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묘와 종학에 비를 세워 공덕을 널리 드리울 것을 영돈녕부사로 치사한 권홍이 상서하다
영돈녕부사로 치사(致仕)한 권홍(權弘)이 상서하기를,
"비(碑)를 세워 공덕(功德)을 칭송하고 훈계를 드리워서 후세에 보이는 것은 고금(古今) 제왕의 아름다운 법입니다. 공경히 생각하옵건대, 우리 주상 전하께옵서 큰 업을 이어받으시고 제도와 문물(文物)을 모두 옛것을 본받아 원묘(原廟)를 건축하시고 종학(宗學)을 설립하사, 효제(孝悌)를 숭상하시고 친족을 소중히 여기시며, 기자(箕子)의 비(碑)를 세우시고, 조정의 악(樂)을 제정하셨으며, 또 고금의 충신·효자·열녀의 전기를 모아 이를 편찬하사 만민에게 가르쳐 인도하게 하시니, 백성을 교화시켜 아름다운 풍속을 이룩하게 하는 길이 이러한 글을 버리고 다시 무엇을 하겠습니까. 이는 저 삼한(三韓) 이래의 현군(賢君) 명주(明主)가 아직 미처 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신의 어리석음으로 이 성대한 일을 목도하고 감탄함을 견디지 못하였으니, 그야말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성대한 기회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옛날에 인군은 종(鍾)이나 정(鼎)에 이를 새기고, 혹은 이를 관현(管絃)에 올려 노래하는 것은, 곧 그 융성한 공덕을 썩지 않게 하려는 뜻이었으니, 이것이 바로 당(唐)·우(虞)와 하·은·주 삼대의 군신간에 마음이 같고 덕을 합하여 서로 토론하며 어진이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을 아·송(雅頌)에 음악으로 엮어 노래하여 지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노신(老臣)이 주상의기르심을 입고 이에 보답할 길이 없삽기로, 삼가 좁은 소견을 가지고 감히 비루한 회포를 진달하여 천총(天聰)을 번거롭게 해 드리오니, 바라옵건대, 원묘와 종학에 각각 비갈(碑碣)을 세워, 먼저 태조·태종께서 어지신 덕을 쌓으신 나머지, 천명(天命)과 인심에 순응하여 대업을 창조하사, 종통을 드리워서 후손에게 전하심을 찬미하고, 그 다음은 전하께서 하늘이 내신 성인으로 일월성신(日月星辰)같이 거듭 빛을 내시고, 뜻을 이어 일을 다스리시면서 지영(持盈)의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고, 이를 지키고 닦으시와 화하고 밝은 정치를 이룩하사, 만민이 안락하고 물산이 풍성하여 온 사방이 한결같이 안녕을 누리어, 상국(上國)에서는 포장(褒奬)의 명이 있었고, 인방(隣邦)에서는 귀순하겠다는 글을 바치기에 이르니, 이와 같은 성대한 덕의 빛남을 마땅히 비명(碑銘)에 새겨 이를 후세에 드리워 억만년토록 무궁하게 그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이 신의 소원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67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3책 61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역사-사학(史學)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領敦寧府事仍令致仕權弘上書曰:
樹碑以頌功德, 垂訓以示後世, 古今帝王之令典。 恭惟我主上殿下, 誕承丕緖, 制度文爲, 動法乎古, 建原廟設宗學, 崇孝悌、重眷舊, 立箕子之碑, 制朝廷之樂。 又(簒)〔纂〕 集古今忠臣、孝子、烈女之傳, 以訓萬姓, 其化民成(浴)〔俗〕 之道, 捨此書, 何以哉! 自三韓以來, 賢君明主之所未及爲之事也。 臣愚伏覩盛事, 不勝感嘆, 眞千一盛際也。 古者人君, 一有希世之美, 則人臣必讃美其德, 或銘鍾勒鼎, 或被之管絃以歌詠之, 是蓋欲使不朽其隆功盛烈之義也。 此乃唐、虞、三代都兪吁咈揖讓, 雅頌賡歌之所由而作也。 老臣生於豢養, 圖報無由, 謹以管見, 敢陳卑抱, 仰瀆天聰, 伏願於原廟宗學, 各樹碑碣, 首讃太祖、太宗累仁積德, 應天順人, 而創業垂統, 垂裕後昆, 次讃殿下以天縱之聖, 重光繼述, 而持盈守成, 治致雍熙, 民安物阜, 四方寧一, 上國有褒嘉之命, 隣邦効納款之辭。 如斯盛德光輝, 宜當勒碑刻銘, 垂耀後世, 傳之億萬年無疆之休美, 臣之願也。
- 【태백산사고본】 21책 67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3책 618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역사-사학(史學)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