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영의
친영의(親迎儀). 하루 전에 충호위(忠扈衛)가 왕세자의 위차를 빈씨(嬪氏)의 대문밖 길 서쪽에 남향하여 설치하고, 시위하는 동궁 관원들의 위차를 왕세자 위차의 서남쪽에 동향하여 설치하되 북쪽이 위가 되게 한다. 그날이 되면, 신시(申時) 초삼각(初三刻)에 사복(司僕)이 연(輦)을 광화문 밖 동쪽에 가까이 내어다 놓고, 익위사(翊衛司)가 소속 장의(仗儀)를 거느리고 진설(陳設)하기를 보통 때와 같게 한다. 왕세자가 이미 임금의 명을 받고 근정문 밖에 나오면, 우중호(右中護)가 인(印)을 짊어지고 앞을 인도하며, 좌우 시위들도 보통 때의 의식과 같게 한다. 좌중호(左中護)는 왕세자를 인도하여 광화문 밖에 나와 연(輦)을 타면, 모시는 동궁 관원들도 말에 오르기를 마치고, 왕세자의 연(輦)이 움직이면 문무 여러 관원은 모두 말에 오르기를 보통 때 의식과 같이 하고, 드디어 빈씨(嬪氏)의 집으로 가는데, 촉(燭)을 잡고 말 앞에서 시종(侍從)하기를 보통 때와 같이 한다. 왕세자의 연(輦)이 빈씨(嬪氏)의 대문 밖 위차 앞에 이르면 좌중호가 연(輦)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서 연에서 내리기를 청하고, 엎드렸다 일어나 모시던 자리로 돌아온다. 왕세자가 연에서 내려 위차로 가게 된다. 연이 장차 이르게 되면, 주인(主人)은 사당(祠堂)에 고하고, 초례(醮禮)를 《주자가례(朱子家禮)》와 같게 한다. 빈(嬪)은 명복(命服) 및 수식(首飾)을 차리고 동방(東房)에 서고, 시종(侍從)은 보통 의식과 같이 한다. 주부(主婦)는 예복을 입고 마루[堂] 가운데 서쪽 가까이 남향으로 선다. 왕세자의 전안(奠雁)할 자리는 마루의 가운데의 북향으로 설치하고, 주인은 공복(公服) 차림으로 대문 안에 나와 서향하여 서고, 빈자(嬪者)024) 는 공복 차림으로 주인의 왼편에 북향하여 선다. 좌중호(左中護)가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자리에 나아가기를 청하고 엎드렸다가 일어나 모시던 자리로 돌아간다. 왕세자가 위차에서 나와 문 서쪽에 동향하여 서고, 시위는 보통 때와 같이 한다. 빈자가 나아가 분부를 받고 문 동쪽에 나와 서향하여 말하기를,
"감히 행사하기를 청한다."
하면, 좌중호가 그 말을 받아 나아가 꿇어앉아 아뢰기를 보통 때와 같이 한다. 왕세자가 말하기를,
"아무는 교지와 어명을 받들어 이번 초혼(初婚)을 행하겠나이다."
하고, 좌중호가 엎드렸다가 일어나 빈자에게 전하여 들어와 고하면, 주인은 말하기를,
"아무는 삼가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고, 빈자가 나와 좌중호에게 전하여 아뢰기를 먼저와 같이 한다. 빈자가 주인을 인도하여 문밖 동쪽에서 맞이하되, 서향하여 두 번 절하면, 좌중호가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서 답배하기를 청하고 엎드렸다가 일어나 모시던 자리로 돌아오고, 왕세자가 답배하며, 주인은 읍한다. 왕세자가 먼저 들어가면, 장축자(掌畜者)가 기러기[雁]를 좌중호에게 주어 동남쪽으로 나아가 받들어 올리게 한다. 왕세자가 이미 기러기를 가지고 들어가게 되면, 시위하는 사람은 인원수를 적당히 헤아리어 따르게 하는데, 중문에 이르게 되면, 주인이 사양하여 말하기를,
"왕세자께서 먼저 듭시옵소서."
하면, 왕세자가 말하기를,
"아무가 감히 먼저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왕세자께서 먼저 듭시기를 굳이 청합니다."
하면, 왕세자가 말하기를,
"아무는 감히 먼저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여, 주인이 읍하면서 들어가면, 왕세자가 따라 들어간다. 왕세자는 문에 들어서서 왼편으로 가게 되고, 주인은 문에 들어서서 오른편으로 가게 된다. 중문에서 주인이 읍하고, 안채로 들어갈 때에 거의 몸을 굽혀 읍하고, 섬돌에 이를 때에도 읍하는데, 왕세자가 모두 답례로 읍한다. 섬돌에 이르러서 주인이 왕세자에게 먼저 오르기를 청하면, 왕세자는
"아무는 감히 사양합니다."
하고, 주인이 말하기를,
"왕세자께서 오르시기를 굳이 청합니다."
하면, 왕세자는 말하기를,
"아무는 진실로 감히 사양합니다."
하고, 주인이 또 말하기를,
"왕세자께서 오르시기를 끝내 청합니다."
하면, 왕세자는 또 말하기를,
"아무는 감히 끝까지 사양합니다."
한다. 주인이 읍하고, 왕세자도 답례로 읍하고서, 주인이 동계[阼階]로 올라 서향하여 서고, 왕세자는 서계(西階)로 올라 위차에 나아가 북향하여 꿇어앉아서 전안(奠雁)025) 하고, 엎드렸다가 일어나 재배하는데, 주인은 답배하지 아니하고, 왕세자가 내려가서 나가는데, 주인은 내려가서 전송하지 아니한다. 내구위(內廐尉)가 연(輦)을 중문 밖에다 모셔 놓으면, 부모(傅姆)가 빈(嬪)을 인도하고 사칙(司則)의 앞을 지나 어머니의 왼편으로 나가는데, 부모(傅姆)는 오른편에 있게 되고, 보모(保母)는 왼편에 있게 된다. 【촛불을 잡거나 시종하는 일은 식과 같게 한다. 】 아버지가 조금 앞으로 나아가서 서향하고 경계하기를,
"너의 옷과 너의 비녀를 반드시 바르게 하라."
하고, 명하여 말하기를,
"조심하고 공경하여 낮이나 밤이나 본분에 어김이 없도록 하라."
하고, 어머니는 서계(西階) 위에서 경계하되, 옷깃을 여며주고 수건을 매어 주면서 명하여 말하기를,
"힘쓰고 공경하여 낮이나 밤이나 어김이 없도록 하라."
하고, 여러 어머니들과 집안 어른들도 띠를 둘러 주면서 부모님의 명하심을 거듭 부탁하여 명하기를,
"공경하고 공손하게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본받아서 낮이나 밤이나 어김이 없도록 이 옷깃과 띠를 보고 생각하라."
한다. 빈(嬪)이 중문으로 나와서 연(輦) 뒤에 이르면, 왕세자가 발[簾]을 쳐들고 기다리며, 모(姆)가 작별하여 말하기를,
"잘 가르치지 못하와 족히 예(禮)를 드릴 수 없나이다." 하고, 빈이 연에 오르면, 모(姆)가 경(景)을 덧입혀 준다. 【《의례경전통해(儀禮經傳通解)》에 이르기를, "경(景)은 밝다는 뜻이요, 경(景)의 제도는 대개 명의(明衣)와 같으니, 덧입히기는 도중에 먼지를 막아서 의복을 선명하게 하기 위함이다." 하였다. 】 왕세자는 대문으로 나와 연(輦)에 올라 환궁하는데 시위하는 것은 오던 때 의식과 같고, 빈의 의장(儀仗)은 그 뒤로 선다. 주인은 빈의 시종으로써 그의 소속을 빈에게 보내 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36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책 70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비빈(妃嬪)
○親迎儀:
前一日, 忠扈衛, 設王世子次於嬪氏大門之外道西, 南向, 設侍衛宮官次於王世子次西南, 東向北上。 其日晡前三刻, 司僕進輦於光化門外近東, 翊衛司勒所部仗儀, 陳設如常。 王世子旣受命, 出勤政門外, 右中護負印前導, 左右侍衛如常儀。 左中護引王世子, 出光化門外, 王世子乘輦。 陪乘宮官上馬訖, 王世子輦動, 文武群官, 皆乘馬如常, 遂適嬪第, 執燭馬前, 侍從如常。 王世子輦, 至嬪氏大門外次前, 左中護進當輦前, 跪請降輦, 俯伏興, 還侍位, 王世子降輦之次。 輦將至, 主人告于祠堂, 醮禮如《朱子家禮》。 嬪服命服及首飾, 立於東房, 侍從如常。 主婦衣禮衣, 立於堂中近西, 南向。 設王世子奠雁位於堂中北向。 主人公服出大門之內西面, 儐者公服立於主人之左北向。 左中護前跪請就位, 俯伏興, 還侍位, 王世子出次, 立於門西東面, 侍衛如常。 儐者進受命, 出門東西面曰: "敢請事。" 左中護承傳進跪白如常, 王世子曰: "以玆初昏, 某奉敎承命。" 左中護俯伏興, 傳於儐者入告, 主人曰: "某謹敬具以須。" 儐者出, 傳於左中護白如初。 儐者引主人, 迎於門外之東, 西面再拜, 左中護前跪請答拜, 俯伏興, 還侍位, 王世子答拜, 主人揖。 王世子先入, 掌畜者以雁授, 左中護進東南奉授。 王世子旣執雁進入, 侍衛者(量)〔兩〕 人侍從。 及中門, 主人讓曰: "請王世子入。" 王世子曰: "某不敢先。" 主人又曰: "固請王世子入。" 王世子曰: "某固不敢先。" 主人揖入, 王世子從入。 王世子入門而左, 主人入門而右。 中門, 主人揖, 入內霤, 將曲揖, 當階揖, 王世子皆報揖。 至於階, 主人曰: "請王世子升。" 王世子曰: "某敢辭。" 主人曰: "固請王世子升。" 王世子曰: "某固敢辭。" 主人又曰: "終請王世子升。" 王世子又曰: "某敢終辭。" 主人揖, 王世子報揖。 主人升立於阼階上西向, 王世子升自西階就位, 北向跪奠雁, 俯伏興再拜, 主人不答拜。 王世子降出, 主人不降送。 內廐尉, 進輦於中門外。 傅姆導嬪, 司則前引出於母左, 傅母在右, 保母在左。 【執燭及侍從如式。】 父少進西面戒之曰: "必有正焉, 若衣若筓。" 命之曰: "戒之敬之, 夙夜無違命。" 母戒於西階上, 施衿結帨, 命之曰: "勉之敬之, 夙夜無違。" 庶母及門內施鞶, 申之以父母之命, 命之曰: "敬恭聽宗父母之言, 夙夜無愆, 視諸衿鞶。" 嬪旣出中門, 至輦後, 王世子擧簾以俟, 姆辭曰: "未敎, 不足與爲禮。" 嬪升輦, 姆加景。 【儀禮經傳通解云: "景, 明也。 景之制, 蓋如明衣。 加之以爲行道禦塵, 令衣鮮明也。"】 王世子出大門, 升輦還宮, 侍衛如來儀。 嬪仗次於後, 主人使其屬送嬪, 以嬪從。
- 【태백산사고본】 12책 36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책 70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