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관을 옛터에 고쳐 짓게 하다
정사를 보았다. 임금이 좌우에게 이르기를,
"태평관을 고쳐 짓는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이미 헐어 버리고 미처 다 짓기 전에 사신이 만약 온다면 어찌할까."
하니, 우의정 맹사성이 아뢰기를,
"현재 태평관의 터가 서편은 높고 동편은 낮으며 또 땅도 좁으니, 흥천사(興天寺)로 옮기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흥천사는 태조의 원찰(願刹)이다. 태조께서 태종께 이르시기를, ‘불전(佛殿)을 헐지 말라.’ 하셨으니, 이는 헐 수 없으며, 태종께서 일찍이 말씀하시기를, ‘사신관(使臣館)은 창덕궁(昌德宮)과 경복궁(景福宮) 양궁 사이에 두어야겠다.’ 하셨으니, 흥복사(興福寺) 터에 짓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하였다. 예조 판서 신상(申商)이 아뢰기를,
"흥복사의 터가 광활하고 지세도 고르니 거기에다 고쳐 지으면 공력을 많이 덜 것이오나, 다만 한되는 바는 시정(市井) 속에 있다는 점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만일 사신관을 짓는 데 마땅하다면 저자를 옮겨도 가하다."
하였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그대로 본관 옛터에다가 높고 크게 고쳐 짓는 것이 좋겠습니다. 설사 사신이 오더라도 잠시 동안 임시로 흥천사에서 접대하는 것도 역시 가할 것입니다."
하니, 호조 판서 안순(安純)에게 명하여, 정부·육조와 이를 의논하게 하니, 모두 말하기를,
"그대로 옛터에 고쳐 짓는 것이 편하겠습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43권 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161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사상-불교(佛敎) / 건설-건축(建築) / 외교-명(明)
○癸丑/視事。 上謂左右曰: "太平館改造之事, 何以處之? 已毁未造之時, 使臣若來則奈何?" 右議政孟思誠曰: "今太平館之基, 西高東下, 地且陜隘, 移於興天寺若何?" 上曰: "興天寺, 太祖願刹也。 太祖謂太宗曰: ‘毋毁佛殿。’ 是不可毁也。 太宗嘗曰: ‘使臣館不可不置於昌德、景福兩宮之間。’ 營於興福寺之基若何?" 禮曹判書申商曰: "興福寺基趾廣闊, 地勢平正, 改造則功省矣, 但恨在市井之中也。" 上曰: "若宜營館, 則移市可矣。 或曰: ‘仍本館舊基而改, 令高大可也。’ 設使臣至, 姑以權宜, 待於興天寺亦可也。" 命戶曹判書安純, 與政府六曹議之, 僉曰: "仍舊基改創爲便。" 從之。
- 【태백산사고본】 13책 43권 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161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사상-불교(佛敎) / 건설-건축(建築)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