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주와의 교역을 위해 잣새와 꿩을 준비하게 하다
임금이 예조 판서 신상에게 이르기를,
"예전 위(魏)나라 임금 조예(曹睿)가 오(吳)나라에 사람을 보내어 말[馬]로써 주기(朱璣)·비취(翡翠)·대모(玳瑁) 등을 바꾸니, 오나라 임금 손권(孫權)이 말하기를, ‘이는 모두 내가 쓰지 아니하는 물건인데다가 말을 얻을 수 있으니 내가 어찌 아끼리요.’ 하고 주어 버렸다. 예전에도 이러하였는데 지금 우리 나라가 왜국(倭國)에 대한 경우야 더욱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왜주(倭主)가 두 번이나 실례를 하였으니 그 청을 듣지 않는 것이 마땅하지만, 옛 사람이 이르기를, ‘저이가 간사하거든 나는 진심으로 대하라. ’고 하였으니, 저희들이 실례하였다고 하여 우리의 예의를 무너뜨릴 수야 있겠는가. 내가 듣기로는 왜주는 나이가 젊어서 노리개의 물건을 간절히 구한다고 하니, 잣새[銅觜鳥]와 들꿩[野雉]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하니, 상이 아뢰기를,
"꿩은 본래 고집이 있어서 길들이기 어려울까 하옵니다."
하자, 임금이,
"지난번에 강무장(講武場)에서 흰 꿩을 잡았는데 역시 길들여서 후원에 놓았으니, 어찌 길들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느냐."
하였다. 상이,
"꿩은 경상도에서 미리 준비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옳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52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3책 319면
- 【분류】외교-왜(倭) / 역사-고사(故事)
○上謂禮曹判書申商曰: "昔魏主睿, 遣人於吳, 以馬易珠璣翡翠、玳瑁, 吳主權曰: ‘此皆孤所不用, 而可以得馬, 孤何吝焉?’ 遂與之。 古尙如此, 況我國之於倭邦乎? 倭主再爲失禮, 不從其請宜矣。 然古人云: ‘彼僻我忠。’ 豈以彼之失禮, 而虧吾之禮義乎? 予聞倭主年少, 切求戲玩之物, 銅觜鳥與野雉, 可預備之。" 商曰: "雉本耿介, 恐難馴擾。" 上曰: "往者講武所獲白雉, 亦且馴擾, 放於後苑, 何不擾之有?" 商曰: "雉則令慶尙道預備。" 上曰: "可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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