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연 등이 상소하여 효성을 극진하게 행한 엄간의 파격적인 등용을 건의하다
예문 봉교(藝文奉敎) 최자연(崔自淵)·성균 박사(成均博士) 최맹하(崔孟河)·교서랑(校書郞) 조어(趙峿) 등이 상서(上書)하기를,
"군부(君父)의 의(義)는 하나이니 충효(忠孝)의 도(道)는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경서(經書)에, ‘아버지 섬김에 자뢰(資賴)하여 임금을 섬겨 공경한다. ’고 하였으며, 또 ‘어버이를 섬김에 효도로써 하는 까닭에 임금에게 충성으로 옮길 수 있다. ’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충신(忠臣)은 효자의 집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봉상 직장(奉常直長) 겸 성균 박사(成均博士) 엄간(嚴幹)은 경상도 상주(尙州) 사람인데, 어릴 때부터 어버이를 섬기는 여가에 힘써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여 갑오년 과거에 급제하였고, 경자년에 이르러 봉상 부록사(奉常副錄事) 겸 성균 학록(成均學錄)의 벼슬을 받았습니다. 곧 자기의 직무에 정성껏 부지런히 하여 효도를 옮기어 충성을 하던 때였으나, 양친(兩親)이 모두 늙어 멀리 남쪽에 있어 정성(定省)을 오랫동안 못한 것을 근심하고, 어버이를 섬길 날이 짧은 것을 애석하게 여겨 집으로 돌아갈 것을 청하여, 봉양하면서 부모 곁을 떠나지 않으며 친히 맛 좋은 음식을 가지고 봉양하는 도리를 극진히 하였습니다. 잇따라 상(喪)을 당하매 6년 동안이나 묘소(墓所)에 여막(廬幕)을 치고 짚자리에 잠을 자며 죽을 먹었으며, 불교(佛敎)의 의식(儀式)을 쓰지 아니하고 한결같이 《가례(家禮)》에 좇았습니다. 그가 어버이를 섬기는데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로 유감(遺憾)됨이 없었습니다. 무릇 인자(人子)로서 누구인들 어버이를 봉양하지 않으리오마는, 간(幹)이 어버이를 봉양하매 향당(鄕黨)과 종족(宗族)들이 효자라고 칭찬하였으며, 누구인들 어버이 묘소에 거려(居廬)하지 않으리오마는, 간(幹)이 거려하매 멀고 가까운 곳의 보고 듣는 사람들이 모두 감복하였습니다. 이것은 다른 까닭이 아니라 성효(誠孝)의 지극함을 남이 따를 수 없는 때문입니다. 온 고을 사람들의 공론(公論)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간(幹)의 효행은 빈틈이 없습니다. 어찌 보통의 사례(事例)로 볼 수 있겠습니까. 그 때에 판목사(判牧事) 조치(曹致)가 그의 효행을 아름답게 여겨 감사에게 치보(馳報)하여 발탁해 등용하여 그의 효행(孝行)을 표창(表彰)하고자 하였더니, 그가 면상(免喪)한 뒤에 도로 본직을 제수하였으나 순자(循資)115) 의 격식(格式)에 구애되어 16년이나 되도록 아직 거관(去官)하지 못하고, 나이는 거의 50세가 되어 수염은 이미 희어졌습니다. 이것은 신 등이 침묵하고 있을 수 없는 바입니다. 더구나 이제 성조(盛祖) 때에 효도를 숭상함에 있어 간(幹)의 효행이 이와 같사온데, 한 관(館)에서 〈작은 벼슬아치로〉 늙어감이 또한 이와 같으니, 어찌 성대(聖代)에서 효도를 다스리는 일에 있어 어긋남이 있지 않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 차례를 초월하여 뽑아 등용(登用)하시어 효도하는 풍속을 장려하소서."
하니, 이조에 내리었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45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98면
- 【분류】윤리(倫理) / 인사-임면(任免) / 인물(人物) / 역사-고사(故事)
- [註 115]순자(循資) : 관리의 전임과 승진은 재직 연수(在職年數)의 길고 짧음에 따라 일정한 차례가 있어서 함부로 뛰어넘을 수 없다. 이것을 순자(循資)라고 함.
君父之義一也, 而忠孝之道無異。 故《經》曰: "資於事父, 以事君而敬同。" 又曰: "事親孝, 故忠可移於君。" 此所謂忠臣出於孝子之門也。 奉常直長兼成均博士嚴幹, 慶尙道 尙州人也。 自居童稚, 事親之餘, 力學不倦, 歲在甲午, 獲登科第, 至庚子受奉常副錄事、兼成均學錄, 此恪謹乃職, 移孝爲忠之時也。 第以兩親俱老, 邈在天南, 憂定省之久曠, 惜事親之日短, 乞身歸養, 不離其側, 親執甘旨, 克盡奉養之道。 及至連喪, 廬墓六載, 寢苫啜粥, 不事浮屠, 一從《家禮》, 其於事親, 終始固無歉矣。 凡爲人子者, 孰不養親, 而幹之養親, 鄕黨宗族稱孝焉; 孰不廬墓, 而幹之廬墓, 遠近見聞皆服焉。 此無他, 誠孝之至, 爲人之所不能及也。 一鄕之人, 宜有公論, 而幹之孝行, 無間焉, 豈可以常流視之哉? 其時判牧事曹致嘉其孝行, 馳報監司, 欲其擢用, 以旌其行。 免喪之後, 還授本職, 拘於循資之格, 十有六年, 尙未去官, 年幾五十, 鬢已成絲, 此臣等所不能緘默也。 矧今盛朝崇孝之日, 幹之孝行如彼, 而老於一館又如此, 豈不有虧於聖代之孝治乎? 伏聖殿下不次擢用, 以礪孝風。
啓下吏曹。
- 【태백산사고본】 14책 45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98면
- 【분류】윤리(倫理) / 인사-임면(任免) / 인물(人物)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