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에 따라서 승진시키고 차례를 건너 뛰지 못하게 하라고 이르다
상참을 받고, 정사를 보았다. 임금이 좌우에게 이르기를,
"우리 나라의 제도에 30개월이면 관리의 계급을 올려 주는 것이 벌써 정한 규례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계급이 갑자기 뛰어 올라갔기 때문에 이에 준하여 관직을 받은 사람이 상당히 많으니, 이것은 법을 세운 본의와 어긋난 것이다. 마땅히 계급을 따라서 승진시키고 차례를 건너 뛰지 못하게 하라. 그리고 관직에 대하여는 관계(官階)에 구애되지 않도록 하며, 과전(科田)은 모두 관계에 따를 것이며, 만일 쓸 만한 인재가 있을 때에는 승진하는 차례를 무시하고 발탁하여 채용하기로 함이 어떠한가."
하니, 찬성 허조(許稠)가 대답하기를,
"옛적에 소동파(蘇東坡)는 문림랑(文林郞)으로 한림 학사(翰林學士)와 예부 상서(禮部尙書)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관계가 관직과는 상관이 없었던 법입니다. 그러나 태조(太祖)께서 고금(古今)을 참작하여 벌써 관직의 제도를 이루어 놓으셨으니, 지금 비록 가감(加減)한다 할지라도, 만일 태조의 법을 따르신다면 큰 폐해가 없을 것이오나, 지금에 다시 법을 만든다면 다른 폐해가 생길 염려가 있습니다."
하였다. 이조 참판 정초(鄭招)가 당(唐)나라와 송(宋)나라의 제도를 인용하여 계급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를 진술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계급을 따르는 법[循資法]은 옛날 학자도 반대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벌써 계급대로 따르는 법을 세웠는데, 간혹 차례를 뛰어넘는 자가 있기 때문에 일찍이 이조에 교서를 내렸던 것이니, 경 등은 옛일을 참고하고 현재를 감안하여 영구히 폐해가 없는 방법을 토의하여 올리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50권 47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8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행정(行政)
○癸亥/受常參, 視事。 上謂左右曰: "我朝之制, 三十朔加資, 已有成規, 然以從品超等受職者頗多, 殊失立法之意。 宜令循資以進, 毋得越次, 其職事不拘散官, 科田則一從散官。 若其可用之才, 不次擢用何如?" 贊成許稠對曰: "昔蘇東坡以文林郞, 爲翰林學士、禮部尙書, 此散官不拘職事之法也。 然太祖斟酌古今, 已成官制, 今雖或損益, 若遵太祖之法, 則庶無巨弊, 今更立法, 恐生他弊。" 吏曹參判鄭招亦援引唐、宋官制, 陳其不可循資之義, 上曰: "循資之法, 先儒或有不取者, 然我朝已立循資之法, 而間有越次者, 故曾下敎于吏曹。 卿等引古證今, 議其永久無弊之術以聞。"
- 【태백산사고본】 15책 50권 47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8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행정(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