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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55권, 세종 14년 3월 18일 정축 2번째기사 1432년 명 선덕(宣德) 7년

참찬 이맹균이 직임의 해면을 주청한 상서

참찬 이맹균이 상서하기를,

"신은 사환가(仕宦家)의 쇠미한 후예(後裔)로서 쓸모 없는 낮은 재질(材質)입니다. 요행으로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실은 학식이 없습니다. 또 관리로서의 기술은 항상 남의 하위(下位)에 있었습니다. 다행하게 성상의 사랑과 돌보아 주심을 입어, 거듭 영화스럽고 긴요한 벼슬을 역임(歷任)하고 정부에 참예하기에 이르렀으나, 조그마한 물방울이나 작은 티끌만큼의 보좌(補佐)도 없으면서, 한갓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다는 세상의 나무람을 재촉할 뿐이었습니다. 실피고 따름이 알맞지 않아 항상 두려움이 넘치는데, 지금 또 다시 은총(恩寵)을 입어 겸 성균 대사성(兼成均大司成)에 임명되니 놀라고 두려워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며, 근심과 함께 부끄러운 땀이 흐릅니다. 가만히 생각하오니, 겸 대사성은 한 나라 학자의 사표(師表)가 되는 것입니다. 신의 선조(先祖) 신(臣) 색(穡)이 처음 〈이 벼슬을〉 하였으며, 그 뒤를 서로 이은 자로는 정몽주(鄭夢周)·박의중(朴宜中)·이첨(李詹)·권근(權近)·조용(趙庸)·변계량 같은 이가 있어서 다 경술(經術)과 문장이 세상에서 존중을 받는 자들입니다. 돌아보건대, 신과 같은 자는 경서(經書)에 있어서 훈고(訓詁)023) 의 말절(末節)에도 오히려 통하지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어찌 감히 위의 여러 군자(君子)들을 계승(繼承)하여 함부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물의(物議)가 번갈아 일어나며 여러 유생(儒生)들의 손가락질하는 조소(嘲笑)가 있을 것을 깊이 두려워합니다. 비록 염연(恬然)히 부끄러워하지 않고 억지로 이 자리에 있고자 할지라도 여러 유생들이 다투어 의심나는 글의 뜻을 가지고 와서 앞에서 어렵게 문의하면, 장차 어떻게 거기에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감히 임금의 위엄을 더럽히면서 부월(鈇鉞)의 벌 주실 것을 피하지 아니하고 아랫 심정(心情)을 진술하는 것입니다. 또, 신은 기품(氣稟)이 본래부터 허약하고 섭생(攝生)에 졸렬하여, 소장(少壯) 때로부터 항상 질병(疾病)에 걸려 있었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60세를 넘으니 온갖 병이 번갈아 침공(侵攻)하여 눈은 매우 어두워지고, 귀도 또한 듣기가 어려우며, 일에는 건망증(健忘症)이 많고, 시책(施策)과 조처(措處)에 어둡습니다. 노쇠하기가 이에 이르렀으니 사리(事理)가 마땅히 물러나서 쉬어야 하겠습니다. 어찌 영화를 탐내고 녹(祿)에 구차하게 하여 오래도록 어진 사람의 진로(進路)를 가로막아 남에게 망령되다는 말을 들어야 하겠습니까. 한가하게 살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즐겨서 정신과 뜻을 휴양한다면, 혹은 삶을 연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삼가 엎드려 비옵건대, 착하신 자비심(慈悲心)으로 신의 직임(職任)을 해면(解免)하셔서 시종(始終)의 은혜를 보전하도록 하옵소서."

하였으나, 허가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55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78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註 023]
    훈고(訓詁) : 자귀(字句)의 해석.

○參贊李孟畇上書曰:

臣衣纓衰緖, 樗櫟下材, 僥倖登(料)〔科〕 , 實無學識, 又於吏術, 常在人下, 幸蒙聖上之眷顧, 荐歷華要, 至參政府, 略無涓埃之補, 徒速尸素之譏。 省循非稱, 恒懼溢至, 今復荷寵恩, 得兼成均大司成, 驚惶失措, 愧汗交恤。 竊惟兼大司成, 爲一國學者之師表。 臣先祖臣始爲之, 自後相繼者有若鄭夢周朴宜中李詹權近趙庸卞季良, 皆經術文章, 爲世所重者也。 顧如臣者, 其於經書訓誥之末, 尙多不通, 安敢承向之數君子, 而冒居是職乎? 深懼物議之交騰, 諸生之指笑也。 雖欲恬不爲愧, 冒居是職, 諸生爭以疑義, 問難於前, 將何以對之? 此敢瀆宸嚴, 不避鈇鉞之誅, 而陳其下情也。

且臣氣稟素弱, 拙於攝生, 爰自少壯之時常罹疾疹, 卽今年過六十, 百疾交攻, 目甚昏耗, 耳又重聽, 事多健忘, 昧於施措, 衰憊至此, 理宜退休, 豈可貪榮苟祿, 久防賢路, 以取欺於人乎? 閑居自適, 怡養精情, 或可延生, 伏乞聖慈, 俾解臣職, 以全始終之惠。

不允。


  • 【태백산사고본】 17책 55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78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