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로 천안에 올라있는 공비의 어머니 안씨와 그 자녀들을 천안에서 제명케 하다
좌의정 이직(李稷)·우의정 황희(黃喜)·참찬 최윤덕(崔閏德)·허조(許稠)·호조 판서 안순(安純)·예조 판서 신상(申商)·형조 판서 정진(鄭津)·이조 참판 성엄(成揜)·호조 참판 최사강(崔士康)·병조 참판 이천(李蕆)·형조 참판 정초(鄭招)·공조 참판 조뇌(趙賚) 등이 글을 올리기를,
"그윽이 듣건대 성인이 법을 쓰는 것은 반드시 인정(人情)을 따르게 되고, 왕자가 효도를 하는 것은 선왕의 뜻을 잘 계승하는 데 있으니, 이것은 천하 고금의 공통된 의리입니다. 무술년에 강상인(姜尙仁) 등의 공사(供辭)가 심온(沈溫)에게 관련되어 옥사(獄辭)를 갖추어 아뢰었더니, 태종께서 특별히 스스로 죽게[自盡]하고, 또한 이양달(李陽達)에게 명하여 복지(卜地)와 관(棺)을 주어 장례를 지내도록 하고 가산을 적몰하지는 않았으니, 대개 우리 공비 전하(恭妃殿下)께서 성상의 배필이 되어 원자(元子)를 탄육(誕育)하여 우리 조선 만세(萬世)의 기업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 때 의금부에서 형률에 의거하여 연좌의 죄를 청하니 태종께서 윤허하지 않으시다가, 굳이 청하매 그제야 이를 허락하시고, 이내 교지를 내리어 심온의 아내와 자녀들을 예(例)에 의하여 비록 관청에 소속시켰으나 역사(役事)는 하지 말게 하고, 그 뒤에 천안(賤案)에서 제명하고자 하였으나, 미처 교지를 내리지 못하시고 세상을 떠나셨사온대, 여러 신하들도 의리에 의하여 의논을 올린 사람이 없었으므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천안(賤案)에 매여 있습니다. 옛날 사람이 말하기를, ‘아들이 어머니를 신하로 삼는 의리는 없다.’ 하였는데, 이제 공비 전하는 바야흐로 국모(國母)가 되었는데도, 어머니 안씨(安氏)의 몸은 관천(官賤)이 되어 있으니 심히 옳지 못합니다. 옛날 한나라 소제(昭帝) 때에 상관 황후(上官皇后)의 아버지 안(安)이 반역(反逆)을 꾀하다가 참형을 당했을 때에도 그의 아내는 추존하여 경부인(敬夫人)으로 삼았고, 원읍(園邑) 2백 가(家)를 두어 장승(長丞)이 받들어 지키기를 법대로 하였으니, 대저 한나라의 법이 엄하여 이와 같이 시행한 것은 진실로 황후 때문입니다. 신 등은 삼가 바라건대 한나라의 고사(故事)를 본받고 태종의 뜻을 계승하시어 천안을 삭제하고 작첩(爵牒)을 돌려 주어, 신민들의 국모(國母)를 떠받드는 마음을 위로하여 주신다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니, 명하여 천안(賤案)에게 제명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32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7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신분(身分)
○左議政李稷、右議政黃喜、參贊崔閏德ㆍ許稠、戶曹判書安純、禮曹判書申商、刑曹判書鄭津、吏曹參判成揜、戶曹參判崔士康、兵曹參判李蕆、刑曹參判鄭招、工曹參判趙賚等上書曰:
竊聞, 聖人之用法, 必緣人情; 王者之爲孝, 善繼先志, 此天下古今之通義也。 歲在戊戌, 姜尙仁等, 辭連沈溫獄, 具以聞, 太宗特令自盡, 又命李陽達, 卜地給棺葬之, 除籍沒家産。 蓋以我恭妃殿下, 作儷宸極, 誕育元良, 以肇我朝鮮萬世之基也。 時義禁府, 據律請緣坐之罪, 太宗不允, 固請乃許之, 仍下旨: "溫妻子女, 例雖屬公, 毋得役使。" 其後欲除賤案, 未及下敎, 賓天大遽, 群臣亦未有據義上論者, 至于今仍繫賤案。 古人有言曰: "子無臣母之義。" 今恭妃殿下方爲國母, 而母安氏身爲官賤, 深爲未便。 昔漢 昭帝時, 上官皇后父安, 圖不軌伏誅, 其妻追尊爲敬夫人, 置園邑二百家長丞, 奉守如法。 夫以漢法之嚴, 其所施行如此者, 誠以皇后故也。 臣等伏望法大漢故事, 繼太宗之志, 削其賤案, 賜還爵牒, 以慰臣民戴國母之心, 不勝幸甚。
命除名賤案。
- 【태백산사고본】 11책 32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3책 27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신분(身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