖)하는 것 등의 일은 한결같이 생원(生員)의 예(例)에 의하고, 관(館)에 있을 때에는 생원(生員)의 아래에 앉게 할 것.
1. 진사시는 문과 식년(式年)을 취하여 쓰고, 시골과 한성(漢城)의 액수(額數)는 생원(生員)의 예에 의하고, 생원시와 진사시를 한곳으로 모아서 과장(科場)을 열어서, 먼저 진사를 시험하고 하루나 이틀을 격하여 생원을 시험하되, 진사가 생원시에 응하는 것은 들어 주고, 생원과 나이 25세가 지난 자는 진사시에 응하는 것을 허가하지 말 것.
1. 진사시는 예조(禮曹)와 집현전(集賢殿)에서 주장하게 하고, 이름을 기록하는 것은 3관에서 주장하게 할 것.
1. 문과의 중장에서는 부(賦)와 배율십운시(排律十韻詩) 중에서 한 문제를 내어 논(論)에 대신할 것.
1. 성균관(成均館) 생원은 경학(經學)을 익히는 여가에 겸하여 초사(楚辭), 문선(文選), 이백(李白)·두보(杜甫)·한유(韓愈)·유종원(柳宗元)·구양수(歐陽修)·왕안석(王安石)·소식(蘇軾)·황정견(黃庭堅) 등 역대 제가(諸家)의 시(詩)를 익히게 하여 춘추(春秋)로 의정부·육조의 도시(都試)에 혹 시(詩)를 짓게 하고, 사부 학당(四部學堂)과 외방(外方)의 향교(鄕校)에서도 또한 이에 의하여 강습(講習)하고, 아울러 서도(書徒)의 이름을 기록하여 매양 도회(都會)를 당할 때마다 또한 고강(考講)을 가할 것.
1. 춘·추등(春秋等)으로 문신(文臣)의 중직(仲直)098) 이하가 시를 짓는 데에 응하는 자도 역시 겸하여 이백·두보·한유·유종원 등의 시를 익히게 하고, 예문관(藝文館)으로 하여금 그들이 읽은 권수(卷數)를 조사해서, 시를 지어 차서를 정할 때에 아울러 기록하여 아뢰게 할 것.
1. 집현전 직제학(直提學) 이하가 읽은 서책(書冊)을, 당상(堂上)이 열흘마다 고찰(考察)을 가하여 읽은 것의 많고 적음을 월말에 아뢰게 할 것.
1. 서연관(書筵官)은 비록 직책이 보도(輔導)에 있으나, 자기가 시를 배우는 것이 손해될 것이 없사오니 집현전의 예에 의하여 시를 배워서 시를 짓게 하고, 빈객(賓客)이 고찰하여 매 월말에 아뢰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강경(講經)을 폐지한 이래로 학생들이 경학(經學)은 힘쓰지 않고 전혀 사장(詞章)만 익히오니, 그 폐단이 대단합니다. 지금 집현전이 또 시(詩)·부(賦)로써 선비를 뽑을 것을 청하였으므로, 명하여 상정소에 내려 의논하니, 황희(黃喜)·허성(許誠) 등이 의논하기를,
"사장(詞章)으로 가르침을 삼을 수 없사오니 재청(再請)은 불가합니다."
하매, 임금이 이에 집현전의 말을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68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39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어문학-문학(文學) / 역사-고사(故事) / 왕실-경연(經筵)
- [註 098]중직(仲直) : 종3품 문관(文官)의 품계.
○丙寅/集賢殿大提學李孟畇等啓: "謹按《元典》文科程式, 鄕館會試中場, 出表論古賦中二題, 生員試疑義各一道, 行之四十年于玆, 其勸勉經術之方備矣。 獨詩學專廢, 大小文士不知詩法, 非惟一身之藝不全, 抑亦有闕於國家之用, 不可以末技偏廢。 臣等謹參酌《元典》詩學興行條件, 開具于後。 一。 詩學當及妙年, 宜復前朝進士科, 出賦一題、排律十韻詩一題, 各取五十人放牓。 及人吏免鄕、犯罪收贖等事, 一依生員例, 其居館坐於生員之下。 一。 進士試取, 用文科式年, 其鄕漢城額數依生員例, 兩試會一處開場, 先試進士, 隔一兩日試生員。 進士赴生員試者聽, 生員及年過二十五歲者, 不許赴進士試。 一。 進士試, 令禮曹集賢殿主之, 錄名則三館主之。 一。 文科中場, 以賦及排律十韻詩中一題代論。 一。 成均館生員經學餘暇, 兼習《楚辭》、《文選》、李ㆍ杜ㆍ韓ㆍ柳ㆍ歐ㆍ王ㆍ蘇ㆍ黃等歷代諸家詩、《春秋》。 議政府六曹都試, 或令賦詩, 四部學堂及外方鄕校, 亦依此講習, 幷錄書徒, 每當都會, 亦加考講。 一。 春秋等文臣中直以下應賦詩者, 亦令兼習李、杜、韓、柳等詩, 令藝文館考其所讀卷數, 賦詩科次時, 幷錄啓聞。 一。 集賢殿直提學以下所讀書冊, 堂上每旬, 幷加考察所讀多少, 月季啓聞。 一。 書筵官雖職在輔導, 然自己學詩, 固爲無損。 依集賢殿例學詩賦詩, 賓客考察, 每月季啓聞。" 從之。 自廢講經以來, 學生不務經學, 專習詞章, 其弊至矣。 今集賢殿又請以詩賦取士。 命下詳定所議之, 黃喜、許誠等議云: "不可以詞章爲敎。" 再請不可, 上乃從集賢殿之言。
- 【태백산사고본】 22책 68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39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어문학-문학(文學) / 역사-고사(故事) / 왕실-경연(經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