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친히 헌릉에 제사지내다
친히 헌릉(獻陵)에 제사를 지냈는데 수행한 신료(臣僚)들도 의식대로 배제(陪祭)하였다. 도성에 머무르고 있는 문무 여러 신하들이 흥인문 밖에 나와서 맞이하였는데 조복(朝服)을 입지 말게 하였다. 문과 다리와 거리에 모두 채붕(綵棚)을 맺었다. 임금이 주차소(晝次所)에 이르러 먼저 지신사 안숭선을 보내어 이르기를,
"도로가 협착하니 여러 신하들이 시립(侍立)하지 말고, 또 오늘은 구름이 많이 끼었으니 만약 비가 내리면, 문과 다리와 거리의 채붕 및 유생과 교방의 가요(歌謠)를 모두 없애라."
하였다. 숭선이 명을 받들고 유생과 교방의 가요청에 이르러 그 절차를 익혔다. 임금이 대여(大輿)를 바꾸어 타고 큰 의장(儀仗)을 갖추어 흥인문으로 들어가니, 성균관과 오부(五部)의 학생 7백 25명이 가요를 올렸다. 그 글에 이르기를,
"엎드려 살피건대, 주상 전하께서는 신성(神聖)한 자질로 융성한 운수를 만나, 백성이 편안하고 만물이 풍성하며, 예악(禮樂)이 일어나고 모든 일이 다 밝아 구공(九功)을 이루었으나, 오히려 모든 정무(政務)가 다스려지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항상 시각을 아끼고 정치에 힘써 성체(聖體)가 지나치게 근심되므로, 군신들이 그 조섭(調攝)을 청하였습니다. 이에 화창한 때를 당하여 대가가 온천에 행차하였는데, 양궁께서 다 가시어 수순(數旬)을 유하셨습니다. 멀리 있는 채운(綵雲)075) 을 바라보고 지나가던 옥연(玉輦)076) 의 모습을 상상하니, 비록 시골 사람은 기쁘게 바라보고 다투어 만세를 부를지라도, 도성 사람들의 괴롭게 기다리는 마음은 일각(一刻)이 삼추(三秋)와 같습니다. 이에, 4월 13일에 용기(龍旗)가 길을 떠나고 난여(鑾輿)가 바퀴를 돌이키니, 아름다운 기운이 성궐(城闕)에 자욱하고, 기뻐하는 소리가 신민의 입에서 흘러나옵니다. 신 등은 학교에 매인 몸으로 요(堯)와 같은 성세를 만나, 오래도록 인재를 기르는 교화를 받으면서 한갓 은혜만 입었는데, 마침 대가가 돌아오심을 보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두 번 절하고 송축을 올립니다."
하고, 가사는,
"밝으신 성주(聖主)께선 거룩한 덕을 하늘에서 받으셨네. 큰 유업 이어받아 우리 조선 다스리니, 도덕이 높고 교화가 흡족하여 문물(文物)이 빛나도다. 태평한 이 업적은 옛날보다 높았건만, 다스렸다 않으시고 밤낮으로 힘쓰시어, 건강에 해를 끼쳐 3월이라 늦은 봄에 온천에 행차하사, 성궁(聖躬)이 편안하고 병환이 쾌하셨네. 백성의 괴로움을 살피시고 놀이를 않으시니, 난여(鑾輿)가 이르는 곳에 거리마다 사람일세. 남녀노소(男女老少) 머리 조아려 수레 앞에 절하면서, ‘우리 임금 은덕으로 어깨를 쉴 수 있고, 우리 임금 어짊으로 편안하게 잠을 자니, 성은(聖恩)을 생각하매 보답할 길 없나이다. 아무쪼록 무병하사 만년 향수하옵소서.’ 축원하네. 교외(郊外)에 머무신 지 수순(數旬)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니 도성 사람 오랫동안 기다렸네. 수레를 돌이키자 많은 사람 시종(侍從)하고 깃발이 휘날리니, 신민(臣民)이 기뻐하고 산천도 반기는 듯, 모든 사람 노래하고 춤추네. 부모가 오시니 즐겁지 않으리오. 변변치 못한 소신들도 교화를 입었사와 이 가사(歌詞)를 올리옵고, 충성한 마음 이기지 못하여 원하노니, 성수는 산같이 변함 없고 길이 태평을 누리시어 자손 만대에 전하소서."
하고, 여기(女妓)가 가요를 올려 이르기를,
"엎드려 난여가 서울에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가사를 올리고 아울러 단인(短引)을 지어 올립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임금이 되고 스승이 됨에는 신과 백성의 소망에 맞아야 하고, 백성을 편하게 하고 도와주어야 해가 뜨는 것과 같이 기뻐하여, 사녀(士女)들이 환영하고 산천도 감동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주상 전하께서는 부모처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백성을 편안하게 하였으니, 대가가 한번 순행(巡幸)하자 집집마다 서로 경하(慶賀)하였는데, 하물며 화창한 시절에 〈온천에 목욕하고〉 모든 재액을 없애는 상서를 맞았을 때이리오. 첩 등은 법부(法部)의 천한 공인(工人)으로 요지(瑤池)의 작은 재주나마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춤추고 노래 부릅니다."
하고, 가사에,
"햇볕이 밝으니 산천이 아름답고, 바람이 따뜻하니 만물이 새롭도다. 이처럼 좋은 때에 난여가 순행하니, 태평한 봄시절을 다 함께 즐기도다. 임금의 수레가 가까이 돌아오자 도성 안 사람들이 고개를 내밀고 자주 축원하는 노래를 불렀네. 하늘이 우리 왕실을 보호하사 만세토록 우리 백성을 다스리게 하소서."
하였다. 풍악이 앞을 인도하였는데 형조 앞길에 이르러 주악을 그치게 하였다. 신시(申時)에 중궁이 환궁(還宮)하였는데, 각사(各司)에서 한 사람씩 흥인문 밖에 나와서 맞이하고, 여기(女妓)가 가요를 올리기를,
"중궁 전하께서 서울에 돌아오시니 경축하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가사를 드리고 아울러 단인(短引)을 지어 올립니다. 엎드려 아뢰옵건대, 옥연을 따라 온천에 목욕하시와 혈기가 화평하게 좋아지시니, 요함(瑤緘)을 받들고 선동(仙洞)에 나가 삼가 송축하는 글을 올리나이다. 변변치 못한 노래를 더럽다 마시고 받아들이옵소서."
하고, 가사에,
"아름다운 온천 물도 맑은데, 화창하게 갠 날은 밝기도 하다. 빛나는 난연(鑾輦) 무사히 돌아오니, 초목도 또한 즐거워하네, 도성문 밖에는 비단이 휘날리고, 난연의 길 앞에는 젓대와 노래소리, 이원(梨院)077) 의 젊은이들 새 곡조 연주하며, 하늘같이 수하기를 축원하옵네."
하였다. 풍악이 연주되고 앞을 인도하여 홍례문(弘禮門) 안 영제교(永濟橋)에 이르러 그쳤다. 흥인문에서 광화문까지 좌우 길가에는 부교(浮橋)를 매고 관광하는 자가 만 명으로 계산되었다. 수행한 여러 신하들과 도성에 머물러 있던 여러 신하들의 환궁 예식을 없애게 하였다. 중궁과 동궁도 또한 이것을 없애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60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465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행행(行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예술-음악(音樂)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75]
○丙午/親祭獻陵, 隨駕臣僚陪祭如儀。 留都文武群臣, 出迎於興仁門外, 命除朝服, 門橋街巷皆結綵。 上至晝次, 先遣知申事安崇善曰: "道路狹窄, 命除群臣侍立。 且今日密雲, 若雨則門橋街巷結綵及儒生敎坊歌謠, 皆使除之。" 崇善承命至儒生敎坊歌謠廳, 習其節次, 上改乘大輦, 備大儀仗, 入自興仁門。 成均五部學生七百二十五人, 獻歌謠曰:
伏覩主上殿下, 以神聖之資, 撫盈盛之運, 民安物阜, 禮備樂興, 庶績咸熙, 九功攸敍, 尙慮萬幾之未理, 常惜寸陰而勵精, 聖體過於優勤, 群臣請其調攝。 於是時方和煦, 駕幸溫泉, 兩宮偕行, 數旬而駐。 望綵雲之迢遞, 想玉輦之經過。 雖郊野之欣瞻, 爭呼萬歲; 乃都人之苦徯, 如過三秋。 乃於四月一十三日, 龍旗啓行, 鸞輿旋軫, 佳氣藹於城闕, 歎聲溢於臣民。 臣等跡寄虞(痒)〔庠〕 , 身遭堯日。 久承菁莪之化, 徒荷恩私; 屬覩翠華之廻, 不勝慶抃。 謹拜手稽首獻頌曰: 明明聖主, 盛德膺天。 光承景緖, 御我朝鮮。 道隆化洽, 文物煥然。 太平之業, 超越古先。 不謂已洽, 惟日乾乾。 每勤宵旰, 稍違節宣。 乃於暮春, 巡幸靈泉。 聖躬載寧, 微痾永痊。 因而省民, 匪爲遊畋。 鑾輿所至, 巷溢街塡。 耄倪士女, 稽首輦前。 我后之德, 我得息肩。 我后之仁, 我得晏眠。 我思聖恩, 圖報無緣。 庶幾無疾, 永享萬年。 駐蹕于郊, 數旬未旋。 都人久徯, 車駕言旋。 徒御侁侁, 旗旐翩翩。 歡騰臣庶, 喜動山川。 無小無大, 抃舞相傳。 父母孔邇, 胡不樂焉? 微臣狂簡, 亦被陶甄。 獻此歌詞, 不勝拳拳。 益願聖壽, 如山不騫。 永保太平, 垂裕綿綿。
女妓獻歌謠曰:
伏覩鸞駕還京, 無任慶抃歡愉之至, 謹獻歌詞, 竝疏短引。 伏以作之君作之師, 允協神民之望; 何以休何以助, 擧欣天日之臨。 士女歡迎, 山川動色。 恭惟主上殿下推父母之仁愛, 納黎庶於平康。 車駕一巡, 室家相慶。 況當和煦之節, 茂膺除祓之祥! 妾等法部賤工, 瑤池末技。 不勝蹈舞, 發於(樞)〔謳〕 吟。 詞曰: 日淨郊原麗, 風暄物象新。 鑾輿巡省正良晨, 同樂太平春。 玉輦旋期近, 都人引領頻願歌。 天保祝楓晨, 萬歲莅東民。
奏樂前導, 至刑曹前路, 命止之。 申時, 中宮還宮, 各司一員迎于興仁門外, 女妓獻歌謠曰:
伏覩中宮殿下還幸京師, 無任慶抃歡欣之至, 謹獻歌詞, 竝疏短引。 伏以隨玉輦而浴溫泉, 榮衛遂和平之吉。 奉瑤緘而出仙洞, 低昻獻頌禱之詞。 不鄙欨歈, 優垂採納。 詞曰: 漂緲湯泉淨, 淸和霽景鮮。 煌煌鑾輅好言旋, 草木亦欣然。 羅綺都門外, 笙歌輦路前。 利園子弟奏新篇, 願獻壽齊天。
奏樂前導, 至弘禮門內永濟橋而止。 自興仁門至光化門, 左右道傍結浮橋, 觀望者以萬計。 命除隨駕群臣及留都群臣行禮, 中宮東宮, 亦命除禮。
- 【태백산사고본】 19책 60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465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행행(行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예술-음악(音樂)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