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초집과 동국 명유가 제술한 표전·책문을 인쇄하여 반포하게 하다
임금이 대언(代言) 등에게 이르기를,
"유생(儒生)이 사서(四書)·오경(五經)과 삼장(三場)068) 의 문선(文選)·원류(源流)·지론(至論) 따위의 유를 능히 다스렸다면, 제술(製述)로서 과거(科擧)에 응할 수도 있을 것인데, 이것은 서두르지 않고 오로지 제배(儕輩)의 제술(製述)한 것만 모아서 초집(抄集)을 하였으므로, 혹시 의사(疑似)한 제목을 만나게 되면 표절(剽竊)하여 써서 죽 따라서 풍속을 이루게 되었다. 근일에 국학(國學)에 행차하여 전문(箋文)을 제술(製述)하게 하니, 모두 권맹손(權孟孫)이 도시(都試)에 장원(壯元)한 진빈풍도(進豳風圖)의 전(箋)을 표절(剽竊)하여 쓴 까닭으로 내가 이를 취하지 않았도다. 비록 평상시의 제술(製述)일지라도 초집(抄集)을 표절(剽竊)해 쓴 것은 진실로 도리를 아는 유생(儒生)들의 할 바가 아니거늘 하물며 내가 친히 와서 선비를 시험하는 때이겠는가. 내가 엄격히 금하고자 하지마는, 그러나 대간(臺諫)으로 하여금 금지시킬 일이 아니니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판부사 변계량에게 의논하라. 내가 생각하기에도, 사서(四書)·오경(五經) 외에도 중국의 유명한 초집(抄集)과 동국(東國) 명유(名儒)들의 제술(製述)한 표전(表箋)·책문(策問) 따위의 유를 인쇄하여 반포하고 비루 졸렬한 글은 모두 금하니, 정도(正道)에 의하지 않고는 과거에 합격하는 길을 막게 할 것이다. 만약 간사한 무리들이 전의 행동을 고치지 않는다면 도외시(度外視)하여 그냥 내버려 두는 것도 옳을 것이니, 이를 아울러 의논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44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3책 182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註 068]삼장(三場) : 초시(初試)·복시(覆試)·전시(殿試).
○上謂代言等曰: "儒生能治四書五經及《三場文選》、《源流至論》之類, 亦可能製述, 而應擧矣。 不此之急, 專聚儕輩所述, 以爲抄集, 或遇疑似之題, 剽竊書之, 靡然成風, 近日視學, 令製箋文, 皆竊用權孟孫都試居魁進《豳風圖》箋, 故予不取之。 雖平時製述, 竊用抄集, 固非識理儒生所爲也。 況予親臨試士之時乎? 予欲痛禁, 然非所以令臺諫, 禁止之事也。 爲之乃何? 其議于卞判府事。 予心以爲四書五經之外, 抄錄中朝有名抄集及東國名儒所製若表箋策問之類, 印出頒行, 悉禁鄙拙之文, 以杜詭遇之門。 若其譎詐之徒, 不悛前行, 則置之度外, 亦可也, 幷此議之。"
- 【태백산사고본】 14책 44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3책 182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