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술 술객 고중안 등에게 원묘의 터를 의논하게 하다
풍수술(風水術)의 술객(術客)인 고중안(高仲安)·최양선(崔揚善) 등이 아뢰기를,
"지금 원묘를 영건(營建)할 터를 살펴보오니, 〈궁궐 뒤의〉 용맥(龍脈)002) 을 파괴하게 되어서 음양술(陰陽術)에서는 꺼리는 바이며, 신(神)의 앞과 불(佛)의 뒤편에는 옛 사람들도 쓰지 않는 것입니다. 또 궁궐을 굽어보며 누르는 형세이니 마땅히 다른 곳에 터를 잡아야 하겠습니다."
하고, 안숭선이 아뢰기를,
"신은 이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양달을 불러서 중안·양선과 더불어 토론하게 하라."
하였다. 양달이 말하기를,
"이 땅은 정용맥(正龍脈)이 아니니 용맥을 손상할 이치(理致)가 없고, 신의 앞이니, 불의 뒤편이니 하는 것은 사신(邪神)을 말하는 것이지, 어찌 종묘의 신과 같은 신을 말한 것이겠는가. 더군다나 백악(白岳)의 신은 바로 궁궐에 임하고 있으니, 이것은 신의 앞이 아닌가. 만약 신전이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한다면 마땅히 백악의 신도 옮겨야 하겠다."
하니, 중안이 말하기를,
"이 땅은 다만 궁궐을 굽어보며 누르는 형세일 뿐 아니라 주산의 내맥(來脈)을 파괴 손상하는 것이니, 비록 한 간의 초가를 짓더라도 오히려 좋지 못한 것인데, 하물며 깊고 넓은 큰 집이겠는가. 특히 궁금(宮禁)에 임박하여서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여 집을 짓는다면 밟아서 용맥을 파괴하지 않겠는가. 또 더군다나 묘제에 이르기를, ‘당을 정침(正寢)의 동쪽에 세운다. ’고 하였는데, 이 터는 바로 궁궐의 북쪽에 있으니 옛 제도에 어긋남이 있다. 만약 성내에 터를 정한다면 옛 한양 객사(漢陽客舍)의 터가 좋고, 성밖에 터를 정한다면 동북쪽 구석에 영조(營造)하는 것이 좋다."
하였다. 양선(揚善)의 논의는 중안(仲安)의 의견과 거의 같았다. 임금이 말하기를,
"내일 아침 조계(朝啓) 때에 내가 친히 하교(下敎)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5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68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註 002]용맥(龍脈) : 산맥을 말함.
○乙亥/風水術者高仲安、崔揚善等啓: "今相營建原廟之基, 龍脈相破, 陰陽所忌, 神前佛後, 古人不用。 且臨壓宮闕, 宜擇他處。" 安崇善曰: "臣以謂無如此地。" 上曰: "其召李陽達, 與仲安、揚善詰之。" 陽達曰: "此地非正龍脈, 無傷龍脈之理。 神前佛後云者, 邪神之謂也, 豈謂如宗廟之神乎? 況白岳之神, 正臨宮闕, 此非神前乎? 若以神前爲不可, 則當移白岳之神。" 仲安曰: "此地非惟臨壓宮闕, 破傷主山來脈。 雖構一間茅屋, 尙且不可, 況渠渠廈屋, 特臨宮禁, 動衆經營, 踏傷龍脈乎! 又況廟制云: ‘堂立正寢之東。’ 則此基正在闕北, 有違古制。 若城內則古漢陽客舍之基, 城外則東北隅, 營之可也。" 揚善之議, 與仲安大同, 上曰: "明日朝啓, 予將親敎。"
- 【태백산사고본】 17책 5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68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