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대언 김자에게 치제하다
예조 좌랑 민후생(閔厚生)에게 명하여, 좌대언 김자(金赭)에게 치제(致祭)하니, 그 제문에 이르기를,
"수명이 길고 짧은 기한은 비록 이수(理數)에 관계된 일이나, 임금과 신하의 의리는 유명(幽明)에 간격이 없는 것이기에, 길이 보필의 어질었음을 생각하여 이에 포장하고 숭상하는 예를 표시하는 바이다. 생각하건대 그대는 타고난 자품이 밝고 민첩하였으며, 그 국량(局量)이 크고 깊었도다. 식견은 시무(時務)에 통달(通達)하매 그 이름이 조관 중에서 우월하였고, 학문은 고금을 통하매, 그 재예는 두번 문과(文科) 과시(科試)에 승첩하였도다. 내가 정사에 임하던 초기에 이내 뽑아서 근신(近臣)의 반열에 두었더니, 매양 경연에서 강독할 때마다 성학(聖學)의 깊고 은미한 뜻을 잘 발휘하였으니, 참으로 문원(文苑)의 영재(英才)요, 진신(縉紳) 중의 으뜸이었다. 이에 후설(喉舌)의 관직을 주어 나의 말을 대신하게 하니, 그 정직한 언론은 시의(時宜)에 합하였고, 원대한 계획은 나를 계도(啓導)함에 절실하였으며, 왕명의 출납을 미덥게 하여 나를 도움이 실로 많았으므로, 내 마음 속으로 가상히 여겨 권애(眷愛)와 지우(知遇)를 곧 두텁게 하고, 앞날에 길이 이 내 몸을 도우리라 여겼더니, 어찌하여 병을 고한 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홀연히 부음(訃音)이 뒤쫓아 들린단 말인가. 말을 전하여 이에 들리매 이 마음의 슬픔을 어찌 견디리오. 이에 예관에게 명하여 가서 이 술 한 잔을 드리게 하노라. 아아. 어진 신하가 이미 갔으니 갑자기 한 거울을 잃은 것을 슬퍼하고 휼전(恤典)을 이에 거행하여 어둡지 않을 구원(九原)의 혼령을 위로하노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43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64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인물(人物)
脩短之期, 雖關於理數, 君臣之義, 無間於幽明。 永懷弼亮之賢, 庸示褒崇之禮。 惟爾性資明敏, 器量宏深。 識達施爲, 名已優於仕版; 學通今古, 藝再捷於文場。 肆予莅政之初, 擢置近臣之列。 每當經筵之講讀, 發揮聖學之淵微。 眞文苑之英, 而縉紳之秀者也。 爰作喉舌, 以代予言。 讜論合於時宜, 謀猷切於啓沃。 出納惟允, 裨益良多。 予心曰嘉, 眷遇卽篤。 謂將永世, 長補眇躬。 云胡告病之未幾, 忽聞訃音之斯至? 興言及此, 曷勝衋傷? 玆命禮官, 往奠一爵。 於戲! 良臣已逝, 悲一鑑之忽亡; 恤典斯擧, 慰九原之不昧。
- 【태백산사고본】 13책 43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64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