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참을 받고, 정사를 보다
상참을 받고 정사를 보았다. 임금이 한성부 윤 황자후(黃子厚)에게 이르기를,
"고독지술(蠱毒之術)이라는 것이 있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신이 일찍이 그것의 있고 없음에 대하여 자세하게 진주(陳奏)하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어떻게 그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신이 시험 삼아 고독자(蠱毒者)로 하여금 신에게 중독시키게 하여 실험해 보았습니다."
하니, 임금이 껄껄 웃다. 우의정 권진이 아뢰기를,
"의주는 중국과 접경하여 있는 곳인데, 인물이 도산(逃散)하여 장래가 염려됩니다. 청하건대, 사람을 보내어서 죄다 찾아 내어서 본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서 변방의 고을을 충실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헌책(獻策)이 옳다. 내가 병조로 하여금 결정하여 시행하게 하리라."
하였다. 진이 아뢰기를,
"호적은 첫째 부역을 균평하게 하고, 둘째 유리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것인데, 요사이는 여러가지 일이 많음으로 인하여 중앙과 지방의 호적을 오래도록 폐지하고 작성(作成)하지 않았으니, 모름지기 호적을 작성하게 하여야 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근래에 백성에 폐를 끼친 일이 실로 많으니, 우선 그대로 두었다가 풍년들기를 기다려서 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신상이 아뢰기를,
"이제 상정소의 공문을 보오니 생원 회시에 어보를 쓰지 않고 예조의 인을 쓰자고 하였는데, 신은 생각하기를, 선비를 시취하는 것은 중대한 일이니, 마땅히 예전대로 어보를 사용하여 학문하는 풍습(風習)을 권장(勸奬)하게 하소서."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문과 회시에도 역시 예조의 인을 쓰고 있는데, 어찌 반드시 생원시에만 홀로 어보를 사용하겠는가. 다시 상정소에 내려 주어 의논하게 하라."
하였다. 상(商)이 또 아뢰기를,
"문소전에서는 영정을 쓰고, 광효전에서는 위패(位牌)를 쓰고 있는데, 이번 원묘에 옮겨서 봉안할 때에는 영정을 쓰시겠습니까, 위패를 쓰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는 영정을 사용하는 것이 그르다고 생각한다. 태종께서도 역시 말씀하기를, ‘영정의 법은 매우 그르다. ’고 하셨다. 그러나 상정소로 하여금 의논하게 하라."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원묘의 좌향(坐向)과 차례는 장차 어떻게 할 것인가."
하니, 진(軫)이 아뢰기를,
"전조에서는 태조가 가운데에 있고 좌·우에 소(昭)·목(穆)을 모시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딴방이라면 그러할 것이다. 한 방안이라면 태조는 가운데에 있고, 태종은 서쪽에 있으며, 다음은 동쪽에 있어서 모두 남쪽을 향한다면 그 차서(次序)를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그것을 상정소와 더불어 의논하여 게주하도록 하라."
하였다. 자후가 아뢰기를,
"전에 풍수(風水)의 학을 하윤과 이직이 주관하였을 때에는 사설(邪說)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청컨대, 지금부터는 풍수 학자로 하여금 망령되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말이 옳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55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36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사법-치안(治安) / 호구-호적(戶籍) / 호구-이동(移動) / 인사-선발(選拔)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丙子/受常參, 視事。 上謂漢城府尹黃子厚曰: "蠱毒之術, 有諸?" 對曰: "臣常陳其無有。" 上曰: "何以知其無也?" 對曰: "試令蠱毒者毒臣驗之。" 上笑之。 右議政權軫啓: "義州境連上國, 而人物逃散, 將來可慮。 請遣人推刷還本, 以實邊邑。" 上曰: "卿策善矣。 予令兵曹磨勘施行。" 軫曰: "戶籍, 一以均賦役, 二以禁流移。 近因多事, 中外戶籍, 久廢不成, 須令成籍。" 上曰: "近來民弊實多, 姑待豐年爲之, 未晩也。" 申商啓: "今見詳定所移文, 生員會試, 除御寶用禮曹印。 臣以爲取士重事, 宜仍舊用御寶, 以奬文風。" 上曰: "文科會試, 亦用禮曹印, 何必生員試, 獨用御寶乎? 更下詳定所議之。" 商又曰: "文昭殿則用影子, 廣孝殿則位板。 今移安原廟, 則用影子乎? 位板乎?" 上曰: "予以影子爲非。 太宗亦曰: ‘影子之法, 甚非。’ 然令詳定所議定。" 上曰: "原廟坐向序次, 將如何?" 軫曰: "前朝則太祖居中, 左右昭穆。" 上曰: "異室則然矣。 一室則太祖居中, 太宗居西, 次居東, 俱向南, 恐其失序, 其與詳定所議啓。" 子厚啓: "前此風水之學, 河崙、李稷主之, 邪說不行。 請自今勿使風水學者, 妄有間言。" 上曰: "卿言然矣。"
- 【태백산사고본】 17책 55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36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사법-치안(治安) / 호구-호적(戶籍) / 호구-이동(移動) / 인사-선발(選拔)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