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든 누각의 시간을 따르기로 하다
임금이 말하기를,
"이 앞서 누각(漏刻)206) 의 경점(更點)을 마련한 것은 본래 근거한 바가 없었다. 이제 수시력법(授時曆法)을 상고하여 누기(漏器)를 새로 만들었는데 털끝만큼도 틀리지 아니하므로, 영을 내려 이것을 쓰고자 한다. 그러나, 이 앞서의 누각(漏刻)은, 인정(人定)은 늦어서 밤이 깊고, 파루(罷漏)는 너무 일렀는데, 이제 새로 만든 누각은, 전에 비하면 인정이 약간 이르고 파루는 약간 늦다. 또 사람들이 말하기를, ‘만일 지금 만든 누각을 따르면, 사람이 출입함에 있어 조만(早晩)이 때를 잃게 되고, 전에 있던 누각을 따르면, 인정은 늦고 파루는 이르기 때문에, 도적이 틈을 타서 많아질 것이라.’ 하니, 위의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취하고 어느 것을 버릴 것인가. 만일에 수시력(授時曆)을 따를 경우 사람의 출입에 방해가 있다고 한다면, 이 앞서와 같이 경점(更點)을 편의에 따라 올리고 내리되, 전례에 따라 올리고 내리게 할 것인가. 비록 조만이 약간 전보다는 어긋난다 하더라도 이것으로써 그냥 쓸 것인가. 여럿이 의논하여 아뢰라."
하니, 도승지 안숭선이 아뢰기를,
"봄·여름철에는 인정(人定)은 이르되 파루는 늦을 것이요, 가을·겨울철에는 인정은 늦되 파루는 이르게 될 것이오니, 이 같은 때에는 오히려 출입의 어려움이 없을 것이오며, 또한 도적이 불어 일어날 근심도 없을 것이옵니다. 더욱이 이제 만든 누각의 제조가 정밀하옴은 털끝만큼의 오차가 없사온데, 어찌 다른 의논이 있겠나이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한결같이 지금 만든 누각을 따르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말이 옳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64권 4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574면
- 【분류】과학-역법(曆法) / 사법-치안(治安)
- [註 206]누각(漏刻) : 누수(漏水)에 의하여 보는 시각.
○上曰: "前此漏刻更點, 本無所據, 今考《授時曆法》, 以造漏器, 毫釐不差, 故欲令以此用之。 然前此漏刻, 人定則夜深, 罷漏則太早。 今造漏刻, 比前則人定稍早, 罷漏稍晩。 且人之言曰: ‘若從今造漏刻, 則人之出入, 早晩失時, 從在前漏刻, 則因人定之晩、罷漏之早, 盜賊乘間興行。’ 右此二者, 何取何捨? 若曰從《授時曆》, 而有防於人之出入, 則依前此更點隨宜進退例, 使之進退乎? 雖曰早晩稍違於前, 以此用之乎? 僉議以聞。" 都承旨安崇善啓曰: "春夏之節則人定早、罷漏晩, 秋冬之節則人定晩、罷漏早。 如此之時, 尙無出入之難, 又無盜賊滋興之患, 況今造漏刻製造之精, 無毫釐之失, 何有他議乎? 臣愚以謂一從今造漏刻。" 上曰: "卿言然。"
- 【태백산사고본】 20책 64권 4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574면
- 【분류】과학-역법(曆法) / 사법-치안(治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