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와 육조에 최양선이 상서한 헌릉에 뚫린 고갯길을 막는 데 대한 가부를 논의하도록 명하다
조참을 받았다.
의정부와 육조에 최양선(崔揚善)이 상서(上書)한 헌릉(獻陵)에 뚫린 고갯길을 막는 데 대한 가부(可否)를 논의하도록 명하였다. 정부와 육조에서 이양달(李陽達)에게 사람을 보내어 물으니, 양달이 말하기를,
"이 맥(脈)에는 사람의 발자취가 있는 것이 더욱 좋으므로, 막는 것은 부당하다."
하였다. 정부와 육조에서 이양달의 말을 그대로 아뢰니, 임금이 말하기를,
"양선은 본래 성질이 거칠고 광혹(狂惑)한 자라서 얻을 것이 없는 자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도〉 혹시 얻을 것이 있나 해서 이를 의논해 보라고 한 것이다. 양달은 지리(地理)에 정통하여 양선에게 견줄 바 아니다. 그러나 본래 길이 없었다면 길을 개통하라는 말을 꼭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헌릉은 깊은 산골이 아니고, 민가(民家)가 상당히 많아서 사람들의 발자취가 끊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지리서(地理書)에는 길이 있어도 해가 없다는 명문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길이 없으면 반드시 열어 주어야 한다는 문구도 역시 없으니, 나의 생각으로는 막는 것이 무방할 것 같다."
하니, 예조 판서 신상(申商)은,
"신이 지리서(地理書)는 모르오나, 이직(李稷)에게 물으니, ‘산의 형상은 기복(起伏)이 있는 것이라야 좋은 것이 되기 때문에, 벌의 허리처럼 잘록한 산맥을 지리가(地理家)들은 귀중하게 안다. ’고 합니다. 벌의 허리로 되면 반드시 길이 있게 마련이온데, 길이 있어서 해로울 게 무엇이 있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논의가 정해지지 않으니, 임금이 말하기를,
"앞으로 내가 직접 양달과 양선의 말을 들어보고 처리하겠다."
하였다. 양선은 본래 지리(地理)에 통달하지 못한 자였다. 자기의 의견만을 고집하고 동류(同類)들을 배척하며, 저만 못하다고 말하는 등, 언어와 행동이 극히 좋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49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3책 255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己丑/受朝參。 命政府六曹, 議崔揚善上書獻陵穿峴防塞可否。 政府諸曹使李陽達詰之, 陽達曰: "此脈有人迹尤好, 不宜防塞。" 政府六曹乃以陽達言啓, 上曰: "揚善性本粗率狂惑, 無可取者也。 然亦或有一得之言, 故議之耳。 陽達精於地理, 非揚善比也。 然本無路, 則必不爲開路之言。 且獻陵, 非幽深山谷, 民家頗多, 而人迹不絶。 地理雖無有路無害之文, 亦無無路必開之文, 予意以謂塞之無妨。" 禮曹判書申商對曰: "臣未知地理書, 問諸李稷, 云: ‘山形起伏爲佳, 故蜂腰起脈, 地理家重之。 蜂腰則必有路, 有路何害?’" 議論未定。 上曰: "予將親聽陽達、揚善之言處之。" 揚善, 本不達地理者也, 但固執己見, 排斥同類, 謂不己若, 言談擧止, 極爲無狀。
- 【태백산사고본】 15책 49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3책 255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