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의정 황희(黃喜)·판부사(判府事) 변계량(卞季良)·허조(許稠)·판서 신상(申商)·총제(摠制) 정초(鄭招) 등이 아뢰기를,

"지난번에 교지를 받자왔는데, 무릇 정치하는 도리는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을 업신여길 수 없으며,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업신여길 수 없으니, 모름지기 법금(法禁)을 엄히 세워 그것이 커지기 전에 막아야 될 것입니다. 삼가 한두 가지 조목을 갖추어 계합니다.

1. 품관(品官)과 이민(吏民)으로서 수령(守令)을 고소(告訴)하는 것을 금지한 후에 몰래 다른 사람을 사주(使嗾)하여 고장(告狀)하는 사람이 있어, 이로 말미암아 풍속이 날로 나빠지게 되니, 마땅히 엄하게 징계해야 될 것입니다. 이후로 고소(告訴)를 당한 수령(守令)은 물론(勿論)하고, 몰래 사주한 품관(品官)과 이민(吏民)은 모두 장 1백 대에, 도(徒) 3년에 처하게 할 것이며, 만약 고소하기를 몰래 사주하거나 자신이 스스로 고소하는 사람이 연속부절(連續不絶)하면, 지관(知官) 이상은 현관(縣官)으로 칭호를 낮추어 강등(降等)하여 속현(屬縣)으로 삼을 것이며, 또 간사하고 교활한 무리들이 사사로 수령들의 과실을 기록하여 공공연히 말하여 남의 마음을 두렵게 하니, 또한 마땅히 엄격히 금해야 됩니다. 원컨대 율문(律文)의 부민(部民)으로서 본속관(本屬官)을 욕한 조목에 의거하여 시행하소서.

1. 선덕(宣德) 2년 3월 일 형조의 수교(受敎)에, ‘송사(訟事)한 사람으로서 관원을 능욕(陵辱)한 사람은 수리(受理)하지 말고, 원고(元告)와 피고(被告)가 송사(訟事)한 외에 다른 일로 고소(告訴)한 사람도 또한 받지 말며, 관리를 고소한 본장(本狀) 외에 따로이 다른 일을 구하여 죄를 만드는 사람은 율(律)에 따라 논죄(論罪)한다.’ 하였는데, 그 뒤에 원고(元告)가 피고인(被告人)의 과오를 증가시키고자 하여 별건(別件)의 범죄를 아울러 기록하고, 피고자(被告者)도 또한 그렇게 하였어도 관사(官司)에서 혹 수리(受理)하였으니, 원컨대 거듭 밝히어 만약 교지에 위반한 사람이 있으면, 관리와 송사(訟事)한 사람의 원고와 피고를 모두 논죄(論罪)하소서. 또 간사하고 사나운 무리들이 자기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남의 과실을 주워 모아 까닭없이 고소하게 되니, 이로 인하여 옥송(獄訟)이 늘며, 풍속이 날로 엷어집니다. 원컨대 이제부터는 율문(律文)과 본조(本朝)의 교지에 사람들에게 진고(陳告)할 것을 허용한 조문과 사죄(死罪) 외에 까닭도 없이 다른 사람의 작은 허물을 고소(告訴)한 것은 받지 말고 위령(違令)으로서 논죄(論罪)하소서.

1.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과 서로 송사하는 사람으로서, 높은 이를 욕하고 구타(毆打)한 것은, 먼저 구타하고 욕한 죄를 조사하여 율(律)에 따라 벌을 결정한 뒤에 그 송사의 곡직(曲直)을 분별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44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180면
• 【분류】
  사법-법제(法制)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