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이 벼슬에 나오지 않고 양녕의 죄를 청하나 더 이상 청하지 말라고 하다
대간(臺諫)을 불러 벼슬에 나오라 하니, 대간이 계하기를,
"어제 말씀하시기를, ‘성인(聖人)이 이르기를, 「세 번 간(諫)하여 듣지 않으면 가버리고, 도(道)가 합하지 않으면 가버린다.」고 하였으니, 지금 너희들은 도(道)가 합하지 않으면 그만둘 것이다.’ 하였으므로, 신 등이 사직(辭職)하고 물러났는데, 지금 도로 벼슬에 나오라고 명하시기에 신 등은 감히 함부로 다시 청하오니, 원컨대 신 등의 청을 들어주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만약 들어줄 것 같았으면 어찌 오늘날까지 있었겠느냐. 내 뜻이 이미 정해졌으니 다시 말하지 말라."
하였다. 좌사간(左司諫) 김효정(金孝貞)이 아뢰기를,
"신 등이 윤허를 받고 난 뒤에야 물러가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옛날에 세 번 간(諫)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대들의 청은 세 번이 아니었는데도 내가 윤허하지 아니하였으니, 들어주지 않을 것이 뻔한 일인데 어찌 다시 말하는가."
하였다. 우사간(右司諫) 유맹문(柳孟聞)이 계하기를,
"그 세 번 간(諫)한다고 말한 것은 굳이 청한 것을 이름이요, 간(諫)하기를 세 번까지 하여 그만둔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 도(道)가 합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임금과 신하가 서로 만날 때에 도(道)가 서로 합하지 않으면 가버리는 것을 이름이요, 한 번 말을 하여 합하지 않으므로 가버린다는 것이 아닙니다. 신 등은 전하께서 도(道)가 합하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집의(執義) 김종서(金宗瑞)가 또 계하기를,
"옛날에는 신하가 죽기를 한하고 간(諫)하였으니 다만 세 번 간(諫)하고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하물며 이 일은 신 등이 간(諫)하지 않을 수 없는 바이며, 전하께서 들어주시지 않을 수 없는 바이니, 마땅히 죽기를 한하고 간(諫)해야 될 일이매 어찌 감히 그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의 소견(所見)은 이미 정해졌으므로 끝내 고칠 수 없으니 다시 말하지 말라."
하였다. 효정 등이 아뢰기를,
"전하께서 소견(所見)이 비록 정해졌다 하시더라도 그것이 옳지 못했다면 어찌 고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 등은 윤허를 받지 않고는 물러가지 않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는 이미 그대들의 말을 다 알았다. 그대들이 비록 종일토록 면전(面前)에서 다투어 간(諫)하더라도 내가 어찌 듣겠는가."
하였다. 대간(臺諫)이 굳이 청하여 13번에까지 이르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는 대답할 말이 없다."
하였다. 승정원에 전지(傳旨)하기를,
"그대들이 내 뜻을 다 알고 있으니 뒤에는 다시 아뢰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39권 8장 B면【국편영인본】 3책 110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왕실-종친(宗親)
○召臺諫就職。 臺諫啓: "昨日有敎: ‘聖人云: 「三諫不聽則去, 道不合則去。」 今爾等以爲道不合則可以已矣。’ 臣等辭退, 今命還仕, 臣等敢冒昧更請, 願聽臣等之請。" 上曰: "予若聽之, 何待今日! 予意已定, 勿復言。" 左司諫金孝貞曰: "臣等蒙允, 而後乃退。" 上曰: "古有三諫之言, 爾等之請, 不止於三, 而我旣不允, 不聽必矣。 何更言乎?" 右司諫柳孟聞啓曰: "其云三諫者, 謂固辭也, 非謂諫至於三則已也。 其云道不合者, 言君臣相遇之際, 道不相合則去, 非謂一言不合而去也。 臣等未知殿下道不合之敎。" 執義金宗瑞又啓曰: "古者人臣以死諫, 則非直三諫而止也, 況此事, 臣等之所不可不諫, 而殿下之所不可不聽, 則當以死諫, 安敢已乎?" 上曰: "予之所見旣定, 終不改也, 勿復言。" 孝貞等曰: "殿下所見雖定, 如其不是, 何可不改? 臣等不蒙允, 不退。" 上曰: "予旣悉知爾等之言, 爾雖庭爭終日, 予何聽之?" 臺諫固請至十三,上曰: "予無答辭。" 傳旨承政院曰:
爾等悉知予意, 後勿更啓。
- 【태백산사고본】 12책 39권 8장 B면【국편영인본】 3책 110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