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령 대군이 회암사에서 불사를 베푸는 것을 금할 것을 사헌부에서 상소하다
사헌부에서 상소하기를,
"엎드려 교지(敎旨)를 받자오니, ‘효령 대군이 잠깐 회암사에서 불사(佛事)를 베풀 것이니 금지하지 말도록 하라.’ 하셨사오나, 신 등은 생각하옵기를, 호승(胡僧) 순도(順道)가 부진(苻秦)으로부터 고구려(高句麗)로 들어오고, 마라나타(摩羅那陀)가 진(晉)나라로부터 백제(百濟)에 왔사온데, 이로부터 축리(祝釐)를 행하여 국운을 돕게 하고, 부처를 섬겨 복을 구한다는 설이 세상에 한껏 성행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공경히 생각하옵건대, 우리 태조께서 개국(開國)하신 이래로 열성(列聖)께옵서 서로 계승하시면서 이 도(道)의 허탄(虛誕)함을 깊이 아시는 바이나, 다만 행한 지 이미 오랜 것을 갑자기 폐할 수 없어, 오교(五敎)를 줄이고 토지와 노비[臧獲]를 감하고는, 도첩(度牒)이 없이 나이 40이 된 자는 머리를 길러 군대에 충당하게 하고, 첩자(帖子)가 없이 서울에 들어온 자는 원적(原籍)으로 돌려보내는 등, 승도(僧徒)를 이같이 도태해 버린 사실은 천년에 일찍이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관습과 풍속이 오히려 없어지지 않고, 천당지옥설에 현혹되어 죄를 두려워하고 복을 사모하여, 부처에 아첨하여 구하는 자가 간혹 있어도, 선비들이 감히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법령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효령 대군 이보(李𥙷)가 종실 지친(至親)의 장(長)으로 몸소 불전(佛殿)에 나아가 법연(法筵)에서 강연하여 이를 서민들에게 보이게 되면,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이를 본받고 사모할 것이니, 근년의 일을 상고하여 보더라도 임자년 봄 한강에서 있었던 일은 곧 그의 징험이 되는 것입니다. 신 등은 아름다운 법이 폐기되고 행하지 못할 것이 장차 이로부터 비롯될 것을 깊이 우려하는 바입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속히 그 명을 거두시와 신민들의 이단(異端)을 배척하는 마음을 위안케 하시고, 인민들의 복을 빌어 부처를 높이 섬기려는 조짐을 막으시면, 국가에 이보다 다행함이 없지 않을까 하나이다."
하니,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67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17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사상-불교(佛敎)
○司憲府上疏曰:
伏承敎旨, 孝寧大君於檜巖寺, 暫設佛事, 勿令禁止。 臣等竊惟胡僧順道, 自苻 秦而入高句麗; 摩羅那陀, 自晋而到百濟, 自此而降, 祝釐裨補事佛求福之說, 盛行于世, 無有紀極。 恭惟我太祖開國以來, 聖聖相承, 深知是道之誕妄, 但行之已久, 未可遽革, 省五敎, 減土田臧獲。 無度牒而年四十者, 長髮充軍; 無帖字入京中者, 發還原籍, 其沙汰僧徒, 誠千載之未有也。 然習俗尙且未殄, 惑於天堂地獄之說, 畏慕罪福, 求媚于佛者, 容或有之, 而未敢逞肆者, 畏其法令故也。 今孝寧大君 (補)〔𥙷〕 以宗室懿親之長, 躬就佛宇, 講說法筵, 以示庶民, 則人必爭先効慕。 以近歲之事考之, 則歲在壬子春漢江之事, 是其驗也。 臣等竊恐美法不行, 將自此而始矣。 伏望殿下亟收其命, 以慰臣民闢異端之心, 以杜人民求福事佛之漸, 國家幸甚。
不允。
- 【태백산사고본】 21책 67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책 617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