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과거응시를 정지하라 상소한 김중곤 등을 국문하라 하다
사간원(司諫院)에서 상소하기를,
"과거 제도를 설치한 것은 인재(人才)를 시취(試取)하기 위함이요, 적서(嫡庶)를 밝히는 것은 명분(名分)을 바로잡기 위한 것입니다. 한 가지라도 어쩌다가 마땅한 바를 잃어 버리면 사람을 뽑아 쓰는 것이 완전하지 못할 것이며 명분이 문란하여질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응시자의 성명(姓名)을 기록할 때에는 반드시 보결(保結)033) 을 받은 뒤에 응시하는 것을 허가하여 선비를 시취하는 법이 엄중합니다. 지금 이선(李宣)이 국가의 과시(科試)에 응시하에 되었으니 과거를 존중하는 도리에 어떠합니까. 선은 이미 3품에 이르렀으니, 어찌 반드시 과거에 급제한 뒤라야 세상에 쓰일 수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그가 과거에 응시하는 것을 정지 시키어 명분(名分)을 밝히시면 공정(公正)한 도리에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소(疏)를 보니, 그 뜻을 모르겠노라."
하였다. 우헌납(右獻納) 이사증(李師曾)이 대답하기를,
"선(宣)은 벼슬이 3품에 이르렀으니, 비록 과거에 합격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세상에 쓰이게 될 것이며, 또 적서(嫡庶)의 구분(區分)은 바로잡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대들의 뜻을 내 아직 알 수 없노라."
하고, 인하여 하교하기를,
"그대들은 용서 받을 수 없는 죄를 범(犯)하였으니 다시 말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
하였다. 드디어 의금부(義禁府)에 전지(傳旨)하기를,
"간원들이 이선을 서얼(庶孽)이라 하여 과거의 응시를 정지시키라고 주청하였다. 임금의 자손을 서얼이라 일컬어 벼슬길을 닫아 막으려고 하였으니, 그들의 정상과 사유를 추국(推鞫)하여 아뢰라."
하고, 안숭선에게 명하기를,
"내일 아침 바로 의금부에 가서 국문하고, 좌사간 김중곤(金中坤)·우사간 권선(權繕)·지사간(知司諫) 윤수미(尹須彌)·좌헌납(左獻納) 배추(裵樞)·우헌납 이사증(李師曾)·좌정언(左正言) 김숙검(金叔儉)을 수금(囚禁)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56권 1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80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선발(選拔) / 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왕실-종친(宗親)
- [註 033]보결(保結) : 보증서.
○司諫院上疏曰:
設科擧, 所以取人才; 明嫡庶, 所以正名分, 一或失宜, 選用不精, 而名分紊矣。 我國家記擧子姓名之時, 必取保結, 方許赴試, 取士之法嚴矣。 今李宣獲赴國試, 其於重選之道何如? 宣已至於三品, 何必登第, 然後見用於世乎? 伏望命停赴試, 以正名分, 公道幸甚。 上曰: "今見章疏, 未知其旨。" 右獻納李師曾對曰: "宣位至三品, 雖不中第, 自見用於世。 且嫡庶之分, 不可不正。" 上曰: "汝等之意, 予尙未知。" 仍敎曰: "汝等犯不赦之罪, 勿復言歸第。"
遂傳旨義禁府:
諫員以李宣爲庶孽, 請停赴試。 人君子孫, 稱爲庶孽, 欲蔽塞仕路, 其鞫情由以啓。 命安崇善曰: 明朝直詣義禁府鞫之。 卽囚左司諫金中坤、右司諫權繕、知司諫尹須彌、左獻納裵樞、右獻納李師曾、左正言金叔儉。
- 【태백산사고본】 17책 56권 1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80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선발(選拔) / 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