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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64권, 세종 16년 4월 13일 경신 1번째기사 1434년 명 선덕(宣德) 9년

회암사의 중수 문제를 논의하고 그를 중지시키다

상참을 받고, 윤대를 행하고, 경연에 나아갔다. 임금이 말하기를,

"성균관생[館生]과 집현전(集賢殿)에서 함께 상서(上書)하기를, ‘회암사(檜巖寺)의 중수(重修)를 금하기 청합니다.’ 하였는데, 그 말이 지극히 간절하고 지극하였으나, 그러나, 암자를 짓고 부처를 공양하는 일은 그 유래가 오래였다. 따라서 우리 태조·태종께옵서는 연경사(衍慶寺)·흥천사(興天寺)·각림사(覺林寺) 등에서 혹은 법연(法筵)076) 을 베풀어 그 교를 받드셨고, 나도 또한 강법(講法)하는 절에 가끔 향(香)을 내려 주었다. 더구나, 회암사태조께서 믿고 존중히 여기시던 곳이며, 또 대비(大妃)의 원불(願佛)이 걸려 있는 곳이라. 세월이 오래 되어 기울어지고 퇴락하여지매, 효령 대군(孝寧大君)이 중수(重修)하고자 생각하고 그 까닭을 고(告)하기에, 내가 곡식과 깁[穀帛] 약간을 내려 주어 이바지[供億]하는 비용으로 쓰게 하였더니, 중[僧從]들이 이로 말미암아 어리석은 속인(俗人)들을 권유(勸誘)하여 널리 재화(財貨)를 모은다 하니, 이는 비록 내가 시킨 바는 아니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반드시 나를 가지고 허물할 것이요 동시에 공의(公議)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부고(府庫)의 전재(錢財)를 내어 불사(佛事)에 이바지함이 어떨까."

하니, 도승지 안숭선 등이 아뢰기를,

"전하께서는 어찌 이런 분부를 내리시나이까. 중들은 권문(勸文) 가운데에 한 재상(宰相)의 이름만 받더라도 오히려 경중과 외방으로 다니며 속이고 꾀어 백성들의 고혈(膏血)을 짜서 취함이 이르지 않는 바가 없사온데, 혹 전하께옵서 친히 이 일에 이바지하시오면, 이것은 그들의 성세(聲勢)077) 를 도와 드날리게 하여 그 도(道)를 부흥(復興)하게 하는 하나의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옵고, 백성들이 장차 말하기를, ‘한 나라의 임금이란 높은 지위로도 오히려 이와 같이 하시니 우리들도 역시 재산을 다하여 받들어 후세의 인연을 닦지 아니하랴.’ 할 것이오니, 그 말류(末流)의 폐단을 앞으로 다시 막지 못할 것이옵니다. 하물며 오늘날 전하께옵서는 이단(異端)을 물리치시고 공씨를 높이시어, 사도(斯道)의 밝음이 환하기 일월(日月)과 같삽거늘, 이때를 당하여 친히 부처의 공양(供養)에 이바지하시게 되오면, 신 등은 9길 되는 산을 쌓는 데 최후의 한 삼태기의 흙을 얹지 못하여 완성시키지 못했다[九仞之功虧一簣]는 격이 되지 않을까 염려되옵니다. 전하께옵서는 이런 뜻을 내지 마옵시고 길이 한 마음을 가지시기 바라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부처를 공양하고 중이 재를 올리는 것이 무슨 허물이 있으리오."

하니, 안숭선이 아뢰기를,

"성상(聖上)의 허물이 이보다 더한 것은 없사옵니다. 이단(異端)으로써 성명(聖明)한 조정에 섞으심은 어찌 오늘날의 실수만 되겠나이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유의(留意)하옵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미 알았노라."

하고 드디어 일을 정지하도록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64권 8장 B면【국편영인본】 3책 557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사상-불교(佛敎)

  • [註 076]
    법연(法筵) : 불법(佛法)을 강설(講說)하는 자리.
  • [註 077]
    성세(聲勢) : 명성과 위세.

○庚申/受常參, 輪對, 經筵。 上曰: "館生與集賢殿俱上書, 請禁重修檜巖, 辭甚懇至。 然營庵飯佛, 其來已久, 肆我太祖太宗, 於衍慶興天覺林等寺, 或設法筵, 以奉其敎, 予亦於講法之寺, 有時乎賜香。 況檜巖, 太祖所信重, 且大妃願佛掛焉, 歲久傾圮, 孝寧大君思欲重修, 告其所以, 予賜穀帛若干, 以資供億。 僧徒因此勸誘愚俗, 廣聚財貨。 是雖非予所使, 人必以予爲愆, 等是公議所不免, 寧出府庫錢財, 以供佛事何如?" 都承旨安崇善等啓曰: "殿下何有此敎? 僧徒於勸文, 受一宰相之名, 尙能誑誘中外, 浚民膏血, 無所不至, 倘殿下親供是事, 則是助揚聲勢, 興復其道之一大機也。 民將曰: ‘以國君之尊, 尙且如此, 吾等盍亦竭財奉事, 以修後因乎?’ 末流之弊, 將不可復遏。 矧今殿下斥異端尊孔氏, 斯道之明, 煥如日月, 當是時, 親供飯佛, 則臣等恐九仞之功虧於一簣也。 願殿下勿生此意, 永肩一心。" 上曰: "飯佛齋僧, 有何過哉?" 崇善啓曰: "聖上過愆, 無踰於此。 以異端雜於聖明之朝, 豈特今日之失! 伏願留意。" 上曰: "已知之矣。" 遂停之。


  • 【태백산사고본】 20책 64권 8장 B면【국편영인본】 3책 557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