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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68권, 세종 17년 6월 16일 병진 5번째기사 1435년 명 선덕(宣德) 10년

함길도 도절제사가 접전할 때의 진법을 아뢰다

처음에 함길도 절제사에게 전지(傳旨)하기를,

"지금 아뢴 진도(陣圖)가 지세(地勢)와 저들 적(敵)의 장기(長技)를 생각하여 포치(布置)하고 제작한 것이나, 그러나 오오(五伍)의 법은 고금의 병법(兵法)에서 중하게 여기는 것이니, 싸울 때를 당하여 한 사람이 급하게 되면 네 사람이 구원하고, 두 사람이 급하게 되면 세 사람이 구원하는 것이다. 조운진(鳥雲陣)은 산천이 험하고 좁아서 열(列)을 이룰 수 없는 곳에서 쓰는 것이므로, 그 항오(行伍)를 성기게 하여 흩어져서 적을 막게 되어, 사람들이 각자가 싸움을 하되 거의 그 항오를 잃지 아니하고 각각 그 맡은 바 임무를 되풀이하여, 조금도 파진(破陣)되거나 군사를 잃을 근심이 없다. 지금 만일 세 사람으로 항오를 삼는다면 결진(結陣)하고 행진(行陳)할 때에도 세 사람으로 항오를 짓는가. 결진(結陣)과 행진(行陣) 때에는 다섯 사람으로 항오를 짓고, 접전할 때에는 세 사람으로 항오를 지으면, 항오를 잃고 제자리를 이탈하게 되어 통제(統制)가 없을 것 같다. 또 이것은 접전할 때의 진법이니 결진하는 법과 접전할 때의 진법(陣法)을 도순검사(都巡檢使)와 함께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었는데, 이때에 이르러 아뢰기를,

"대개 전투하는 군사는 각각 장기(長技)가 있사오니, 저쪽이 장처(長處)로 하거든 우리는 마땅히 저쪽의 단처(短處)를 써서 공격하여야 제어해서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궁시는 야인의 장기이온데 궁시(弓矢)만을 가지고 응전(應戰)하기 때문에, 야인과 싸우면 크게 이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야인이 진(陣)을 배치하는 것이 새가 흩어지고 구름이 가듯이 하여 항오를 이루지 않으므로, 저쪽이 많고 우리쪽이 적으면 에워싸기를 힘쓰고, 저쪽이 적고 우리쪽이 많으면 형상을 감추어 퇴각하여 나무에 의지하고 돌에 붙어서 강한 활을 다투어 쏘는데, 우리 군사는 벌처럼 뭉치고 개미처럼 모이어 적의 화살을 맞게 되어 사람과 말이 많이 상하니, 이것은 병법에서 꺼리는 바입니다. 결진과 행진을 모두 진설(陣說)에 의하고, 적을 만났을 때에는 중익(中翼)이 각(角)을 한 번 불고 청·백의 두 휘(麾)가 앞을 가리키고 북이 울리면 좌·우익이 옆에서 나와 그 대오를 성기게 하여 구름이 피어오르고, 새가 흩어지듯이 하고, 서기를 기러기가 가는 듯이 하여 좌우로 벌리어 형세가 포위하는 것 같이 하고, 다섯 사람이 항오가 되어 한 사람은 방패를 가지고 칼을 차며, 한 사람은 궁시를 차고 창을 가지며, 세 사람은 궁시를 차고 칼을 가지고, 만일 걸으면서 전투하게 되면 한 사람이 네 사람의 말을 지키는데, 주장(主將)이 말 지키는 사람을 적당히 더합니다. 매양 3대(隊)마다의 사이에 화통(火㷁) 부대를 두되, 역시 다섯 사람으로 항오를 만들어서 방패를 가진 한 사람은 칼을 차고, 화통을 가진 네 사람은 칼을 차며, 말을 지키는 사람은 위에서와 같이 합니다. 적이 만일 흩어져 서서 나무와 돌에 의지하여 싸우거든, 각(角)을 한 번 불고, 휘(麾)를 잠깐 눕혔다가 잠깐 일으키고, 북이 울리면, 방패를 가진 사람이 말에서 내리고, 활과 창을 가진 네 사람이 또한 말에서 내려 방패 뒤에 있습니다. 북이 급히 울리면 방패를 가진 사람이 빨리 달려 앞으로 나아가고, 뒤에 있는 세 사람도 역시 빨리 달려 앞으로 나아갑니다. 말을 지키는 한 사람을 제외하고 다만 세 사람이 활과 창을 번갈아 쓰면 나무 와 돌에 의지하여 굳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적이 패하여 달아나거든 좌우가 일제히 앞으로 나아가서 급히 치되, 적이 만일 말을 타고 달아나거든 우리도 또한 말을 타고 쫓으며, 쇠[金]소리를 들으면 그치고, 북과 각이 다시 울리면 앞으로 나아가서 다시 싸우되, 무릇 중익(中翼)의 고각(鼓角) 소리와 기휘(旗麾)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익이 응하며, 싸울 때마다 반드시 기병이 있어 뜻하지 않은 때에 나와서, 혹은 앞에서 요격하고, 혹은 뒤를 끊고, 혹은 좌우를 공격하여, 기정(奇正)072) 이 상생(相生)하고 기각(掎角)073) 이 상제(相濟)하여 항상 병졸은 장수의 뜻을 알고, 장수는 병졸의 뜻을 알아서 투입하는 대로 가기를 손이 손가락을 부리듯 하면, 사람들이 각자가 싸움을 할 것이되, 요(要)는 주장이 상시(常時)에 훈련하는 데에 달려 있습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68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3책 636면
  • 【분류】
    외교-야(野) / 군사-병법(兵法)

  • [註 072]
    기정(奇正) : 기병(奇兵) 정병(正兵).
  • [註 073]
    기각(掎角) : 전후(前後)가 상응(相應)하여 적에게 맞섬.

○初, 傳旨咸吉道都節制使:

今所啓陳圖, 以地勢及彼敵長技, 而布置制作之。 然五伍之法, 古今兵法所重, 當戰時, 一人有急, 四人爲援; 二人有急, 三人爲援。 鳥雲陣則用於山川險隘不得成列之處, 故疏其行伍, 布散禦敵, 人自爲戰, 庶不失其伍, 各復其局, 暫無破陣失卒之虞。 今若以三人爲伍, 則結陣行陣時, 以三爲伍乎? 結陣行陣時以五爲伍, 接戰時以三爲五, 則失伍離次, 似乎無統。 且此則接戰時陣法也。 其結陣之法及接戰時陣法, 與都巡檢使同議以啓。

至是啓曰: "大抵戰鬪之兵, 各有長技。 彼以所長, 我當用彼之短而攻之, 乃能制勝。 弓矢, 野人之長技, 但以弓矢應之, 故凡與野人戰, 未至大捷。 且野人布陣, 鳥散雲行, 不成行伍, 彼衆我寡, 務以圍把; 彼寡我衆, 遁形却退, 依木附石, 競發强弓, 我軍蜂屯蟻聚, 迎中賊矢, 人馬多傷。 此兵法所忌, 結陣行陣, 竝依《陣說》。 及其遇賊, 中翼角一通, 靑白二麾指前, 鼓動則左右翼旁出, 疏其隊伍, 如雲蒸鳥散, 立如雁行, 張其左右, 勢若圍之, 五人爲伍, 一人持防牌帶劍, 一人佩弓矢持槍, 三人佩弓矢持劍。 若步鬪則一人守四人之馬, 主將量加守馬之人, 每三隊間一火㷁, 亦五人爲伍持防牌, 一人帶劍火㷁, 四人帶劍。 守馬之人上同。 賊若散立, 依木石而鬪角, 一通麾乍伏乍起, 鼓動則持防牌者下馬持弓槍, 四人亦下馬在防牌之後。 動急則持防牌者疾走而進, 在後三人, 亦疾走而進, 除守馬一人, 止三人弓槍迭用, 則不得依木石而固, 及其背走, 左右齊進急擊。 賊若騎馬而奔, 我亦騎馬而追之, 聞金則止, 鼓角復動則進而復鬪。 凡中翼鼓角之聲、旗麾之節, 左右翼應之。 每戰須有奇兵, 出其不意, 或邀其前, 或絶其後, 或攻其左右, 奇正相生, 掎角相濟, 常使兵知將意, 將識兵心, 投之而往, 如手使指, 則人自爲戰。 要在主將, 常時鍊習。" 從之。


  • 【태백산사고본】 22책 68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3책 636면
  • 【분류】
    외교-야(野) / 군사-병법(兵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