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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68권, 세종 17년 4월 8일 기유 1번째기사 1435년 명 선덕(宣德) 10년

상참을 받고 정사를 보다

상참(常參)을 받고 정사를 보았다.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조정(朝廷)에서 처녀(處女) 종비(從婢)와 집찬(執饌) 창가비(娼歌婢)를 돌려보냈는데, 만일 표문을 받들어 사은(謝恩)한다면 선제(先帝)의 잘못이 드러나니, 회주(回奏)만 하는 것이 어떠한가."

하니, 판중추원사(判中樞院事) 허조(許稠)가 아뢰기를,

"성상의 말씀이 윤당(允當)합니다."

하고, 가 인하여 아뢰기를,

"지금 승문원(承文院) 관원으로서 글자를 쓰는 자가 해정(楷正)027) 하지가 못하니 좋은 체(體)를 보지 못한 때문입니다. 좋은 체는 진(晉)나라 글씨 같은 것이 없사오니, 원컨대, 구하여 본받게 하소서."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글씨 쓰는 것에 대하여는 일찍이 유의하지 않았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모두 설암(雪菴)의 체를 숭상하는데 조금 기이하고 특별하기는 하지마는, 체를 얻지 못하면 마침내는 글자 모양이 대단히 누(陋)하게 되니, 진나라 글자 같은 것이 없다. 내가 장차 구하여 주겠다."

하였다. 또 아뢰기를,

"주 문공(朱文公)《근사록(近思錄)》《사서(四書)》·《소학》과 서로 표리가 되오니 큰 글자로 모방 인쇄하여 예람(睿覽)에 대비하시고, 또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장차 그대로 하겠다."

하였다. 또 아뢰기를,

"《집성소학(集成小學)》이 일용(日用)에 긴절한 글인데 배우는 자들이 얻지 못하여 애를 쓰고 있으니, 원컨대, 혜민국(惠民局)의 약을 파는 예에 의하여 혹은 종이, 혹은 쌀·콩을 알맞게 주어 밑천을 삼게 하고, 한 관원과 한 공장으로 하여금 그 일을 맡게 하여 만여 본(本)을 찍어 내어 팔아서, 본전은 관(官)에 도로 바치게 하소서. 이렇게 하면 그 이익이 끝이 없고, 배우는 자는 도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일찍이 《사기(史記)》를 읽어 보매, ‘나누어 주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지마는, 파는 것은 잘못이라. ’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경의 말이 참으로 좋으니 내가 장차 행하겠다."

하고, 곧 도승지 신인손(辛引孫)에게 명하기를,

"한결같이 조(稠)의 말과 같이 하되, 《소학》뿐 아니라 무릇 주자소(鑄字所)에 있는 책판(冊板)을 모두 찍어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68권 2장 B면【국편영인본】 3책 622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외교-명(明) / 출판-서책(書冊)

  • [註 027]
    해정(楷正) : 글자의 획이 바름.

○己酉/受常參, 視事。 上曰: "今朝廷發還處女從婢及執饌唱歌等婢, 若奉表謝恩, 則先帝之失著矣, 但回奏如何?" 判中樞院事許稠啓曰: "上敎允當。" 仍啓曰: "今承文院官寫字者, 不楷正, 良由未見好體也。 好體莫如字, 願求之, 使得取法。" 上曰: "予於書字, 曾不留意, 我國人皆尙雪菴體, 稍奇特, 然未能得體, 則其終字樣甚陋, 莫如字, 予將求以賜之。" 又啓曰: "朱文公 《近思錄》, 與四書、《小學》相爲表裏, 願以大字模印, 以備睿覽, 且頒臣僚。" 上曰: "予將從之。" 又啓曰: "《集成小學》, 切於日用之書, 學者病其難得。 願依惠民局賣藥例, 或紙或米豆, 量給爲本, 令一官一匠掌其事, 印出萬餘本鬻之, 還本於官。 如此則其利無窮, 而於學者有益。" 上曰: "予嘗讀史, 有曰: ‘頒之大矣, 鬻之非矣。’ 然卿言固善, 予將行之。" 卽命都承旨辛引孫曰: "一如啓。 非唯《小學》, 凡諸鑄字所在冊板, 竝宜印之, 其議以啓。"


  • 【태백산사고본】 22책 68권 2장 B면【국편영인본】 3책 622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외교-명(明)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