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에 전교하여 기복한 황희에게 고기 먹기를 권하도록 하다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예전에 나이 60이상인 사람은 비록 거상중(居喪中)이라도 오히려 고기 먹기를 허락하였는데, 지금 좌의정 황희는 이미 기복(起復)하였고, 나이도 또한 60이니 소식(素食)할 수 없으므로, 내가 불러서 고기를 권하고자 하였다가 마침 몸이 불편하여 친히 볼 수 없게 되었으니, 너희들이 나의 명으로 〈황희를〉 빈청(賓廳)에 청하여 고기 먹기를 권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혹은 대신을 접대하는 법을 가볍게 할 수 없으니 나의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서 내가 친히 보고 고기를 권하는 것이 어떠할까."
하니, 지신사 정흠지 등이 대답하여 아뢰기를,
"전하께서 비록 친히 권하지 않으시더라도 만약 고기 먹기를 명하시면 어찌 성의(聖意)를 알지 못하겠습니까."
하므로, 임금이 그렇다고 말하고 이에 황희를 부르고 흠지와 여러 대언들에게 명하여, 빈청에서 접대하고 고기를 권하니, 황희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신이 지금 병이 없어 소식으로도 먹을 수 있사오니 어찌 감히 고기를 먹으리오. 청하건대 신을 위하여 잘 아뢰어 주시오."
하므로, 흠지가 말하기를,
"만약 공사(公事)의 가부라면 내가 마땅히 공을 위해 상달할 것이로되, 이 일은 상감의 결의로서 신 등에게 권하기를 명하셨사오니 감히 다시 아뢰지는 못할 것이오며, 임금의 명이시니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니, 황희가 말하기를,
"성상께서 신이 늙었으매 혹시 병이나 날까 가엾게 여기셔서 고기 먹으라고 명하시니 어찌 감히 따르지 않으오리까."
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울고서 자리에 나아가 먹었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3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03면
- 【분류】인물(人物) / 인사-관리(管理) / 식생활(食生活)
○傳敎承政院曰:
古者年六十以上者, 雖在衰絰之中, 猶許食肉, 今左議政黃喜, 旣已起復, 年且六十, 不可素飡。 予欲召致開素, 適體氣不平, 未得親見, 若等以予命, 請於賓廳, 勸肉何如? 且接待大臣, 不可輕易, 俟吾平善, 親見勸肉何如?" 知申事鄭欽之等對曰: "殿下雖不親勸, 若命開素, 則彼豈不知聖意?" 上曰: "然。" 於是乃召喜, 命欽之與諸代言, 接於賓廳勸肉, 喜頓首曰: "臣今無病, 能食素飡, 何敢食肉? 請爲臣善啓。" 欽之曰: "若公事可否, 予當爲公上達, 此事上決意, 命臣等勸之, 不敢更啓。 君命不可不從。" 喜曰: "聖上憐臣年老, 或生疾病, 乃命食肉, 老臣安敢不從?" 於是稽顙哭泣, 就坐而食。
- 【태백산사고본】 12책 38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03면
- 【분류】인물(人物) / 인사-관리(管理) / 식생활(食生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