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덕·조비형·이순몽·황상·이발 등을 벌하라고 상소하니 윤허하지 않다
사간원에서 상소(上疏)하기를,
"신이 그윽이 생각하건대 군정(軍政)의 요임(要任)은 군사를 법으로써 가르치는 데 있고, 군사를 가르치는 기술은 강무(講武)하는 소양(素養)을 쌓는 것을 귀중히 여기는 데 있습니다. 주(周) 나라 제도에 봄·여름에는 군사를 움직여 막사를 청소(淸掃)하는 의식(儀式)이 있었고, 가을·겨울에는 군사를 다스리고 열병(閱兵)하는 의식이 있었던 것은, 모두 강무(講武)로써 군사의 규율을 바로잡고, ‘앉았다 섰다 나아갔다 물러갔다’하는 절차를 익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오량(伍兩)053) 의 군대에는 각기 장장(長匠)이 있사옵고, 또 원수(元帥)의 호령에 통일되어 기강(紀綱)이 모두 여기에서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천승 만기(千乘萬騎)라도 한 번 기(旗)를 휘두르고 북을 치는 대로 진퇴해서 서로 문란함이 없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한결같이 옛 제도를 따르시어 다시 대열(大閱)하는 의식을 행하시어, 편안할 때에 위태로운 것을 잊지 않으시고, 치세(治世) 때에도 난세(亂世)를 잊지 않으시니, 국가를 위하여 염려하심이 지극하십니다. 이제 참찬 최윤덕(崔閏德)·판서 조비형(曺備衡)·도총제 이순몽(李順蒙)·총제 황상(黃象) 등은 이미 장수가 되어 책임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일에 앞서 군사를 뽑아 강무하는 것을 연습하지 않은 것이 없삽거늘, 정히 대열(大閱)하시는 날을 당하여 의주(儀注)를 돌보지 않고 보고 듣는 것만 쾌하게 하고자 하여, 군사들로 하여금 혹 갑옷과 투구를 빼앗아 드디어 포로가 되게 하였으며, 군사들로 하여금 혹 갑옷을 벗고 장(杖)을 든 채 진(陳) 앞으로 달려들며, 혹 법도에 없이 불을 놓아 인마(人馬)를 상하게 하였으며, 사졸(士卒)들로 하여금 북을 치면 나아가고, 금(金)을 치면 물러가는 절차를 잃게 하였사오니, 〈이는〉 진실로 군사를 단련하는 뜻이 아니옵니다. 함부로 수급(首級)을 바치는 놀이를 해서 성감(聖鑑)을 번거롭게 하였고 어지럽혔으니, 어찌 인신(人臣)으로서 임금을 공경하는 예의이겠습니까. 그런즉 〈이것은〉 특히 규율을 어겨 군정(軍政)을 어지럽혔을 뿐만이 아니옵고 더욱이 공경하고 삼가는 뜻이 아닙니다. 그 죄가 가볍지 아니하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또 군정(軍政)의 호령이 모두 병조에서 나오는 것인데, 판서 이발(李潑)은 오로지 그 일을 맡아 본래부터 강습(講習)한 터이로되, 능히 장병으로 하여금 진퇴(進退)를 질서 있게 하지 못하게 하였사오니, 그 죄 또한 중하옵니다. 헌부(憲府)에서 사실을 갖추어 아뢰었사오나 윤허를 얻지 못하였사오니, 신 등은 속으로 민망히 여기나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윤덕·비형·순몽·황상·이발 등을 율에 의해서 죄를 주시와 뒷사람들을 경계하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34권 1장 B면【국편영인본】 3책 45면
- 【분류】군사-병법(兵法) / 군사-군정(軍政) / 사법-탄핵(彈劾) / 정론(政論)
- [註 053]오량(伍兩) : 군대의 단위 명칭이니, 오(伍)는 5인으로, 양(兩)은 25인으로 조직된 것임.
○司諫院上疏曰:
臣等竊謂軍政之要, 在乎敎士以律, 敎士之術, 貴乎講之有素。 其在周制, 春夏則有振旅拔舍之儀, 秋冬則有治兵大閱之禮, 無非所以講明師律, 而習其坐作進退之節也。 是以伍兩卒旅, 各有其長, 而又統於元帥, 號令紀綱, 皆出於此, 故雖千乘萬騎, 一旗鼓而進退, 不相紊亂。 殿下一遵古制, 復行大閱之禮, 其安不忘危, 治不忘亂, 爲國家慮至矣。 今參贊崔閏德、判書曹備衡、都摠制李順蒙、摠制黃象等, 旣爲將帥, 則任之非不專也; 前期簡士, 則講之非不素也。 正當大閱之日, 不顧儀注, 欲快見聞, 使其軍士或奪其甲胄, 遂及俘虜, 或脫甲持杖, 突至陣前, 或非法縱火, 致傷人馬, 俾士卒, 失其金鼓進退之節, 固非鍊士之意也。 擅爲獻馘之戲, 煩瀆聖鑑, 豈人臣敬上之禮也? 然則非特失律以亂軍政而已, 殊無敬謹之意, 厥罪匪輕, 固在不赦。 且軍政號令, 悉出兵曹, 而判書李潑, 專掌其事, 素所講習, 不能使將卒, 進退有序, 罪亦重矣。 憲府具辭以聞, 未蒙兪允, 臣等竊有憾焉。 伏望殿下, 將閏德、備衡、順蒙、黃象、李潑等, 按律科罪, 以戒後來。
不允。
- 【태백산사고본】 11책 34권 1장 B면【국편영인본】 3책 45면
- 【분류】군사-병법(兵法) / 군사-군정(軍政) / 사법-탄핵(彈劾)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