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찬관 허성이 기복의 명을 신중히 내릴 것에 대해서 아뢰다
경연에 나가서 《강목통감(綱目通鑑)》을 강론하다가,
"당환(唐環)이 죽어서 그 아들이 상중에 있는데, 황제가 근신(近臣)에게 명하여 그 집에 가서 기복(起復)하는 명을 전하라 하였더니, 근신이 돌아와 아뢰기를 그 사람은 매우 애통하여 그지 없사오므로 신이 감히 명을 전하지 못하였습니다."
라고 한 대목에 이르러서 참찬관 허성(許誠)이 계하기를,
"근자에 기복한 신하가 하나 둘이 아니오니, 신은 두렵건대, 기복하라는 명이 여러 번 내리면 조정의 관원 중에 단상(短喪)하는 이가 자못 많을 것이며, 아래에서 보고 느끼는 자가 또한 유행처럼 쏠리게 될까 걱정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앞으로는 대신으로서 그의 유무(有無)가 능히 〈국정에 관계 되는〉 이가 아니면 기복하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하고,
또 성에게 이르기를,
"오는 봄에 환자곡[還上穀]을 나누어 주어 진휼(賑恤) 구제(救濟)하는 등의 일은 늦출 수 없으니, 다른 해에 비할 것이 아니다. 감사와 수령이 반드시 행이(行移)를 기다린 뒤에 시행하면 일이 늦어서 미치지 못할 것이므로 그 폐가 적지 않다. 하물며 근간에 수령이 행이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환자곡을 나누어 주었다고 하여 죄를 받아 파직된 이까지 있었다 하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만약 굶주린 백성 중에 환자곡을 받고자 하는 자가 있거든 곧 나누어 주라고 미리 교지를 반포함이 어떠하겠는가. 이런 것들을 의논하여 아뢰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38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02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왕실-경연(經筵) / 풍속-예속(禮俗) / 구휼(救恤)
○御經筵, 講《綱目》、《通鑑》而至唐環卒, 其子丁憂, 帝命近臣往其第, 傳起復之命, 近臣還奏曰: ‘某哀毁罔極, 臣不敢傳命也。’" 參贊官許誠啓曰: "近者起復之臣非一, 臣恐此命屢降, 則朝士之短喪者頗多, 而下之觀感者, 亦從風而靡矣。" 上曰: "今後自非大臣能爲有無者, 勿令起復可也。" 上又謂誠曰: "來春還上分給賑濟等事, 不可緩, 非他年之比也, 而監司守令, 必待行移而後施行, 則緩不及事, 其弊不小。 況間者守令, 有以不待行移, 而分給還上, 受罪罷職者乎? 脫有飢民, 欲受還上, 則須卽分給事, 預頒敎旨如何? 其議以啓。"
- 【태백산사고본】 12책 38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02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왕실-경연(經筵) / 풍속-예속(禮俗) / 구휼(救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