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염려하여 인사에서 그릇된 부분을 아뢰도록 하여 시정하다
의정부와 육조 판서들을 불러 일을 의논하기를,
"무술년에 백곡이 성숙될 무렵에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와서 재(災)가 되어, 이로써 영글지 못하였더니, 이제 가을을 당하여 오랫동안 흐리고, 비 오는 재해를 만났으니, 반드시 장차 흉년이 될 것이매, 내가 심히 염려한다. 올해 비록 흉년이 든다 하더라도, 지난해에 풍년이 들었다면 오히려 굶주림을 면할 것인데, 작년과 금년이 함께 실농을 하게 된다면 백성의 생활이 말이 아닐 것이매, 염려가 된다. 가만히 그 이유를 생각하건대, 천변(天變)이 이에 이른 것은 반드시 인사의 잘못됨에 말미암아 감동된 것일지니, 무릇 과인의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은 조정의 의논을 기다려서 해하겠다."
하니, 황희 등이 의논하여 말하기를,
"하삼도의 노루가 거의 다하여 조포(條脯)와 편포(片脯)를 갖추어 올리기 어렵게 되었으므로, 부득이하여 진속(鎭屬) 군관과 각 고을에 분정(分定)하여 독촉해 잡게 하므로 폐가 백성에게 미치오니, 진실로 불편하옵니다. 주장관으로 하여금 마감하여 수량을 감하게 하옵소서."
하고, 최윤덕 등은 의논하기를,
"여러 섬에 들여 놓은 말들이 병으로 인하여 죽은 것을 목자(牧子)에게 물려 받으므로, 원망이 적지 아니하오니, 지금부터는 추징(推徵)하지 말게 하고, 또 군자감(軍資監)을 짓는 재목이 지나치게 길고 커서, 백성들이 매우 괴롭게 여기오니, 적당하게 길이와 크기를 감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운반하기에 쉽도록 하옵소서."
하였다. 황희 등이 또 의논하기를,
"경외의 관리에게, 소모되고 서실(閪失)한 잡물이 본인에게 들어간 것이 아닌 것은 추징(推徵)하지 말고, 또 계축년 이전 각 고을에 미납(未納)한 공물(貢物)을 모두 면제하며, 흉년이 더욱 심한 평안·황해도에는 지난해의 환자곡[還上穀]을 적당하게 감하여 민생을 구휼하고, 궐내 및 공처(公處)에서 추징하는 잡물은 소모하였거나 서실하였거나 도둑질한 것 이외의 본색(本色)이 있는 파손된 물건은 추징하지 말게 하옵소서."
하고, 또 의논하기를,
"서울 안에는 백성들이 조밀하게 살아서 집터를 얻기 어려우나, 외방에서는 사람이 적고 토지가 남는데, 무식한 무리들이 많이 위험한 곳에 살다가 매양 산이 무너져 압사함에 이르니, 그 생명이 가긍하니, 지금부터는 산이 무너질 염려가 있는 곳에 사는 민가는 모두 옮겨 살게 함이 어떨까."
하니, 황희 등은,
"위험한 곳에 사는 백성은 옮겨 살게 함이 마땅합니다."
하고, 신상 등은,
"예전대로 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였다. 또 의논하기를,
"서방색 반감(書房色飯監) 등과 궐내의 각 차비인(差備人)은 함께 직품(職品)을 받았는데, 혹 폄출(貶黜)되어 인해 직첩을 거둔 자에게는 구실로 부리는 것이 마땅하나, 그 중에 원래 벼슬이 있는 자와 사(赦)를 입어 도로 직첩을 받은 자를 아울러 구실로 부리게 하면, 직품(職品)의 의의에 어긋남이 있고, 만일 부리지 아니하면, 젊은 무리들이 몸이 편하기를 생각하여 작은 과실을 고의로 범하여 폄출(貶黜)되기를 바라는 자가 혹 있을까 두려우니, 어떻게 하면 가할까."
하니, 황희 등이 의논하기를,
"제색 장인(諸色匠人)들은 비록 직품이 있을지라도 모두 본역(本役)에 종사하옵나니, 서방색 반감 등도 이 예대로 구실하게 하면 매우 다행하겠나이다."
하였다. 또 의논하기를,
"파저강 야인 범찰(凡察)이 강계 도절제사 성달생(成達生)에게 채단(彩段)을 주므로, 달생이 굳이 거절하기를 두세 번 하다가 마지못하여 받고, 글을 갖추어 아뢰거늘, 대신들로 하여금 의논하게 하였더니, 모두 말하기를, ‘본토에서 소산하는 피물 외의 이 같은 물건은 사리상 사사로이 받을 수 없다. ’고 하나, 그러나 나는 생각하기를, 저 사람들은 짐승 같은 마음으로 기뻐하고 노여워함이 무상(無常)하여 예의로써 대접할 수 없으니, 권도로 후하게 대접하는 뜻에 좇아 무릇 주는 바를 모두 받음이 어떨까."
하니, 신개는 말하기를,
"예(禮)로써 교제하고 도(道)로써 접대하여 후한 뜻으로 주면, 이는 받을 만하옵니다."
하고, 안순(安純) 등은,
"저들이 물품을 줄 적에 겉[陽]으로는 충후(忠厚)한 말을 하고, 속[陰]으로는 좋은 보답을 받고자 함이니, 이를 한번 받아서 그 보답을 후하게 하면, 저들은 장차 잇따라 와서 아니 주는 물건이 없이 그 보답을 바랄 것이니, 그 많은 욕심을 어찌 능히 채워 주오리까. 이제부터는 가죽과 깃[皮羽] 외에는 모두 받지 말게 하여 후일의 폐단을 막게 하옵소서."
하였다. 의논을 마치자 최윤덕이 아뢰기를,
"연전에 서북 지방의 백성들이 배로 운반하는 일에 노고가 많았고, 토벌하는 일에 피곤하였으며, 마소를 죽였사온데, 금년엔 또 비로 인하여 농업을 전혀 실패하였사오니, 그 생활이 가긍하옵니다, 벽동과 만포의 성을 쌓는 일을 거행할 수 없사옵고, 그 목책(木柵)을 수리하면 1, 2년 동안은 오히려 환난은 방비할 수 있사오니, 비옵건대, 성기순심사(城基巡審使)를 보내지 말게 하옵소서."
하니, 임금이 모두 그대로 좇기로 하고, 호조에 전지하기를,
"계축년 이상의 각 고을의 미납한 공물(貢物)은 모두 감면하고, 흉년이 매우 심한 평안·황해 두 도의 지난해 환자곡은 수령을 감하며, 하삼도에서 바치는 녹포(鹿脯)도 적당하게 수량을 감하고, 군자감을 짓는 재목도 적당하게 길이와 크기를 감하여, 백성들이 운반하기에 쉽도록 하며, 서울 밖에 있는 관리의 모실(耗失)한 잡물은 본인에게 들어간 것을 제외하고는 추징하지 말며, 산이 험하고 기울어서 위험한 땅에 사는 민가는 모두 옮겨 살게 하라."
하였다. 또 병조에 전지하기를,
"여러 섬에 들여 놓은 말 중에서 병들어 죽은 것은 목자(牧子)에게 추징하지 말라."
고 하고, 형조에 전지하기를,
"궐내 및 공처(公處)에서 추징하는 잡물은 본색이 있고서 파손한 물건은 아직 추징하지 말게 하라."
하였다. 신상이 아뢰기를,
"위험한 땅에 사는 민가를 모두 옮겨 살게 하여 압사(壓死)의 화를 면하게 하라고 하옵신은 하교가 지당하옵시나, 각 고을의 수령들이 대체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다만 백성이 압사하는 일이 있게 되면 죄가 그 몸에 미칠까 두려워하여서 옮기라고 독촉을 하면, 도리어 큰 폐가 생길 것이오니, 아직 이 명령을 정지하심이 어떠하오리까."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65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책 582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외교-야(野) / 농업-농작(農作) / 구휼(救恤) / 군사-관방(關防) / 과학-천기(天氣) / 재정-공물(貢物) / 재정-진상(進上) / 재정-역(役) / 재정-창고(倉庫) / 건설(建設) / 교통-육운(陸運) / 교통-수운(水運) / 호구-이동(移動)
○召議政府六曹判書等議事曰: "歲在戊戌, 百穀垂成, 陰雨爲災, 用是不稔。 今値西成, 久罹陰沴之災, 歲必將凶, 予甚軫慮。 今年雖歉, 去歲豐稔, 則猶可免飢矣, 去今年俱失農業, 民生可慮。 靜思其由, 天變之至此, 必由人事之所感, 凡寡人思慮所不及者, 待廷議以行。" 黃喜等議曰: "下三道獐鹿殆盡, 條脯片脯, 未易備納, 不得已分定鎭屬軍官與各官, 督令捕獲, 弊及於民, 誠爲未便, 令主掌官磨勘減數。" 崔閏德等議曰: "諸島入放馬匹, 因病致死, 徵於牧子, 愁恨不淺, 自今勿令推徵。 且軍資監造成材木, 過乎長大, 民甚病之, 量減長大, 令民易於輸轉。" 黃喜等又議曰: "京外官吏耗失雜物, 非入己者勿徵。 且癸丑年以上各官未納貢物, 竝皆蠲免。 凶歉尤甚平安、黃海道, 往年還上量減, 以恤民生。 闕內及公處推徵雜物, 除耗失竊盜外, 有本色破毁物件, 勿令推徵。" 又議曰: "京中民居稠密, 家基難得, 外方則人物鮮少, 土地有餘, 無識之徒率居危險之地, 每致山崩壓死, 其生可恤。 自今山崩可疑處所居民戶, 竝令移居何如?" 喜等曰: "危險之地居民, 宜使移居。" 申商等曰: "仍舊何如?" 又議曰: "書房色飯監等闕內各差備人, 俱受職品, 如或貶黜, 仍收職牒者, 宜令役使。 其中元有職者與蒙赦還受職牒者, 竝令役使, 則有違於職品之意, 如不役使, 則年少之輩, 思欲身閑, 故犯小失, 以冀貶黜者, 恐或有之, 如之何則可?" 喜等議: "諸色匠人, 雖有職品, 皆從本役; 書房色飯監等, 例此役使幸甚。" 又議曰: "婆猪江 野人 凡察, 贈彩段于江界都節制使成達生, 達生固拒再三, 不獲已受之, 具辭以啓, 令大臣議之, 皆曰: ‘本土所産皮物外, 如此等物, 義不可私受。’ 然予以爲彼人等, 猰性獸心, 喜怒無常, 不可以禮義待之。 權從厚待之意, 凡所贈遺, 一皆受之何如?" 申槪曰: "交以禮、接以道, 贈之厚意, 則斯可受矣。" 安純等曰: "彼當贈遺, 陽爲忠厚之言, 陰欲瓊琚之報。 玆一受之, 以厚其報, 則彼將繼踵而來, 無物不遺, 以望其報, 溪壑之欲, 其能塡乎? 自今皮羽外, 竝皆勿受, 以杜後日之弊。" 議畢, 崔閏德啓曰: "年前西北之民, 勞於漕轉, 困於征討, 牛馬斃損, 今年又因雨水, 全失農業, 其生可恤, 碧潼、滿浦築城之事, 不可擧也。 修其木柵, 一二年間, 猶可防患, 乞勿遣城基巡審使。" 上皆從之。 傳旨戶曹:
癸丑年以上各官未納貢物, 竝令蠲免。 凶歉尤甚平安、黃海兩道往年還上, 量減其數。 下三道所納鹿脯, 亦量減數。 軍資監造成材木, 量減長大, 令民易輸。 京外官吏耗失雜物, 除入己外勿徵。 山險傾危之地所居民戶, 竝令移居。
又傳旨兵曹:
詣島入放病死馬匹, 勿徵牧子。
傳旨刑曹:
闕內及公處推徵雜物, 有本色破毁物件, 姑令勿徵。
申商曰: "危險之地所居民戶, 悉令移居, 以免壓死之禍, 上敎允當。 然各官守令不顧大體, 恐民有壓死, 罪及其身, 督令移居, 則反生巨弊, 姑停此令何如?"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21책 65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책 582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외교-야(野) / 농업-농작(農作) / 구휼(救恤) / 군사-관방(關防) / 과학-천기(天氣) / 재정-공물(貢物) / 재정-진상(進上) / 재정-역(役) / 재정-창고(倉庫) / 건설(建設) / 교통-육운(陸運) / 교통-수운(水運) / 호구-이동(移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