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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68권, 세종 17년 5월 21일 임진 8번째기사 1435년 명 선덕(宣德) 10년

판군기감사 유한의 화포 관리에 대한 상언

판군기감사(判軍器監事) 유한(柳漢)이 상언(上言)하기를,

"신은 죄수의 자손으로서 특별히 재조(再造)의 은혜를 입어, 조정의 반열에 끼여 여러 번 현질(顯秩)에 옮겼으니, 자신을 반성하오면 알맞지 아니하므로, 아침으로 생각하고 저녁으로 헤아려서 항상 총애하여 맡겨 주신 중책에 부합되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감히 억견(臆見)을 가지고 삼가 적어서 올리나이다.

1. 화포(火砲)는 외모(外侮)를 막는 급무(急務)임으로 가벼이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국가에서 본감(本監)을 설치하여 오로지 그 일을 맡게 하여, 공장(工匠)을 모집하여 전습(傳習)시켜 모두 정통하게 알게 하였으니, 그 제약(製藥)의 정교(精巧)함과 용화(用火)의 묘(妙)가 비록 중국이라 하더라도 나을 수는 없습니다. 대개 물건의 귀한 것은 중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고, 일의 큰 것은 비밀히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전에는 화약을 만드는 공장(工匠)이 그 기술에 정통한 자가 많지 않았는데, 법이 오래 되어 폐단이 생기어 약장(藥匠)의 수효가 전보다 많아져서 현재에 그 업에 종사하는 자가 24인이고, 기간이 만료되어 거관(去官)한 자가 20인이고, 권지 직장(權知直長)이 20여 인이나 되어 모두 그 기술에 정통하였는데, 여항(閭巷)에 섞여 살아서 중외(中外)와 서로 통하여 귀에 익어졌습니다. 하물며 외이(外夷)가 귀화하여 와서 사는 자, 수호(修好)하기 위하여 왕래하는 자가 바다 연변에 가득 차 있사오니, 간사하고 교활한 무리가 상고(商賈)에게 누설할 염려가 없지 않습니다. 방금에는 풍속이 다른 오랑캐들이 의(義)를 사모하여 봉화(烽火)의 경고(警告)를 보지 못하오나, 그러나, 이란(理亂)은 무상한 것이니 혹시라도 불행히 흉하고 추악한 무리가 다시 함부로 날뛰어 변방을 침략하는 일이 있어서, 속산(屬散)되어 있는 약공(藥工)들이 혹시 포로가 되어 생사(生死)에 핍박되어 그 법을 누설하여, 전하여 배우게 되면 저 사람들의 기교(技巧)로 좋은 약을 써서 반드시 며칠이 안 되어 완성될 것이오니, 후일의 근심이 되는 것이 한둘이 아닐 것입니다. 지난번의 안수만(安壽萬)·이기(李奇)의 일이 족히 밝은 증험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국가에서 깊이 그 폐단을 알아서 친히 만드는 법을 세우고 출입을 엄하게 금하였으니, 기미를 막는 방도(方道)가 지극하였으나, 현재 본감(本監)에 근무하고 있는 자는 차치물론(且置沕論)하고 만기가 되어 거관한 자도 관섭(管攝)하는 것이 없이 사방에 왕래하니 실로 온당치 못합니다. 이제부터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약장은 나누어 양번(兩番)으로 만들어서, 우량한 사람 한둘을 뽑아서 그 업무를 오로지 주장하게 하여, 약을 배합하는 기술과 중량을 다는 임무를 모두 손수 하게 하고, 사비(仕備)로 직책을 준 자도 속산(屬散)되기를 기다려서 그대로 급료를 주고 넉넉히 봉족(奉足)을 정하여 주어 권하고 달래어서 본감(本監)에 도로 근무하게 하고, 나이 70이 된 뒤에야 영구히 그 역사를 면제하게 하고, 또 능한 자를 뽑아서 본래의 수효를 보충하고, 그 나머지 약장은 다만 화포의 제작에만 참여하게 하여, 함부로 전수하여 배우는 일이 없게 하면, 10년이 지나지 못하여 늙은 자는 남아 있지 않고, 새 사람은 아는 이가 적어서, 그 법이 저절로 진귀하여지고, 그 전하는 것이 저절로 비밀히 되어, 국가가 오로지 그 이익을 누리게 되고, 서로 통하여 누설할 근심이 없게 될 것입니다.

1. 궁시(弓矢)와 갑주(甲胄)는 적을 방비하는 것이니 늦출 수가 없는 것입니다. 본감은 직책이 군기(軍器)를 맡아서 그 과정(課程)을 엄하게 하여 날로 더하고 달로 증가하여 창고에 저장한 것이 용납할 수 없게까지 되었으니, 군용(軍用)에 있어서는 이미 부족한 근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계의 제작은 다만 견고하고 탄탄한 것만을 요구하고 한갓 많은 것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에 일이 없어 병혁(兵革)을 드물게 쓰기 때문에, 본감에 저장한 것을 쌓아 두고 쓰지 않아서 여러 해를 지나는 동안에 더위와 장마에 녹이 슬고, 벌레와 좀에 상하여 부러지고 터지고 깨져서, 명목은 있으나 실상이 없으니, 경비는 많이 드나 이익이 없고, 공역(工役)은 수고로우나 공효는 없습니다. 원컨대, 지금으로부터 1년간은 묵은 것을 수선하고, 1년간은 새 기계를 창조하여, 이것이 끝나면 다시 되풀이하여 엄밀하게 검사하면, 몇 해가 안 되어 기계가 정(精)하여질 수 있고, 차차 축적하기를 오래 하면 점점 또 많아질 수 있습니다.

1. 염초(焰焇) 굽는 법을 비밀히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사로이 굽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영갑(令甲)에 나타나 있습니다. 이전에 외방에서 염초를 구울 때에는 조관(朝官)을 전위(傳委)하여 보내어 도회소(都會所)로 모아들였고, 제조를 감독하는 자도 두어 사람에 불과하였고, 담을 파고 물을 들어오게 하여 바깥 사람이 출입하지 못하게 하여, 그 법이 어떠한 것을 알지 못하게 하였으니, 조심하고 비밀히 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세 도(道)의 군현(郡縣)에 상공(常貢)으로 정하여 각각 굽는 장소를 두고, 매양 굽는 때를 당하면 아전들을 시켜 감독하고, 촌민(村民)들이 일에 나와서 상·하번(上下番)으로 교대하여, 손으로 그 역사를 하고 눈으로 그 일을 보아서, 한 고을 사람들로서 그 기술을 아는 자가 반이 넘으니, 법을 세우기를 근밀(謹密)하게 하더라도 오래되면 반드시 폐단이 있는 것인데, 하물며 처음에 근밀히 하지 않으면 마침내는 어찌 되겠습니까. 원컨대, 이제부터는 상공(常貢)의 법을 없애고 여러 도로 하여금 경상도(慶尙道)·전라도(全羅道)의 예(例)에 의하여 약공(藥工)을 나누어 보내어 굽는 것을 친히 감독하고, 바깥 사람으로 하여금 전하여 익히지 못하게 하여 병가(兵家)의 재용(財用)을 중하게 하면, 거의 영구히 폐단이 없을 것입니다." 하니, 계본(啓本)을 병조(兵曹)에 내렸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68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30면
  • 【분류】
    군사-군기(軍器) / 신분(身分)

○判軍器監事柳漢上言:

臣縲囚末裔, 特蒙再造之恩, 獲側朝班, 屢遷顯秩, 省躬非稱, 朝思暮揣, 常恐無以副寵任之重, 敢將臆見, 謹錄以聞。 一。 火砲, 禦侮之急務, 不可輕也。 國家爲設本監, 專掌其事, 鳩工傳習, 皆令通曉, 其制藥之精、用火之妙, 雖中國莫能過也。 夫物之貴者, 不可以不重; 事之大者, 不可以不秘。 故在前藥匠, 能通其術者不多。 法久弊生, 藥匠之數, 視古爲加, 時執其業者二十四人, 仕滿去官者二十人, 權知直長二十餘人, 皆通其術, 雜處閭巷, 交通中外, 熟於耳聞。 況外夷之投化來居, 修好往來者, 彌滿海徼, 奸猾之徒, 因行商賈, 不無漏洩之慮。 方今殊俗慕義, 不見烽火之警, 然理亂無常, 設不幸有兇獷之徒, 復肆跳梁, 侵掠邊鄙, 而屬散藥工, 或見俘虜, 迫於生死, 漏洩其法, 俾得傳學, 則以彼之巧, 用其良藥, 必能不日而成, 其爲後日之患, 不可一二計, 曩者安壽萬李奇之事, 足爲明驗。 國家深知其弊, 立親著之法, 嚴出入之禁, 防微之道至矣。 時仕本監者, 姑置勿論, 仕滿去官者, 無所管攝, 往來四方, 實爲未便。 願自今時仕藥匠, 分爲兩番, 擇良者一二人, 專主其業, 合藥之術、稱量之任, 皆使親之, 仕備授職者, 待其屬散, 仍給廩料, 優定奉足, 以加奬誘, 勒令還仕本監, 俟年滿七十, 然後永免其役。 又擇能者, 仍充本數, 其餘藥匠, 但參火砲之作, 毋得濫相傳學, 則不過十年, 老者不存, 新者罕識, 其法自珍, 其傳自秘, 國家專享其利, 而無交通漏洩之患矣。 一。 弓矢甲冑, 所以備敵, 不可緩也。 本監職掌軍器, 嚴其課程, 日益月加, 庫(莊)〔藏〕 至不可容, 其於軍用, 已無不足之憂。 然器械之作, 但要堅緻牢實, 而不以徒多爲貴。 國家無事, 兵革罕用, 本監所藏, 積而不用, 累經歲月, 炎霖所逼, 蟲蠧所傷, 折損綻破, 名存實無, 經費徒多而無益, 工役徒勞而無功。 願自今一年修完舊物, 一年創造新器, 周而復始, 嚴加考覈, 不出數年, 器械可精, 積之之久, 可以轉而又多矣。 一。 焰焇煮法, 不可不秘, 故私煮之禁, 著在令甲。 前此外方煮取之時, 委遣朝官, 聚于都會所, 監造者不過數人, 鑿墻入水, 外人毋得出入, 不知其法之如何, 可謂愼密矣。 今也三道郡縣, 定爲常貢, 各置煮所, 每當煮時, 使人吏監督, 村民趨事, 更番上下, 手執其役, 目覩其事, 一縣之人, 能知其術者過半矣。 作法於謹, 久必有弊, 況始而不謹, 其終何如? 願自今請除常貢之法, 令諸道依慶尙全羅道例, 分遣藥工, 親監煎煮, 勿令外人傳習, 以重兵家之用, 庶幾永久而無弊矣。

啓下兵曹。


  • 【태백산사고본】 22책 68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30면
  • 【분류】
    군사-군기(軍器) / 신분(身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