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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39권, 세종 10년 1월 18일 신축 1번째기사 1428년 명 선덕(宣德) 3년

김자가 정무를 아뢰고자 하는 것을 고약해 등이 저지하고 양녕의 죄를 청하다

정사를 보았다. 좌대언(左代言) 김자(金赭)가 정무(政務)를 아뢰고자 하여 나아가려 하니, 병조 참의 고약해(高若海)가 성난 목소리로 저지하고 드디어 나아가서 아뢰기를,

"근일에 정부·육조(六曹)·대간(臺諫)이 연달아 장소(章疏)를 올려 양녕(讓寧)의 죄를 청하니, 전하께서는 마땅히 힘써 따르시어 임금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 부도(不道)한 일을 마음대로 행한 죄를 징계하소서."

하였다. 사간(司諫) 김효정(金孝貞)·집의(執義) 김종서(金宗瑞) 등이 또 계하기를,

"예로부터 제왕(帝王)이 형제(兄弟)간의 변고(變故)를 처리한 것이 매우 많은데, 모두 사사로운 은정(恩情)으로 공의(公義)를 폐하지는 아니하였습니다. 태종께서 양녕(讓寧)을 밝게 아셨으므로 폐고(廢錮)를 이미 엄하게 하고, 또 말씀하시기를, ‘나라에 맡겼으니 사정(私情)으로 공의(公義)를 폐할 수 없다. ’고 하셨으니, 심찰(審察)하신 말씀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일을 아뢸 적에 사실대로 하지 않고 거짓으로 한 것은 큰 죄는 아니다. 단문친(袒免親)006) 에게도 오히려 팔의(八議)가 있는데, 하물며 친형(親兄)간에 어찌 용서할 수 있는 이치가 없겠는가. 또 태종께서 말씀한 바 나라에 맡긴다고 한 것은 특별히 큰일에 대한 것이지 이와 같은 작은 일을 이른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날에 범한 죄만은 논할 것이지 어찌 미래의 죄를 미리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하니, 고약해(高若海)가 아뢰기를,

"옛 사람이 말하기를,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막는다. ’고 하였으니, 어찌 후일의 계책을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효정·종서약해가 같은 소리로 힘써 다투어 말하기를,

"천총(天聰)을 속인 것은 불경(不敬)으로서 큰 것이므로 진실로 십악(十惡)입니다. 어찌 사실대로 하지 않고 거짓으로 한 것으로써 율(律)을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양녕(讓寧)의 이 일은 비록 유사(攸司)에 내려서 국문(鞫問)하지 않더라도, 그 마음은 이미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고 있으며, 더군다나 교통(交通)한 사람들은 국문(鞫問)하도록 이미 명하였으니, 내가 어찌 사정(私情)으로 공의(公義)를 폐하였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예조 참판 유영(柳穎)이 아뢰기를,

"형제간의 변고(變故)는 주공(周公)관숙(管叔)007) ·채숙(蔡叔)008) 에게와 순(舜)임금상(象)009) 에게와 같은 것도 모두 지극히 공평하게 처리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전하께서 어찌 옛날의 성인(聖人)을 본받지 않으시겠습니까."

하고, 약해가 또 아뢰기를,

"원컨대 성상께서는 모름지기 정부·육조·대간의 청을 따르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의 소견(所見)이 비록 밝지 못하지마는 형제간의 일을 어찌 모두 남의 말을 들어 처리하겠는가."

하였다. 약해가 아뢰기를,

"이번 일에는 잠시 전하의 소견(所見)을 버리소서."

하였다. 대언(代言) 등이 조용히 아뢰기를,

"정부·육조·대간의 청은 듣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없이 가만히 한참 있다가 말하기를,

"장반야(張般若)의 죄는 또한 마땅히 죽어야 될 것이다."

하였다. 효정·종서 등이 굳이 청하기를 15번까지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성인(聖人)의 교훈에 ‘세 번 간(諫)하여도 듣지 않으면 〈벼슬을 버리고〉 가버린다. ’고 하였으니, 그대들도 말을 들어 주지 않으면 그만둘 것이지 어찌 말이 많은가."

하니, 대간들이 모두 물러가서 사직(辭職)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39권 7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09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정론-간쟁(諫諍) / 사법-재판(裁判)

  • [註 006]
    단문친(袒免親) : 종고조부(從高祖父)·고대고(高大姑)·재종 증조부(再從曾祖父)·재종 증대고(再從曾大姑)·삼종 조부(三從祖父)·삼종 대고(三從大姑)·삼종 백숙부(姑從伯叔父)·삼종고(三從姑)·사종 형제 자매(四從兄弟姉妹)의 일컬음.
  • [註 007]
    관숙(管叔) : 주공의 형.
  • [註 008]
    채숙(蔡叔) : 주공의 아우.
  • [註 009]
    상(象) : 순의아우.

○辛丑/視事。 左代言金赭, 欲啓事將進, 兵曹參議高若海, 厲聲沮之, 遂進啓曰: "近日政府六曹臺諫, 連進章疏, 請讓寧罪, 殿下宜勉從, 以懲不順君命, 恣行不道之罪。" 司諫金孝貞、執義金宗瑞等又啓曰: "自古帝王處兄弟之變, 不爲不多, 皆不以私恩廢公義。 太宗燭知讓寧, 廢錮已深, 亦曰: ‘迨予百年後, 使不得往來于京。’ 又曰: 「付之于國。」 其不可以私廢公審矣。" 上曰: "奏事詐不以實, 非罪之大者。 袒免之親, 尙有八議, 況於親兄, 豈無可赦之理乎? 且太宗所云付之於國者, 特爲大事耳, 非謂如此小事也。 但論今日所犯, 豈可預慮未來之罪乎?" 若海曰: "古人云: ‘防微杜漸。’ 豈可不爲後來之計?" 孝貞宗瑞若海同聲力爭曰: "欺罔天聰, 不敬之大者, 眞十惡也, 豈可以詐不以實比律乎?" 上曰: "讓寧此事, 雖不下攸司鞫之, 其心已自羞赧, 況交通之人, 已命鞫問, 予豈以私廢公乎?" 禮曹參判柳穎曰: "兄弟之變, 莫周公若也, 皆能處之至公, 殿下何不法古聖乎?" 若海又曰: "願上須從政府六曹臺諫之請。" 上曰: "予之所見, 雖不明, 兄弟間事, 何可悉聽人言而處之?" 若海曰: "此事則姑舍殿下所見。" 上曰: "以予所見, 處之當如是也。" 代言等從容啓曰: "政府六曹臺諫之請, 不可不聽。" 上默然有間曰: "張般若之罪, 亦當死矣。" 孝貞宗瑞等固(情)〔請〕 至十五, 上曰: "聖訓有云: ‘三諫不聽則去。’ 爾等言不聽, 則(可)〔去〕 以已矣, 何其言之多也?" 於是臺諫俱退辭職。


  • 【태백산사고본】 12책 39권 7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09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정론-간쟁(諫諍) / 사법-재판(裁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