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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64권, 세종 16년 4월 11일 무오 3번째기사 1434년 명 선덕(宣德) 9년

성균 생원 방운 등이 회암사의 대대적인 수리와 아울러 불교의 폐단에 대하여 상소하다

성균 생원(成均生員) 방운(方運) 등이 상서하기를,

"신 등이 그윽이 천하의 도리를 살피옵건대, 바른 것이 있고 사특한 것이 있사와, 바른 것이 승(勝)하면 우리의 도[吾道]052) 가 행하여 이륜(彝倫)053) 이 베풀어졌으되, 사특한 것이 승(勝)하면 이단(異端)이 일어나 이륜(彝倫)이 무너졌으니, 이것은 고금의 상승(相乘)하는 것으로서 이세(理勢)의 자연한 이치이옵니다. 대개 부처란 이적(夷狄)의 법이요, 성인의 도는 아니옵니다. 그전 후한(後漢) 때에 중국에 흘러 들어옴으로부터 위(魏)·송(宋)침음(寖淫)054) 하였고, 소(蕭)·량(梁)에 만연(蔓延)하매 군신 상하(君臣上下)가 초목이 바람에 쏠리듯 귀의(歸依)하였사온데, 재물을 다 바쳐 받들어 섬기는 자들이 부처의 덮어 주는 힘에 의복(倚伏)하고, 옹호하여 주는 지혜에 아부하여, 수복(壽福)을 하늘같이 길게 연장하고, 기업(基業)을 땅처럼 오래 가도록 세우고자 하지마는, 그러나, 또한 화란(禍亂)이 서로 찾아 들고 연대가 더욱 촉박(促迫)하여, 도리어 부처를 섬길 뜻이 없는 사람들의 세상살이만도 같지 못함은 여러 사적(史籍)을 상고하면 볼 수 있사옵니다. 생각하건대, 우리 대동(大東)은 신라 말엽에 와서 불교를 숭상하고 믿어 탑(塔)과 묘(廟)를 세워, 나라에서는 ‘비보(裨補)’라 부르고, 사가(私家)에서는 ‘원찰(願刹)’이라 일컬어 내려 오면서 그럭저럭 폐단이 쌓이게 되었습니다마는, 전조(前朝)에 이르러서는 큰 이나 작은 이나 할 것 없이 이를 숭상하고 믿어 무부 무군(無父無君)의 교(敎)를 부르짖음으로써 불충 불효(不忠不孝)의 죄를 이루게 되매, 사람의 도리가 무너지고 어지러움이 극도에 달하였사옵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우리 태조 강헌 대왕(太祖康獻大王)께서는 천리에 순종하시고 인심에 따르시어, 비로소 왕업의 큰 바탕을 마련하시고 백사(百司)를 독려(督勵)하시와 온갖 정사가 다 새로워질새, 득실(得失)을 이미 행한 자취에서 상고하고, 성쇠(盛衰)를 이미 시험한 증험에 비추시어, 사사(寺社)를 감하거나 혁파하거나 하시며, 사사로이 중이 되는 것을 법으로 금하여 뚜렷이 영갑(令甲)에 나타내었으니, 이는 만고(萬古)의 밝은 빛을 한번 다시 돌아오게 하심으로 장차 백세(百歲)의 이택(利澤)이 되게 하옵심이었나이다. 생각하옵건대, 우리 태종 공정 대왕(太宗恭定大王)께서는 건원(乾元)을 몸받으시와 정위(正位)에 계시어 정신을 가다듬고 잘 다스림을 꾀하실새, 도(道)는 천성(千聖)의 행적을 이으시고 정사는 삼대에 높아 이미 승평(昇平)의 다스림을 이루게 하셨사오며, 또 강단(剛斷)하는 정략(政略)으로써 사사(寺社)를 혁파(革罷)하여 10에 1을 두시고, 노비(臧獲)055) 를 감하여 1백에 10을 두게 하셨으니, 그 선성(先聖)의 도를 열어 펴고, 사설(邪說)의 해(害)를 막아 없이 하여, 백성을 인으로써 젖어지게 하고 백성을 의로써 연마하게 하여 사특한 것과 바른 것의 길을 가리어 인수(仁壽)의 지경에 나아가게 하심은, 비록 삼오(三五)056) 와 같은 여러 성인(聖人)의 마음쓰심이라도 어찌 이보다 더함이 있겠나이까. 이제 우리 주상 전하께옵서는 하늘의 운행이 질서 있음[天行健]을 본받으시어 이(离)057) 를 잇고 밝음을 향하사, 몸을 다스리시되 항상 조심하시고 삼가심을 잊지 아니하심에 이르시고, 덕(德)이 비록 성하시나 더욱 토론을 즐겨하시고, 열성(列聖)의 아름다운 법을 본받으시어 만대에 길이 힘입을 것을 넓히려 생각하셨나이다. 노비의 수효를 감하여 관부(官府)에 적(籍)을 올리고, 암자(庵子)와 절 짓는 일을 일체 통금(痛禁)하셨사옵되, 오히려 승도(僧徒)들이 여염(閭閻)에 드나들면서 강상(綱常)을 모독하고 어지럽게 하지나 않을까 염려하셨습니다. 이에 유사(攸司)에 명하여 엄하게 규찰(糾察)을 더하게 하셨고, 밖으로 내치어 안으로 들이지 못하게 하며, 멀리 하여 가까이 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단(異端)을 물리치신 공(功)이 조종(祖宗)에 빛을 더하셨고 광채를 죽백(竹帛)에 드리우셨나이다. 그러하오나, 큰 아름다움에도 작은 흠점이 없을 수 없는 것으로서, 비록 융성하게 다스려지는 날을 당하였사오나 어찌 말할 만한 일이 없겠습니까.

이제 삼가 목격한 폐단으로써 을야람(乙夜覽)058) 거리를 개진(開陳)하겠습니다. 임자년 봄에 크게 무차지회(無遮之會)059) 를 열었사온데, 중들이 구름같이 모이어 한강 가에서 하루가 지나고 열흘이 넘도록 극히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차려서 기치[幡旗]와 일산[蓋]이 해를 가리우고, 종(鍾)과 북소리는 땅을 흔들었습니다. 천당과 지옥(地獄)의 고락을 그림 그리고, 사생과 화복(禍福)의 응보를 보여 주니, 이에 귀천(貴賤)과 남녀를 논할 것 없이 모두가 관청(觀聽)하고자 모여 드니, 도시는 이 때문에 텅 비고 관진(關津)060) 은 이 때문에 길이 막혀 통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당시 재물을 허비한 것을 보면, 재물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흙과 모래같이 흩어 버렸습니다. 쌀을 배에 잔뜩 싣고 나가 강물에 던져 버렸으니, 하늘이 낸 물건을 마구 천대함이라, 저 푸른 하늘에 지은 죄로써 말씀을 하자면 말이 너무 길어 이루 다하지 못할 것이요 그리고, 정욕(情慾)의 감정은 남녀보다 더 심함이 없거늘, 또한 도량(道場)에서 여러 날을 유숙하여, 옷깃을 이어 장막[帷]이 되고, 흐르는 땀을 뿌려 비를 이루었습니다. 겉으로는 수륙재(水陸齋)의 모임이라 하겠으나 속으로는 더러운 행위를 이루어, 드디어는 이남(二南)061) 의 강한(江漢)으로 이남의 풍화를 보지 못하였으니, 탄식함을 이루 이길 수 있겠나이까.

신 등은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아 치를 떨며 탄식하고, 전하께 주달하고자 한 것이 여러 날이 되었사온데, 이번 회암사(檜巖寺)의 중이 그 사사로운 지혜를 부려서 꾀를 합하고 말을 같이 하여 이르기를, ‘연전(年前)에 수륙재(水陸齋)를 올릴 때에 금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또한 이를 좇아서 향(香)을 내려 주셨은즉, 불교의 일어남이 바로 이 행사에 달려 있다. 이제 여기 보광전(寶光殿)에는 대비(大妃)의 원불(願佛)062) 이 걸려 있는데, 세월이 오래 되어 비가 새고 낡아서 불상(佛像)을 걸기 어럽다.’ 하고, 이에 종실(宗室)에 부탁하여 궁중에까지 말씀을 드리게 되어, 이미 부고(府庫)의 곡식과 비단을 받고, 또 종실의 시주를 받아 경중과 외방을 종횡으로 다니면서 공사(公私)를 속여 유인하니, 여염(閭閻)이 풍미(風靡)063) 하고, 군(郡)·현(縣)이 뇌동(雷動)하여, 부자(富者)는 재산을 다 바쳐 동원(同願)한다 일컫고, 가난한 자도 또한 억지로 돈을 꾸어다가 바치면서 말하기를, ‘수희(隨喜)064) ’라고 불렀으니, 벼[禾]는 타작도 하기 전에 머리 깎은 자의 상자 속[篋]으로 들어가게 되어, 시골 사람보다 부자가 되고, 고을[州]과 마을[里]에 해를 끼치게 되매, 그 세도의 승강(昇降)과 풍속의 변천은 작은 사고가 아니었나이다. 가령 서까래 한 개를 바꾸고 기와 몇 장을 고쳐 잇는다 하옵더라도, 그것을 제공하는 비용은 모두 백성의 재산(財産)이옵니다. 한나라 문제(文帝)는 열 집의 재산을 아꼈고, 당(唐)나라 태종은 한 전각의 재목을 아꼈사온즉, 마땅히 못하게 금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더욱이 지금의 회암사(檜巖寺)는 기둥과 지붕이 하늘을 찌르고, 주옥(珠玉)과 금(金)으로 꾸민 것이 눈을 부시게 하며, 빙 둘린 난간과 커다란 누각이 무려 수백 간(間)이나 되옵는데, 그 가운데에 어찌 한 간의 바람벽에라도 불상(佛像)을 걸 만한 곳이 없다 하겠나이까. 감히 이런 말을 만든 자는 진실로 이 일을 빙자(憑藉)하여 그들의 도를 다시 일으키려 함이옵니다. 근년 이래로 수재(水災)와 한재(旱災)가 서로 잇따라 햇곡식[年穀]이 익지 못하매, 우리 백성의 생계가 조석을 이어 나가지 못하옵는데, 저 중들의 먹을 것은 풍년이나 흉년이나 마찬가지어서, 백성은 굶어 죽는 자가 있으되, 중이 굶어 죽은 것은 없사오니, 누에도 치지 않고 밭도 갈지 않는 자가 앉아서 따뜻하고 배부름을 누리게 되어, 억조(億兆)의 재산을 허비하되 털끝만큼도 재정에 이익됨이 없나이다. 거기에다 급기야는 교만하고 방자한 버릇이 생기어 어떤 자는 찻집[茶肆]이나 술집에 나와 놀면서 스스로 서로 잘난 척하고 뽑내며, 어떤 자는 약한 백성과 서로 이익을 다투어 재물 모으기를 꾀하고, 처자를 끼고 먹이어 청정(淸淨)한 곳을 더럽히고, 추악한 행동을 드러내오니, 어찌 그 집을 엿보는 자들이 자비(慈悲)의 베풀음을 듣고 기뻐서 따르지 않겠으며, 그 문을 지나는 자들이 죄주고 복준다는 말을 듣고 또한 모두 공경하고 믿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 등은 그윽이 성조를 위하여 애석하게 여기옵니다. 어찌 이뿐이겠나이까. 완성(完成)을 고(告)한 뒤에도 혹은 낙성(落成)이네, 전경(轉經)이네 하여, 종실이 다투어 절에 나아가게 되고, 부녀(婦女)가 큰길에 잡답(雜沓)하게 되어, 적멸(寂滅)의 도를 혹신(惑信)함으로써 국가의 재정을 좀먹어 없애게 하오면, 당시(當時)에 웃음거리가 될 것이옵고, 후세(後世)에 조롱을 남기게 되는 그러한 조짐이 반드시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경》에 말하기를, ‘선왕의 성헌(成憲)에 비추어 보게 되면 길이 잘못이 없게 된다.’ 하였고, 《시경(詩經)》에 말하기를, ‘잘못도 아니하며 잊지도 아니함은 옛 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하였습니다. 대개 왕업을 일으키고 왕통을 드리운 임금은 그 생각하옴이 멀고 깊은 까닭으로, 그가 세운 법은 정밀한 것이옵니다. 하물며, 우리 태조(太祖)·태종(太宗)께옵서 불법을 배척(排斥)하신 것은 육전에 펴 있어 만세에 교훈으로 내려 주신 것이오니, 그 심사의 근면하심과 제도의 면밀하옴은 천지에 세워서 어긋나지 아니하고, 1백 성인을 기다려도 미혹되지 아니할 것이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옵서는 조종의 유업(遺業)을 잘 이어 전하시와 끝을 삼가하심이 처음과 같이 하옵시고, 이 법을 지키심에 굳게 하시기를 금석과 같이 하옵시고, 이 법령을 행하심에 미덥게 하시기를 사시(四時)와 같이 하옵시되, 오랑캐의 법을 소탕하여 없이 하시와 새로 만들지 못하게 하시옵소서. 사람은 사람의 도리로 살게 하옵시고, 그 글은 불태워 버려, 세월로써 기약하여 스스로 없어지게 될 것이오니, 사람이 지켜야 할 큰 윤리가 이미 바르게 되면, 사람이 행하여야 할 큰 도리가 항상 행하여지게 되어, 사람들은 충군 효부가 먼저 하여야 할 일임을 알게 되고, 부처에게 밥 먹이고 중에게 재를 베푼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게 될 것이옵니다. 아아, 변(變)하여 화하게 한다는 〈요임금의〉 정치와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것과 같이 백성을 교화(敎化)시키는 날짜도 지정하고 기다리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신 등은 듣자오니, 임금의 한 몸은 사방에 있는 백성들의 표준이요, 임금의한 마음은 일만 가지 교화의 근원이라 하옵니다. 더군다나, 법이란 나라를 다스리는 큰 자루[大柄]요, 믿음이란 임금의 큰 보배이옵니다. 이 자루가 한번 흔들리게 되면 사방의 표준이 바르지 못하옵고, 이 보배를 한번 잃게 되오면 만화(萬化)065) 의 근원이 맑지 못하게 되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특별히 유념(留念)하시와 더욱 한 마음을 굳게 지니시고, 이 법으로 해가 하늘에 뜬 것과 같이 하시고, 이 믿음으로 물이 땅으로 흐르는 것처럼 하시와, 옥석(玉石)을 구분하시고, 훈유(薰蕕)066) 를 밝게 분별하시어, 아직 어지러워지기 전에 제어하여 다스리시고, 나라가 아직 위태로워지기 전에 보전하게 하옵시면, 모두 말하기를, ‘장하도다. 우리 임금의 말씀이여.’ 할 것이오며, 또 말하기를, ‘한결같으시도다. 우리 임금이 마음이시여.’ 할 것이오니, 하민(下民)이 이를 밝게 알고 범하지 아니할 것이옵고, 관리는 이를 지켜 의심하지 아니할 것이오며, 대간(臺諫)은 이에 힘입어 맑게 화(化)할 것이므로, 전하께서는 이로 인하여 팔짱을 끼고 천하를 다스리실 것입니다. 대체로 세대를 이어 문치(文治)를 지키는 임금이 몸소 정도를 행하여 자손에게 교훈하고 본을 보여 주더라도 끝장[末流]에 가서는 오히려 사특한 길로 들어가는 수가 있거늘, 하물며 비법(非法)으로써 보여 주시게 되면 어찌 되겠나이까. 이것을 금하지 아니한다면 비유하건대, 섶[薪]을 던져서 불을 끄려고 하고, 뜨거운 물을 휘저어서 끓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것과 같사옵니다.

신은 이단의 교가 날로 새롭고 달로 성하여져서, 이 나라의 신민들이 바람에 따라 풀이 쏠려 쓰러지듯이 하면 몇 해를 지나지 아니하여 허무(虛無)를 숭상하여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이 모두 옛것이 아닐 것이오니, 만대의 뒤에 오늘날을 가리켜 어떠한 시대라 하올지 염려되오매, 한심(寒心)한 일이 아니겠나이까. 옛날 위(魏)나라태무(太武)사문(沙門)067) 을 주벌(誅罰)하였삽고, 당나라 태종은 승니(僧尼)를 물리쳐 없이 하였나이다. 이제 전하께서는 요(堯)·순(舜)의 자질(資質)을 지니시고 형통하고 아름다운 운을 잡으셨으니, 덕으로 말씀하오면 당(唐)·우(虞)에 견주어도 멀지 아니하옵고, 다스림으로 논하오면 성(成)·강(康)068) 도 족히 견줄 것이 못되옵는데, 오늘날 하시는 바가 도리어 위나라 태무[魏武]당나라 태종[唐太宗]의 밑으로 가시고자 하옵나이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멀리는 고제(古制)를 따르시고, 가까이는 가법(家法)069) 을 지키시어 빈소(嚬笑)070) 를 아깝게 중히 여기시고 동정(動靜)을 공경하고 삼가시어, 신민들이 보고 들음을 삼가서 향하여 나갈 길을 정하게 하옵시면, 당시에 있어 공이 크실 것이옵고, 덕택(德澤)이 후손에게 내려갈 것이온즉, 나라를 다스리는 계책에 있어서 으뜸이 될 것이오니, 어찌 다행한 일이 아니겠나이까. 신 등은 형창(螢窓)071) 의 하찮은 선비[末學]로서 다행히 창성한 시기를 만나 이윤(伊尹)의 뜻과 안연(顔淵)의 학문을 잘한다고 말씀함은 아니옵니다마는, 옳고 그른 것을 가리려 함은 누구인들 그 마음이 없겠나이까. 이 중들이 거룩하옵신 다스림에 누(累)가 되옴을 생각할 때마다 체동(蝃蝀)072) 이 태화(泰和)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발걸음이 안 떨어지고 말이 머뭇거려서 마침내 여기에까지 이르렀사오매, 아픈 마음이 미칠 것 같사와 저도 모르게 발언(發言)하여 감히 간절한 심정을 헤쳐 성총(聖聰)을 더럽혔나이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일월의 밝으심을 열으시고 강해(江海)의 도량을 넓히시와, 만기(萬機)를 살피시는 여가에 특히 밝게 보아 주옵시기를 바라옵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말하기를,

"너의들의 말이 옳으나, 그러나, 회암사(檜巖士)는 오늘날 창건(創建)한 것이 아니고 다만 〈불전(佛殿)이 기울어져〉 수즙(修葺)073) 할 뿐인데, 너희들이 말하는 종친(宗親)에 의탁하였다는 일은 내가 아는 바가 아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64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555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정론-정론(政論)

  • [註 052]
    우리의 도[吾道] : 유도(儒道).
  • [註 053]
    이륜(彝倫) : 사람으로서 떳떳이 지켜야 할 도리.
  • [註 054]
    침음(寖淫) : 점점 스며 듬.
  • [註 055]
    노비(臧獲) : 사사(寺社)에서 부리는 노비(奴婢).
  • [註 056]
    삼오(三五) : 삼황(三皇)과 오제(五帝).
  • [註 057]
    이(离) : 주역(周易)의 괘명(卦名).
  • [註 058]
    을야람(乙夜覽) : 임금의 독서. 낮에는 정무(政務)에 바빠서 을야(乙夜)에 독서함에서 온 말. 을야는 2경을 말함.
  • [註 059]
    무차지회(無遮之會) : 성범(聖凡)·도속(道俗)·귀천(貴賤)·상하(上下)의 구별 없이 일체 평등으로 재시(財施)와 법시(法施)를 행하는 대법회(大法會).
  • [註 060]
    관진(關津) : 관문(關門)과 나루.
  • [註 061]
    이남(二南) : 주남(周南)과 소남(召南).
  • [註 062]
    원불(願佛) : 발원하여 그린 불상.
  • [註 063]
    풍미(風靡) : 바람에 불려 쏠리듯이 어떤 위세에 따라서 저절로 쏠림.
  • [註 064]
    수희(隨喜) : 마음에 내키어 시주함.
  • [註 065]
    만화(萬化) : 일만 가지의 풍화(風化).
  • [註 066]
    훈유(薰蕕) : 향내 나는 풀과 구린내 나는 풀.
  • [註 067]
    사문(沙門) : 불도를 닦는 중.
  • [註 068]
    성(成)·강(康) : 주(周) 나라의 성왕(成王)과 강왕(康王).
  • [註 069]
    가법(家法) : 태조·태종이 세운 법.
  • [註 070]
    빈소(嚬笑) : 찡그리기도 하고 웃기도 함이니, 곧 근심하다가 기뻐하다가 함.
  • [註 071]
    형창(螢窓) : 서재(書齋).
  • [註 072]
    체동(蝃蝀) : 무지개.
  • [註 073]
    수즙(修葺) : 고치고 이음.

成均生員方運等上書曰:

臣等竊觀天下之道, 有正有邪, 正者勝, 則吾道行而彝倫敍, 邪者勝, 則異端起而彝倫斁, 此古今相乘理勢之自然也。 蓋聞佛者, 夷狄之法, 非聖人之道也。 粤自後, 流入中國, 寖淫於, 蔓延於 , 君臣上下靡然歸依, 竭財奉事者, 欲以倚伏加被之力, 依阿擁護之智, 緜福壽於天長, 建基業於地久, 然且禍亂之相尋, 年代之尤促, 反不如無意事佛者之世道, 稽諸史籍, 可見。 惟我大東, 新羅之季, 崇信浮屠, 營立塔廟, 國號裨補, 家稱願刹, 因循積弊, 至於前朝, 無大無小, 是崇是信, 以唱無父無君之敎, 以成不忠不孝之罪, 而壞亂極矣。 恭惟我太祖康獻大王, 順天應人, 肇造丕基, 詔厲百司, 咸新庶政, 考得失於已行之迹, 鑑盛衰於已驗之符, 減革寺社而私度僧尼之禁, 著在令甲, 一回萬古之光明, 將爲百歲之利澤。 惟我太宗恭定大王, 體元居正, 勵精圖治, 道繼千聖, 政隆三代, 旣致昇平之治, 又回剛斷之略, 革寺社十置其一, 減臧獲百有其十, 其所以閑先聖之道, 去邪說之害, 漸民以仁, 磨民以義, 岐之邪正之途, 躋之仁壽之域, 雖三王群聖之用心, 何以加此! 今我主上殿下, 法天行健, 繼离嚮明, 治已至, 不忘於兢業; 德雖盛, 尤樂於討論, 儀刑列聖之懿範, 思弘萬世之永賴, 減臧獲、籍官府, 營庵建寺, 一切痛禁, 尙慮僧徒出入閭閻, 瀆亂綱常, 爰命攸司, 嚴加糾察, 外而不內, 遠而不邇, 闢異端之功, 增光於(袒)〔祖〕 宗, 垂燿於竹帛矣。 然而大美不能無小疵, 雖當盛治之日, 豈無可言之事! 謹以目擊之弊, 仰陳乙夜之覽。 歲在壬子之春, 大設無遮之會, 僧徒雲合, 濱於漢水, 經日浹旬, 窮奢極侈, 幡蓋蔽日, 鍾鼓動地, 畫天堂地獄之苦樂, 示死生禍福之報應。 於是無論貴賤男女, 率皆企聳觀聽, 都市爲之一空, 關津爲之不通。 觀其傷財, 則積如丘山, 用如泥沙。 載米于船, 投諸江水, 暴殄天物, 獲罪彼蒼, 所可道也, 言之長也。 而況情慾之感, 莫甚於男女, 而信宿於道場, 聯衽成帷, 揮汗成雨, 陽爲水陸之會, 陰成穢惡之風, 遂使二南之江漢, 不見二南之風化, 可勝歎哉! 臣等耳之目之, (振)〔扼〕 腕歎息, 冀達冕旒者有日矣。 豈意玆者檜巖之僧, 騁其私智, 合謀同辭曰: "年前水陸之設, 不惟不禁, 又從而降香, 則釋敎之興, 正在此擧。 今玆寶光殿, 大妃願佛掛焉。 歲久雨漏, 有所不新, 難以掛像。" 於是托於宗室, 達於宮禁, 旣受府庫之穀帛, 又受宗室之勸緣, 縱橫於中外, 誑誘於公私, 閭閻風靡, 郡縣雷動, 富者則罄竭財産, 而稱爲同願, 貧者又黽勉稱貸, 而號曰隨喜, 禾未登場, 而先入於髡者之倉; 帛未下機, 而預歸於髡者之篋, 富於鄕曲, 害於州里, 其於世道之升降、風俗之轉移, 非細故也。 假令易一榱改數瓦, 其爲供費, 皆民之財産也。 惜十家之産, 唐宗愛一殿之材, 則所當禁絶之者也。 矧今檜巖, 棟宇凌空, 珠金眩目, 回欄傑閣, 無慮數百, 其中豈無一壁掛像之處乎? 敢爲是說者, 誠以憑藉此事, 興復其道也。 近年以來, 水旱相仍, 年穀不登, 吾民之生, 朝夕不繼, 彼僧之食, 豐歉如一。 民飢而死者有矣, 僧飢而死者鮮矣。 不蠶不耕, 坐獲溫飽, 虛費億兆之財, 無益毫釐之用, 遞生驕恣, 或游於茶酒之肆; 自相誇尙, 或相與小民爭利, 謀營貸財, 擁畜妻子, 悖淸淨之方, 彰穢惡之行, 乃何窺其室者聽慈悲之設, 而靡不悅從, 過其門者聞罪福之言, 而亦皆敬信乎? 臣等竊爲聖朝惜也。 不寧惟是, 告成之後, 或稱落成, 或稱轉經, 宗室爭趨於佛宇, 婦女雜沓於周道, 信惑寂滅之道, 耗蠧國家之財, 取笑於當時, 貽譏於後世, 未必無其兆也。 《書》曰: "監于先王成憲, 其永無愆。" 《詩》曰: "不愆不忘, 率由舊章。" 蓋創業垂統之君, 其慮遠也深, 故其立法也精。 矧我(太租)〔太祖〕 太宗排斥之法, 布在《六典》, 垂訓萬世, 其心思之勤、制度之密, 建天地而不悖, 俟百聖而不惑。 伏願殿下善繼善述, 愼終如始, 守此之法, 堅如金石; 行此之令, 信如四時, 蕩除夷法, 勿使作新, 人其人火其書, 期以歲月, 待以自斃, 則道無二致, 國無異俗, 大倫旣正, 大道常行, 人知忠君孝父之爲先務, 不知飯佛齋僧之爲何說, 於變之治、風動之化, 可指日而待矣。 臣等聞人主一身, 四方之表; 人主一心, 萬化之源, 而況法者爲國之大柄, 信者人君之大寶也, 此柄一搖則四方之表不正, 此寶一失則萬化之源不淸。 伏願殿下, 特留宸念, 益堅一心, 使是法如日麗天, 使是信如水行地, 區分玉石, 昭辨薰蕕, 制治于未亂, 保邦于未危, 則咸曰大哉王言, 又曰一哉王心, 下民昭知莫犯, 官吏守之不疑, 臺諫賴之而淸化, 殿下因之而垂拱矣。 夫繼世守文之主, 躬行正道, 以訓示子孫, 其末流猶入於邪逕, 況示之以非法乎? 此而不禁, 比如投薪救火, 揚湯止沸。 臣恐異端之敎, 日新月盛, 惟玆臣庶, 隨風而靡, 不經數歲, 祖尙虛無, 耳聞目見, 皆非舊物。 萬代之後, 謂方今爲何如時乎? 可不寒心哉! 昔 太武誅沙門, 太宗汰憎尼, 今殿下以之資, 撫亨嘉之運, 語德則未爲遠, 論治則不足方, 而今所爲, 更欲處 唐宗之下乎? 伏願殿下, 遠遵古制, 近守家法, 愛惜嚬笑, 敬愼動靜, 以愼觀聽, 以定趨向, 功加于時, 德垂後裔, 於計爲長, 豈不幸哉! 臣等螢窓末學, 幸際昌期, 學, 非曰能之, 辨是與非, 誰無此心! 每念此徒有累於盛治, 如蝃蝀之於泰和也。 趑趄囁嚅, 遂至於此, 疚心如狂, 不覺發言, 敢披情懇, 仰瀆聰聞。 伏惟殿下, 廓日月之明, 恢江海之量, 萬幾之暇, 特垂睿覽。

上曰: "爾等之言是矣。 然檜巖非創於今日, 特修葺而已。 爾等所謂托於宗親之事, 非予所知。"


  • 【태백산사고본】 20책 64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555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