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에서 승문원(承文院)의 첩정(牒呈)에 의하여 아뢰기를,

"영락(永樂) 14년 4월 일에 본조에서 수교(受敎)하기를, ‘승문원의 직임을 띠고 있는 인원은 다른 사무를 제폐하고, 오로지 그 임무만을 다스리게 하라.’ 하셨사온데, 근년 이래 본원의 관원이 혹은 다른 사무를 맡기기도 하고, 혹은 제향의 집사(執事)로 인하여 관아에 나오는 날이 적기 때문에 본업을 버리고 있사오니, 앞으로는 한결같이 교지에 의하여 다른 사무를 정해 주지 말게 하고 그 임무에만 전력하게 하옵소서. 또 영락 15년 3월 일에 본조에서 교지를 받기를, ‘승문원에서 이문(吏文)에 능숙하고 글씨를 잘 쓰는 관원으로서, 다른 관직에 제수된 자는 본원의 직함(職銜)을 겸하게 항상 이를 익히도록 하라.’ 하셨사온데, 앞으로는 이문 습독관(吏文習讀官)으로서 다른 관직을 겸임한 자는 〈군함 체아(軍銜遞兒)의〉 녹관(祿官)이나 부득이한 공사(公事) 이외에는 항상 본원에 나와 연습하도록 하옵소서. 본원의 관원들이 혹은 문서를 쓴다거나 혹은 공문의 보고 관계, 혹은 원내의 잡무로 인하여 온갖 핑계를 해가며 나날을 허송하면서도 전심해 연습하는 자는 드문 실정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비록 상기와 같은 사고가 있더라도 허송하든가 폐지하지 못하게 하고, 일과 치부(日課置簿)를 가지고 제조관(提調官)이 무시로 고강(考講)하게 하여 통부(通否)를 치부(置簿)하게 하고, 포폄(褒貶)할 때에 이를 아울러 상고하여 시행하되 그 중에 심히 태만한 자는 즉시 문책과 벌을 가하여 징계하고, 그 나머지 관원 중에 혹은 나이가 많거나, 혹 입이 둔해서 한어(漢語)가 어려운 자에게 일체로 그 성효(成效)를 책임지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문등록(吏文謄錄)》·《지정조격(至正條格)》·《대원통제(大元通制)》 등 서적에 이르러서도 향훈(鄕訓)으로 습독(習讀)하게 하고, 제조관이 날마다 읽을 것을 가지고 그 대의(大意)를 물어 그의 근만(勤慢)을 고찰하게 하며, 학생들이 재내(齋內)에 들어와서는 우리 말로 담화하는 것을 일체 금지하고 한어(漢語)를 전용케 하여, 혹 언어가 능숙하고 겸하여 음의(音意)까지 통(通)한 자가 있으면, 제조관이 실지로 시험하여 이를 계문(啓聞)해 직위를 더하게 하소서. 《이문등록》이란 다만 이문의 체제(體制)만을 본받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요, 본국의 사대(事大)에 관한 규례가 구비하게 기재되어 있으므로, 본원의 관원은 누구나 다 알아 둘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다만 본원에 소장한 《등록》이 단지 1부밖에 없어, 수많은 관원들이 고루 열람하기 어렵사오니, 연례적(年例的)인 것을 제외하고 긴요한 문서만을 추려서 주자소(鑄字所)에서 이를 인쇄해 내게 하여 각자 모두 열람 강습하게 하옵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51권 9장 B면【국편영인본】 3책 291면
• 【분류】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인사-관리(管理) / 교육-특수교육(特殊敎育) / 출판-인쇄(印刷)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