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직 양계원에게 대간들이 요즘 상소하는 말은 고집에 불과하다고 말하다
상참을 받고, 정사를 보았다.
임금이 대사헌 이승직(李繩直)과 정언(正言) 양계원(楊繼元)에게 일러 말하기를,
"요즈음 대간들이 상소하여 청하는 말은 내 생각에는 고집(固執)이라 여겨진다. 갑오년부터 2품의 천첩(賤妾) 아들은 영구히 양민(良民)이 되는 것을 허락하고 품계(品階)를 제한하여 관직을 받게 하였고, 또 태종 때부터 공신(功臣)의 공천(公賤) 소생 아들은 이미 충의위(忠義衛)에 붙였는데, 유독 사천(私賤)의 소생 아들에게만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옳겠느냐. 또 공천(公賤)이 사천(私賤)이 되기도 하고, 사천(私賤)이 공천(公賤)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 공천과 사천이 무엇이 다르냐. 평민이 천인한테 장가들어 낳은 자식도 아비를 따라 양민(良民)이 되는데, 하물며 공신(功臣)으로서 후사(後嗣)가 없어 제사가 끓어지려 할 때에야 더 말해서 무엇하겠느냐. 다행히 천첩(賤妾)의 아들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충의위(忠義衛)에 붙여서 그를 공신(功臣)의 후사(後嗣)로 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일이다. 대간(臺諫)은 이 뜻을 살피지는 않고 다만 오늘 이 법을 새로 세우려 한다고만 하는구나."
하니, 승직(繩直)이 대답하기를,
"신 등은 공천(公賤)의 소생 아들을 충의위에 소속시켰던 줄은 몰랐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경 등이 만약 이런 사람들을 충의위에 속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먼저 한품 수직(限品受職)한다는 법부터 고치는 것이 옳을 것인데, 유독 이것만을 바로잡으려 드니 과연 끝만 보는 것이로다. 또 간원(諫院)에서 상소하기를, ‘상전이 도리어 사천보다 아래에 있게 되므로 옳지 않다. ’고 하니, 이것은 관작(官爵)이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미 품계(品階)를 제한하여 관직을 받는 법이 있으므로, 본 주인이라도 만약 관질(官秩)이 낮으면, 반드시 그 아래에 있게 될 것이다. 관작으로 논한다 하더라도 아버지가 도리어 아들보다 아래에 있게 될 수도 있으니, 본 주인이 사천(私賤)의 아래에 있게 되는 것이 무엇이 괴이하랴. 관위(官位)에 있는 까닭일 뿐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47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1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정론-정론(政論) / 군사-중앙군(中央軍) / 신분-천인(賤人) / 가족-가족(家族) / 인사(人事)
○庚寅/受常參, 視事。 上謂大司憲李繩直、正言楊繼元曰: "近日臺諫疏請之言, 予意以爲固執矣。 自甲午年二品賤妾之子, 永許爲良, 限品受職。 且自太宗時功臣公賤所生, 已屬忠義衛, 獨於私賤所生, 而不屬, 可乎? 且公賤或爲私賤, 私賤或爲公賤, 則公賤私賤, 又何分也? 雖平民娶賤口所生, 猶且從父爲良, 況以功臣而無後, 其祀將絶, 幸有賤妾之子, 必屬忠義衛, 然後其爲功臣之後, 益以明白矣。 臺諫不察此意, 但謂今日新立此法。" 繩直對曰: "臣等專未知公賤所産, 曾屬忠義衛也。" 上又曰: "卿等若欲此輩不屬忠義衛, 則先正限品受職之法可也, 獨至此而欲正之, 抑末矣。 又諫院上疏, 以本主反居私賤之下, 爲不可, 此則官爵然也。 旣有限品受職之法, 故雖本主, 若秩卑, 則必居其下矣。 徒以官爵而論之, 則或以父, 而反居其子之下, 何怪乎以本主而居私賤之下乎? 在位故也。"
- 【태백산사고본】 14책 47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1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정론-정론(政論) / 군사-중앙군(中央軍) / 신분-천인(賤人) / 가족-가족(家族)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