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에서 박연의 말을 빌어 묘정의 헌현 설치 장소의 확장을 아뢰니 허락하다
예조에서 아뢰기를,
"봉상 판관 박연(朴堧)이 상언하기를, ‘무일(舞佾)의 위치는 옛 현인의 도설(圖說)을 상고하여 보니, 바로 묘(廟)의 가운데에 있고 악현의 북쪽에 있지 않습니다. 아조(我朝)에서 악현의 북쪽 섬돌의 남쪽에 벌여 놓은 것은 이미 옛 제도에 어긋납니다. 또 땅이 좁고 위치가 좁아서 나아가고 물러서며 변화(變化)를 지을 도리가 없어서 진실로 온당하지 아니합니다. 이제 악무 진퇴(樂舞進退)의 법을 자세히 상고하여 보니, 선유(先儒)가 말하기를, 「일무를 추는 데는 사표(四表)를 세우고, 춤추는 사람이 남표에서부터 이표(二表)에 이르는 것을 일성(一成)이라고 하고, 이표(二表)로부터 삼표(三表)에 이르면 이성이라고 하며, 삼표로부터 북표(北表)에 이르면 삼성(三成)이라고 하고, 다시 남쪽을 전향(轉向)하여 북표로부터 이표에 이르면 사성이라고 하며, 이표로부터 삼표에 이르면 오성, 삼표로부터 남표에 이르면 육성(六成)이라고 하였습니다. 풍악도 또한 여섯 번 변화합니다. 그리하여야 천신(天神)이 다 강림(降臨)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천신을 제사하는 환종궁(圜鍾宮) 육변의 춤입니다. 또 남표로부터 이표에 이르면 칠성이 되고, 이표로부터 삼표에 이르면 팔성이 되는 것입니다. 풍악도 또한 여덟 번 변화합니다. 그리하여야 땅의 귀신이 다 나와 응감(應感)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땅의 신을 제사하는 함종궁(函鍾宮) 팔변의 춤입니다. 또 삼표로부터 북표에 이르면 구성이 되고, 풍악 또한 아홉 번 변화합니다. 그리하여야 사람 귀신도 제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 귀신을 제향하는 황종궁(黃鍾宮) 구변(九變)의 춤이라.」고 하였습니다. 상고하여 보건대, 이 사표 진퇴의 절차는 즉 무무의 법입니다. 문무에는 명백한 설이 없습니다. 선유 가공언(賈公彦)은 말하기를, ‘무무에 사표가 있으니 문무에도 또한 응당(應當) 사표가 있을 것이다. ’고 하였습니다. 진상도(陳常道)의 《예서(禮書)》에 말하기를, ‘가공언의 말이 사리에 혹은 그럴싸한 것 같다. ’고 하였습니다. 또 아조에서도 지나간 을해년 겨울에 대제를 친행(親行)할 때에, 제조(提調) 정도전(鄭道傳)·민제(閔霽)·권근·한상경 등이 찬수(撰修)한 《의궤(儀軌)》 속에 문·무 두 가지의 춤을 각각 사표(四表)로 하고 서로의 거리를 4보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무일을 악현의 북쪽 섬돌 사이에 두고 나아가고 물러가는 절차는 없습니다. 원하옵건대, 옛 제도에 의거하여 무일을 전정의 가운데에 벌여 육변·팔변·구변의 의식(儀式)을 다하게 하십시오. ’라고 하였습니다. 본조에서 상정소와 더불어 같이 살펴보오니, 위에서 말한 묘정에 헌현(軒懸)을 설치한 곳은 실로 비좁습니다. 청하옵건대, 남쪽 섬돌에서부터 9보(步)를 더 넓히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55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3책 374면
- 【분류】예술-음악(音樂) / 예술-무용(舞踊) / 역사-고사(故事)
○禮曹啓: "奉常判官朴堧上言:
舞佾之位, 考之古賢圖說, 乃在廟之中, 不在樂懸之北, 我朝陳之於懸北階南, 旣失古制矣, 又地窄位狹, 無進退作變之理, 誠爲未便。 今詳樂舞進退之法, 先儒謂: ‘立四表於舞佾, 舞人自南表至二表爲一成, 自二表至三表爲二成, 自三表至北表爲三成, 乃轉而南, 自北表至二表爲四成, 自二表至三表爲五成, 自三表至南表爲六成, 則樂亦六變, 而天神皆降, 此祀天神圜鍾宮六變之舞也。 又自南表至二表爲七成, 自二表至三表爲八成, 則樂亦八變, 而地祇皆出, 此祭地祇函鍾宮八變之舞也。 又自三表至北表爲九成, 則樂亦九變, 而人鬼可得而祀矣, 此享人鬼黃鐘宮九變之舞也。’ 按此四表進退之節, 卽武舞之法也, 於文舞則未有明說。 先儒賈公彦以爲: ‘武舞有四表, 文舞亦應有四表。’ 陳常道 《禮書》云: ‘賈公彦之言, 於理或然。’ 又我朝去乙亥年冬親行大祭時, 提調鄭道傳ㆍ閔霽ㆍ權近ㆍ韓尙敬等所修儀軌內, 文武二舞, 各爲四表, 相距四步, 然舞佾在於懸北階間, 無以爲進退之節。 願依古制, 舞佾陳於庭中, 以盡六變、八變、九變之儀。
曹與詳定所同審, 上項廟庭設軒懸之處, 實爲窄狹, 請從南階, 加廣九步。" 從之。
- 【태백산사고본】 17책 55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3책 374면
- 【분류】예술-음악(音樂) / 예술-무용(舞踊)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