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채에게 두시와 한유·유종원 등의 글도 익히게 할 것을 이르다
상참을 받고, 경연에 나아갔다.
임금이 검토관(檢討官) 권채(權採)에게 이르기를,
"변계량이 일찍이 태종께 헌의(獻議)하기를, ‘청하건대, 집현전 관원들 중에서 슬기롭고 민첩한 1, 2인을 골라서 《중용(中庸)》과 《대학(大學)》의 집석(輯釋)과 혹문(或問)을 연구하게 하되, 그 중의 한 사람으로는 권채가 가합니다.’ 하였고, 태종께서는 두 책만을 오래 읽으면 필경 다른 글은 공부하지 못할까 염려하여 좇지 않으셨다. 내가 즉위하였을 때에도 또한 그대들로 하여금 독서하게 하기를 청하므로 나도 그 두 가지를 다 잃게 될까 염려하였으나, 그러나 계량은 학문에 정통하니 어찌 소견이 없으리오. 이에 그 의논을 윤허하였는데, 그대들은 글을 읽은 지 이미 오래였으니 《중용》·《대학》에 익숙하였느냐, 못하였느냐. 계량은 또 말하기를, ‘권채 등에게 여가를 주어 글을 읽게 한 뒤로 그 말하는 것을 들으니 자못 예전과 다름이 없다. ’고 하더라."
하니, 권채가 대답하기를,
"《중용》과 《대학》은 계량의 말을 좇아 읽은 지 3년에 이르렀고, 전년 봄부터 비로소 《논어》·《맹자》와 《오경(五經)》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신은 본시 성품이 민첩하지 못하와 정숙(精熟)하지 못하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두시(杜詩)와 같은 것은 풍월(風月)을 읊조리는 것이므로 유자(儒者)의 정식 학문이 아니나, 또한 대강 익히지 않을 수 없으니 그대들은 더욱 학문에 힘써서 두시·한류문(韓柳文)111) 등의 글을 모두 익혀 보는 것이 가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48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37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출판-서책(書冊) / 사상-유학(儒學) / 어문학(語文學)
- [註 111]한류문(韓柳文) : 한유(韓愈)와 유종원(柳宗元)의 글.
○丁巳/受常參, 經筵。 上謂檢討官權採曰: "卞季良嘗獻議太宗曰: ‘請於集賢殿員, 擇聰敏者一二人, 令究《庸》 《學輯釋》、《或問》, 其一則權採爲可。’ 太宗慮其久讀兩書, 則恐失他書, 竟不從。 及予卽位, 又請令若等讀書, 予亦慮其兩失, 然季良精於學問, 豈無所見? 乃允其議。 若等讀書已久, 《庸》、《學》熟乎否? 季良又言: ‘權採等, 自賜暇讀書之後, 聽其談論, 殊異昔日。’" 採對曰: "《庸》、《學》則從季良之言, 讀至三載, 自前年春, 始讀《論》、《孟》與五經。 然臣性本不敏, 未能精熟。" 上曰: "若《杜詩》則吟風詠月, 非儒者正學, 然亦不可不涉, 若等尤加勉學。 如《杜詩》、韓、柳文等書, 靡不熟看可也。"
- 【태백산사고본】 15책 48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37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출판-서책(書冊) / 사상-유학(儒學) / 어문학(語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