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사간 박안신 등이 조말생을 중죄하자고 청하였으나 윤허하지 않다
좌사간 박안신(朴安臣)이 조말생의 죄를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말생의 탐오는 퍽 심한 것이라, 그 죄는 마땅히 목베어야 될 것이지마는, 국가에 또한 공로도 있으니 그를 죽일 수는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신을 죽이지 않는다는 조종(祖宗)의 법이 이미 서 있지 않은가."
하였다. 안신(安臣)이 재차 청하기를,
"대체로 보통 사람이 굶주림과 추위로 생명이 위험하여 능히 염치를 차릴 수 없을 정도가 되어 탐오를 범한 사람에게도 오히려 죄를 주는데, 지금 말생은 벼슬이 재상(宰相)에 이르러 성상의 은혜를 후하게 입었으니, 굶주림과 추위로 생명에 위협을 받는 사람과는 견줄 수 없습니다. 더구나 태종 때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위임하던 신하이었으니 응당 몸을 닦아서 성상께 보답하기를 도모해야 될 것인데도, 도리어 총애를 믿고 위엄을 빌려서 탐오하고 불법하기가 이와 같이 심하게 되었는데, 만약 재상이라고 해서 이를 죽이지 않는다면, 신하들이 스스로를 징계하는 마음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조정을 탁란(濁亂)시키고 나라를 위망(危亡)하게 하는 사람이 후에 계속해서 일어날까 염려됩니다. 말생의 죄는 전하께서 환히 아시고 계실 것이오니, 청컨대 극형(極刑)에 처하여 뒷사람들을 경계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대간은 법을 들어 논청하고 있으나, 그를 목베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였다. 곽존중(郭存中)과 김자(金赭) 등이 대답하기를,
"대간의 뜻은, ‘말생의 죄는 자기 한 몸의 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사(公事)를 핑계하여 국정을 혼란시키고, 돈을 받고 벼슬을 시키고 남의 전지를 빼앗았으니, 그 죄가 더욱 심하기 때문이라. ’는 것입니다. 죄가 이와 같은 지경에 이르렀으니 엄격히 징벌(懲罰)하여 뒷사람을 경계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태종께서 신임을 오래 하고 권애(眷愛)하심이 깊으셨으니, 그를 죽이는 것은 나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였다. 또 대언 등에게 이르기를,
"내은달(內隱達)의 딸을 시집보내지 말게 한 것은 태종의 명령이었다. 그 아버지 김내은달(金內隱達)이 태종께서 승하(升遐)하시자, 명령을 어기고 이원(李原)에게 시집보냈으니, 그 죄는 큰 것이다. 지금 만약 죽지 않았다면 마땅히 죄주어야 될 것이다. 앞으로도 재상으로서 첩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내은달의 아내에게 반드시 장가들려고 할 것이니, 만약 장가들지 못하게 한다면 반드시 원망을 품을 것이다. 태종께서 시집보내지 못하게 한 것은 재상들이 다투어 그에게 장가들고자 하므로 어지럽게 될까봐 염려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천인(賤人)에게 시집보내어 뒷날의 걱정을 없애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32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0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신분-천인(賤人) / 인사-관리(管理)
○左司諫朴安臣, 請趙末生之罪, 上曰: "末生貪汚尤甚, 其罪當誅, 然於國家, 亦有功勞, 不可殺之也。 況不殺大臣, 已有祖宗之法乎?" 安臣再請曰: "大抵常人, 飢寒切身, 而不能養廉恥, 以至貪墨者, 尙且加罪, 今末生位至宰相, 厚蒙上恩, 不與飢寒切身者同也。 且自太宗之世, 迄至于今, 久爲委任之臣, 必當謹修圖報, 反爲怙寵假威, 貪汚不法, 甚至如此。 若謂宰相而不殺之, 則不惟臣下無有懲戒之心, 濁亂朝廷, 致國危亡者, 恐繼踵於後也。 惟玆末生之罪, 殿下灼知之矣。 請置極刑, 以戒後來。" 上不允曰: "臺諫擧法論請, 然誅之不可。" 郭存中、金赭等對曰: "臺諫之意, 以謂末生之罪, 非止一己之事, 囑托公事, 變亂國政, 賣官鬻爵, 奪人田土, 其罪尤甚故也。 罪至如此, 痛懲戒後可也。" 上曰: "太宗信任之久, 眷愛之深矣。 戮之, 予所不忍。" 又謂代言等曰: "內隱達之女, 勿令交嫁者, 已有太宗之敎矣。 其父金內隱達, 至太宗升遐之時, 違敎嫁之李原, 其罪大矣, 今若不死, 宜當罪之。 今後宰相, 亦有欲爲妾者, 則內隱達之妻, 必嫁之, 以成所欲, 若不得嫁, 則必興怨咨, 太宗所以不令交嫁者, 乃以宰相, 爭欲娶之, 以至於亂故耳。 使嫁賤人, 以防後患可也。"
- 【태백산사고본】 11책 32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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