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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56권, 세종 14년 4월 29일 정사 2번째기사 1432년 명 선덕(宣德) 7년

정초가 새로 주조한 종의 명을 지어올리다

예문관 대제학 정초가 새로 주조(鑄造)한 종의 명을 지어 올리었다. 그 글에 이르기를,

"지금 임금께서 즉위하신 지 15년인 임자년 여름에 새로 종을 주조하여 장차 궁궐의 문에 달게 되었는데, 여러 신하들이 명을 새겨 놓기를 청하므로 임금께서 신(臣) 초(招)에게 〈명을 지으라고〉 명하셨다. 신 는 삼가 재배(再拜)하고 머리 조아리며 명을 바치노라."

하였다. 그 명에 이르기를,

"아아, 거룩하신 태조이시여. 총명하시고 신무(神武)하사 천명에 순응하고 인심에 호응하시니 동쪽 나라의 땅 남김없이 가지시어 백성들의 왕이 되셨네. 용감하고 굳센 태종께서는 밝은 정치 잘하시어 임금 노릇 잘하시고, 천자(天子)를 극진하게 섬기시니 크게 훌륭한 명성(名聲)은 일어나고 나라는 창성하였네. 지금 임금 즉위하여 기업(基業)을 이으시매 선왕의 남기신 훈업(勳業)을 더욱 두텁게 하시네. 정신을 가다듬어 정치를 힘쓰시니 모든 것이 마땅하여 결함(缺陷)이 없으시나, 겸허하여 그 광명을 드러내지 않으시네. 충심(忠心)으로 사대하고 성의로 교린(交隣)하시니, 천자는 은총을 내리고 우방(友邦)은 평화를 지키며 백성들은 태평하고 편안하네. 이에 전적(典籍)을 고증(考證)하여 예와 악을 일으키니 문물은 찬란하게 빛이 나고, 피리와 종경(鍾磬) 소리 번갈아 일어나니 화기(和氣)는 상서(祥瑞)를 불러 오네. 하늘은 도를 아끼지 아니하여 흐뭇이 감로(甘露)를 내리고, 땅은 보화를 아끼지 아니하여 바다에서 낭간(琅玕)이 나니 거듭된 내리심이 가이 없구나. 이에 큰 종을 주조하여 궁문(宮門)에 달아 놓고, 조회(朝會) 때엔 엄고(嚴鼓)를 울리고, 새벽과 저녁에는 문한(門限)을 알리니 그 소리 웅장하고 조화(調和)가 있네. 모든 아랫사람들이 말을 같이하여 임금의 높으신 공(功) 새기기를 청하니, 신은 절하고 머리 조아리면서 종에 명을 지어 장구한 뒷세상에 드리워 보이노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56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387면
  • 【분류】
    예술-미술(美術) / 왕실-종사(宗社) / 어문학-문학(文學)

    ○藝文大提學鄭招製進新鑄鍾銘, 其辭曰:

    今上卽位之十五年壬子夏, 新鑄鍾, 將以懸于宮門, 群臣請銘, 上以命臣, 臣謹再拜稽首獻銘。 銘曰: 於皇太祖, 聰明神武, 順天應人, 奄有東土, 下民之王。 桓桓太宗, 克明克君, 昭事天子, 誕有令聞, 而邦其昌。 今上繼緖, 益篤前烈, 勵精圖治, 咸中罔缺, 不顯其光? 事大以忠, 交隣以誠。 天子錫寵, 友邦輸平, 民用平康。 遐稽典籍, 興禮修樂, 文物渙然, 笙磬交作, 和氣致祥。 天不愛道, 甘露汍瀾; 地不愛寶, 海出琅玕, 申錫無疆。 乃作景鍾, 乃置宮門, 以嚴朝會, 以限晨昏, 厥聲喤喤。 群下同辭, 請勒隆功, 臣拜稽首, 用銘于鍾, 垂示永長。


    • 【태백산사고본】 17책 56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387면
    • 【분류】
      예술-미술(美術) / 왕실-종사(宗社)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