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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51권, 세종 13년 2월 20일 을묘 1번째기사 1431년 명 선덕(宣德) 6년

포천 매장원에서 추위에 얼고 굶주린 인마를 구호하다

진눈깨비가 내리다. 짐승을 영평현(永平縣) 보장산(寶藏山)으로 몰려고 몰이꾼이 이미 출발하였고, 대가를 따르는 대신(大臣)들이 아무도 이를 말리는 자가 없었는데, 총제(摠制) 홍약(洪約)이 유독 그 불가함을 주장하매 드디어 중지하였다. 대가가 포천(抱川) 매장원(每場院)에 이르러 머무르다. 진눈깨비로 인하여 날씨가 몹시 한랭하고 길이 진수렁이 되어 인마(人馬)가 모두 휴식을 얻지 못하였으며, 혹은 추위에 얼고 굶주리어 현기증(眩氣症)을 일으키며, 얼어 죽어 넘어진 자가 많았다. 도진무(都鎭撫) 성달생(成達生)이 이 사실을 아뢰니, 임금이 크게 놀라 즉시 감사(監司) 민의생(閔義生)에게 명하여, 기마인(騎馬人)을 보내어 술과 밥을 가지고 가서 이를 먹여 구하게 하였다. 해가 질 무렵에 도진무 신상(申商)이 뒤따라 이르러, 길가에서 이미 기절(氣絶)한 자 3명 외에 거의 사경(死境)에 이른 자가 무수(無數)하고, 또 말이 넘어져 있는 것이 상당수임을 보고 이 사실을 갖추 아뢰니, 승전색(承傳色) 최습(崔濕)이 대답하기를,

"성 총제(成摠制)가 이미 아뢰어 즉시 감사로 하여금 구호하게 하셨으니, 비록 다시 계달한다 하더라도 별다른 방책이 있을 수 없고, 다만 감사의 조치(措置) 여하에 달려 있을 뿐이오."

하였다. 밤에 이르러 임금이 이를 몹시 근심하고 다시 물으므로, 최습신상의 말한 바를 이야기하니 즉시 내사(內史) 전길홍(田吉洪)에게 명하여 급히 신상의 막사(幕舍)로 가서 그 연유를 물으니, 신상이 대답하기를,

"신이 이 상황을 이미 최습에게 고한 바 있습니다."

하여, 임금이 비로소 사람과 말들이 많이 넘어져 있는 것을 알고, 곧 대언(代言) 김종서(金宗瑞)·남지(南智)·송인산(宋仁山)·안숭선(安崇善)과 주서(注書) 배강(裵杠)·병조 정랑 김영(金寧)·이만간(李萬幹)·경력(經歷) 안완경(安完慶)·찰방(察訪) 황보신(黃保身)·전과(全過)·여재(呂賫) 등에게 명하여, 술과 밥을 가지고 길을 따라 그들을 구호하게 하였으나, 따라간 자들이 모두 춥고 피곤하여 남을 구조할 겨를도 없이 잇따라 넘어지는 현상이 생겨 복종(僕從)이 없어 다 구조할 도리가 없게 되자 즉시 안완경을 시켜 달려가 아뢰다. 임금이 또 사복시(司僕寺) 소속 기병 20명을 발송하여 술과 밥을 가지고 가서 구조하게 하니 밤은 이미 새벽에 이르고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살아난 자도 매우 많았으나 미처 구료하지 못하여 결국 사망한 자가 26명에 이르고 말 69필과 소 1두가 죽었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51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3책 295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보건(保健)

○乙卯/雨雪, 欲驅獸于永平縣 寶藏山, 驅軍已發, 隨駕大臣莫有止之者。 摠制洪約獨曰: "不可。" 乃止。 駕至抱川縣 每場院而次, 因雨雪氣甚寒, 道路泥濘, 人馬不得息, 或凍餒眩暈僵仆者衆。 都鎭撫成達生以啓, 上大驚, 卽命監司閔義生, 遣騎馬人, 齎酒食救活。 日沒, 都鎭撫申商後至, 見道間氣絶者三人、幾死者無數、馬之顚仆者無算, 具狀以啓。 承傳色崔濕答曰: "摠制已啓, 卽令監司救活。 雖更啓, 無他策, 在監司施措耳。" 至夜, 上軫慮, 更問之, 語及所言, 卽命內史田吉洪, 急至幕問其故, 對曰: "臣已告崔濕。" 上乃知人馬多顚仆, 卽命代言金宗瑞南智宋仁山安崇善、注書裵杠、兵曹正郞金寧李萬幹、經歷安完慶、察訪黃保身全過呂齎等, 持酒飯沿路救活, 從者皆寒困, 不暇救人, 相繼顚躋。 以無僕從, 未得盡救, 卽令完慶馳啓, 上又命司僕騎者二十人, 齎酒飯往救之, 夜已晨矣。 由此所活甚衆, 然其未及救療, 死者二十六人, 馬六十九匹, 牛一頭。


  • 【태백산사고본】 16책 51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3책 295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보건(保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