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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68권, 세종 17년 6월 5일 을사 3번째기사 1435년 명 선덕(宣德) 10년

자식을 죽인 양녀 복향의 처벌 문제를 의논하다

형조에서 아뢰기를,

"평안도의 죄수인 양녀(良女) 복향(卜香)이 간부(奸夫)의 사랑에 빠져서 한 살 된 젖먹이를 떨어뜨려 죽였는데, 유지별감(宥旨別監) 이사증(李師曾)이 일이 인륜에 관계된다 하여 내치지 않았사오니, 당연히 내칠 것을 내치지 않은 사증(師曾)의 죄를 다스리소서."

하니, 임금이 용서하고, 인하여 여러 승지에게 말하기를,

"지난 기해년간에 한 여자가 한 남자를 간통하였는데, 그 일이 발각될까 꺼리어 12세된 아우를 죽인 자가 있었다. 내가 그 여자를 죽이려 하여 태종(太宗)께 아뢰었더니, 태종께서 말씀하시기를, ‘내뜻도 그러하다. ’고 하시었다. 그때에 형조 판서 김점(金漸)과 의정 박은(朴訔)이 모두 말하기를, ‘율(律) 밖의 일로 죽이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고 하였고, 변계량(卞季良)도 역시 말하기를, ‘성인(聖人)이 예(禮)를 제정하는 데 있어서 존장(尊長)으로 중한 것을 삼았고, 율문(律文)도 또한 그러하오니, 지금 형이 그 아우를 죽였는데 살인(殺人)의 예(例)로써 논하는 것은 온당치 못합니다.’ 하였고, 지신사(知申事) 원숙(元肅)은 말하기를, ‘태종조(太宗朝) 때에 어느 집에서 소경이 일 없이 먹기만 하는 자가 있으므로, 그 형이 이를 미워하여 물에 던졌는데, 태종께서 잔인하다 하여 죽이려고 하시니, 유사(有司)가 율문이 없다고 아룀으로 말미암아 태종께서 마지못하여 따르셨습니다. ’고 하였다. 내가 그 말을 듣고 또한 그 여자의 죄를 너그럽게 하여 죽이지 않았으나, 그러나, 내 마음이 지금까지 편안치 못하다. 지금 율문을 상고하니, 자손으로서 교령(敎令)을 어기고 범한 자는 부모나 조부모가 이를 죽이더라도 죄가 죽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는다고 하였으니, 어기고 범한 것이 없는 자손을 죽였다면 살인으로 논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물며, 부형(父兄)으로서 그 자제를 죽인 것은 골육(骨肉)을 잔해(殘害)한 것이니 다른 살인의 비교가 아니 된다. 지금 복향이 어미로서 딸을 죽였으니 대단히 잔인하므로, 너그럽게 용사(容赦)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앞서 율문을 잘못 썼는가 염려되니 마땅히 율문을 다시 상고하여 아뢰라."

하니, 동부승지(同副承旨) 권채(權採)가 아뢰기를,

"후한(後漢) 때에 강도로서 사람을 해한 자가 있었고, 또 부인으로서 자식을 죽인 자가 있었는데, 현장(縣長) 가표(賈彪)가 말하기를, ‘도적이 사람을 해하는 것은 상리(常理)이지마는, 모자(母子)가 서로 해하는 것은 하늘을 거스르고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하고, 드디어 먼저 율문을 살펴보고 그 죄를 다스렸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이 오늘의 일과 합하니 너희들은 오늘의 일을 자세히 들고, 아울러 한대(漢代)의 고사(故事)를 들어서 아뢰라. 내가 장차 대신에게 의논하겠다."

하였다. 조금 뒤에 임금이 다시 율문을 보고 나서 하교하기를,

"딸자식을 죽인 죄는 마땅히 사형을 감하여야 하겠으니 아직 의의(擬議)하는 것을 정지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68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32면
  • 【분류】
    사법(司法) / 윤리(倫理) / 역사-고사(故事)

○刑曹啓: "平安道囚良女卜香溺愛奸夫, 墜殺一歲乳兒, 宥旨, 別監李師曾, 以爲事關人倫不放。 請治師曾當放不放之罪。" 上原之, 仍謂諸承旨曰: "昔己亥年間, 有一婦奸一男, 忌其事覺, 殺其弟年十二者, 予欲殺其婦, 啓太宗, 太宗曰: ‘予意亦然。’ 其時刑曹判書金漸、議政朴訔皆曰: ‘律外事殺之, 未便。’ 卞季良亦曰: ‘聖人制禮, 以尊長爲重, 律文亦然。 今兄殺其弟, 以殺人例論未安。’ 知申事元肅曰: ‘太宗朝, 有一家盲無事而食者, 其兄惡之, 投之於水。 太宗謂其殘忍欲殺之, 有司以無律文啓之, 太宗勉從之。’ 予聞其言, 亦寬其婦罪不殺, 然予心至今未安。 今按律文, 子孫違犯敎令者, 父母祖父母雖殺之, 罪不至死, 則其無違犯子孫殺之, 無乃以殺人論之乎! 況以父兄殺其子弟, 是殘害骨肉, 非他殺人之比也! 今卜香以母殺女, 殘忍甚矣, 似難寬赦。 予恐前此誤用律文, 宜更考律文以啓。" 同副承旨權採啓曰: "後時, 有强盜刦害人者, 又有婦人殺子者, 縣長賈彪曰: ‘賊寇害人, 此則常理, 母子相殘, 逆天違道。’ 遂先案治其罪。" 上曰: "此正合今日之事。 爾等歷擧今日之言, 竝擧代故事以啓, 予將議于大臣。" 旣而上更覽律文, 乃敎曰: "殺女子之罪, 當減死, 姑停擬議。"


  • 【태백산사고본】 22책 68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32면
  • 【분류】
    사법(司法) / 윤리(倫理)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