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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51권, 세종 13년 1월 12일 정축 6번째기사 1431년 명 선덕(宣德) 6년

행 부사직 고중안의 장법과 풍수학 바로 잡기에 대한 상소

행 부사직(行副司直) 고중안(高仲安)이 상언(上言)하기를,

"장법(葬法)에 어떤 절제가 없어, 상하(上下)의 분수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서로 앞을 다투어 길지(吉地)를 점령하고 있어 몹시 무례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으며, 더욱이 산천은 한도가 있사온데, 이를 쓰는 자가 날로 많아서 수년만 더 지날 것 같으면 마침내 쓸 만한 곳이 없을 것이오니, 원하옵건대 이제부터 남향으로 된 크게 유리한 지대에는 신료(臣僚)들의 임의 사용을 불허하게 하시고, 만약 남향으로 된 상등(上等) 땅에 분묘를 쓴 자는 그 자손으로 하여금 길지(吉地)를 가려서 옮겨 장사하게 하시고, 미리 그 산맥의 기운을 기르도록 하옵소서.

또 도성(都城)으로부터 사방 3, 4일 길 되는 곳에 2, 3명을 선택해 보내어, 남향으로 쓸 만한 땅 수십 개소를 찾아 내어 표목(標木)을 세우고, 그 소재관(所在官)으로 하여금 이를 살펴 지키도록 하옵소서. 또 지리에 대한 서적이란 세상에 전하는 것이 희귀하고, 다만 서운관(書雲觀)에 소장하고 있는 《지리전서(地理全書)》 몇 종(種)과 《대전(大全)》 1부만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날 지리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옛 법에 어두우면서 함부로 이해(利害)를 말하는 것은 모든 서적을 널리 상고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풍수학(風水學)이 그 관직은 있으나 아무런 실상이 없으니 실로 가탄할 일입니다. 만약 《지리대전(地理大全)》·《지리전서(地理全書)》·《지리신서(地理新書)》《영경(靈經)》·《천일경(天一經)》·《지주림(地珠林)》 등의 여러 서적을 세상에 간행(刊行)하고, 문사(文士)들로 하여금 이를 연구 해명하여 새로 진작(振作)해 일으킨다면, 풍수법이 세상에 밝게 되어 요사스런 말들이 행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매, 〈이를〉 예조에 내리니, 예조에서 아뢰기를,

"이제부터 경기 지방 안에 남향으로 된 크게 유리한 지대는 개인의 사용(私用)을 금하고, 지리에 관한 모든 서적을 북경에 가는 사신으로 하여금 구입(購入)해 오도록 하옵소서."

하므로,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51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89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출판-서책(書冊) / 외교-명(明)

○行副司直高仲安上言:

葬法無節, 不念上下之分, 爭占吉地, 甚爲無禮。 況山川有限, 而用者日衆, 若過數年, 終無可用之地。 願自今南向大利之地, 不許臣僚擅用, 若於南向上等之地安墳者, 令其子孫擇吉遷改, 預養氣脈。 又於都城四方三四日程, 差遣二三人, 搜尋南向可用之地數十處樹標, 令所在官看守。 且地理之書, 罕傳於世, 只有書雲觀所藏《地理全書》數件及大全一部耳。 今之學者昧於古法, 妄言利害者, 以不能博考諸書也。 是以風水之學, 有其官而無其實, 誠可歎已。 若以《地理大全》《地理全書》《地理新書》與夫《靈經》《天一經》《地珠林》諸書, 刊行于世, 使文士講明, 而作興之, 則風水之法, 可明於世, 邪說不得行矣。

下禮曹。 禮曹議啓: "自今京畿內南向大利之地, 禁人私用。 地理諸書, 令赴京使臣貿易以來。" 從之。


  • 【태백산사고본】 16책 51권 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89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출판-서책(書冊)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