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정형과 가부 논의를 일절 구양수의 논한 바에 따를 것에 관한 정인지의 상서문
동지춘추관사(同知春秋館事) 정인지(鄭麟趾)가 상서하여 아뢰기를,
"지금 올린 구양수(歐陽脩)의 논주(論奏)가 매우 사관(史官)의 직분(職分)를 얻었사온즉, 오늘날 우리 나라의 예의정형(禮義政刑)과 가부논의(可否論議)를 일절 구양수의 논한 바에 따르고, 춘추관(春秋館)으로 하여금 때를 따라 수찬(修撰)케 하시어 이름을 ‘시정기(時政記)’라 하옵시면, 그 나머지의 기밀사(機密事) 및 인물의 현불초(賢不肖) 따위의 일들은 저절로 이루어진 법과 같이 되어, 뒷날에 가서는 국사(國史)가 거의 소루(踈漏)함에 이르지 아니할 것입니다."
하므로, 의정부에 내려 함께 의논하게 하니, 모두가 아뢰기를,
"법을 새로 세우면 폐단이 생기오니 그전대로 행함이 옳겠나이다."
하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내가 전일(前日)에 공조 참의 조뇌(趙賚)로 행 상호군(行上護軍)을 제수코자 하였더니, 병조에서 아뢰기를, ‘첨지 중추(僉知中樞)로서 행 상호군이 되는 것은 이미 전례(前例)가 있사오나, 참의(參議)로서 행 군직(行軍職)을 제수한 것은 아직 보지 못하였나이다.’ 하므로, 내 그런대로 따르고 있으나, 이제 다시 생각하매, 일찍이 첨지(僉知)를 지낸 자는 비록 행 상호군이 되더라도 으레 그런 사실이 있으나, 첨지를 지내고 않고서 행 상호군을 제수하면, 그를 첨지라고 부르는 것이 마치 검직(檢職)과 비슷하니, 동반(東班)으로서 서반(西班)의 직사(職事)를 행함에 통하는 법이 없지 않은가."
하니, 황희 등이 아뢰기를,
"서반으로서 동반을 행하고, 동반으로서 서반을 행함은 이미 전규(前規)가 있사온즉, 어찌 참의(參議)에 있어서만 통하지 아니하겠나이까."
하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율학(律學)은 비록 교관(敎官)·훈도(訓導)에 임명되었다 하더라도 그 요령을 얻지 못할 것이며, 또한 천하고 욕됨을 싫어하니, 형조 정랑(正郞)·좌랑(佐郞)으로서 율학에 겸하여 임명하여, 이들로 하여금 살피고 징험하게 하고자 하노라."
하니, 황희 등이 아뢰기를,
"예조의 검상관(檢詳官)의 예에 따라 한 사람을 겸하여 임명하면 반드시 서로 이익됨이 있을 것이오며, 그 직함(職銜)인즉 율학 검상관(律學檢詳官)이라 부르심이 편하겠나이다."
하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회안군(懷安君)의 사위 이대생(李大生)이 지금 감찰(監察)에 임관되었으나, 헌부(憲府)에서 고신(告身)을 서경하지 아니하고 다시 개차하기를 상소로 청하였는데, 내 생각으로는 회안군이 죄를 받은 뒤에 태종께서 대생에게 혼인을 허락하신 것은, 뜻하건대, 벼슬길을 열어 주고자 하신 뜻이라 여겨진다. 또 박경무(朴景武)도 일찍이 감찰의 직임을 지냈은즉 유독 대생에게만 통하지 아니함은 어찌함인가."
하니, 황희·맹사성 등이 아뢰기를,
"태종조(太宗朝)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하셨더라도 오늘날에 있어서는 태종 때의 예로서 대우할 수는 없사오니, 다른 관직을 주심이 옳겠나이다."
하고, 안순(安純)은 아뢰기를,
"다른 관직도 과하옵니다. 그런데, 하필 감찰을 제수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황희 등의 의논을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58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3책 428면
- 【분류】역사-편사(編史)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교육-특수교육(特殊敎育)
○同知春秋館事鄭麟趾上書曰:
今進(歐陽脩)〔歐陽修〕 論奏, 甚得史官之職。 今我國家禮義政刑及可否論議, 一依(歐陽脩)〔歐陽修〕 所論, 令春秋館逐時修撰, 名曰時政記, 其餘機密事及人物賢不肖等事, 自如成法, 以待後日, 則國史庶幾不至於疎漏。
下議政府同議。 僉曰: "法立弊生, 宜仍舊。" 上又曰: "予於前日, 欲以工曹參議趙賚授行上護軍, 兵曹啓: ‘以僉知中樞行上護軍, 則已有前例, 以參議行軍職者, 未之見也。’ 予姑從之。 今更思之, 曾經僉知者, 則雖行上護軍, 自有其實, 不經僉知, 而授行上護軍, 則其稱僉知, 似乎檢職。 以東班行西班職事, 無乃不通之法乎?" 喜等曰: "以西班行東班, 以東班行西班, 已有前規, 何獨於參議不通乎?" 上又曰: "律學雖差敎官訓導, 亦未盡得其要, 且厭賤辱。 欲以刑曹正佐郞, 兼差律學, 使之考驗。" 喜等曰: "依禮曹檢詳官例, 兼差一人, 則必有相益。 其職銜則稱爲律學檢詳官爲便。" 上又曰: "懷安君女壻李大生, 今拜監察, 憲府不署告身, 疏請改差。 予則以爲懷安受罪之後, 太宗許大生爲婚, 意欲通仕路也。 且朴景武曾經監察之任, 而獨於大生不通何如?" 喜、思誠等曰: "在太宗朝雖若此, 在今日不可以太宗之例待之, 宜授他官。" 安純曰: "他官亦過矣, 何必授監察?" 從喜等議。
- 【태백산사고본】 18책 58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3책 428면
- 【분류】역사-편사(編史)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교육-특수교육(特殊敎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