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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31권, 세종 8년 1월 26일 신유 2번째기사 1426년 명 선덕(宣德) 1년

1품에서 9품까지를 대성에서 서경을 실시하자는 좌사간 허성 등의 상소문

좌사간 허성(許誠) 등이 상소하기를,

"정치가 잘되고 못되는 것은 선비의 풍기가 좋고 나쁜 데에 달려 있으며, 선비의 풍기를 바로잡는 방법은 직첩을 서경(署經)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은 사람마다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고려하여, 명예와 절조에 힘쓰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나라에는 고신(告身)의 법이 있었고, 송나라에 이르러서는 정당하지 않은 자에게 벼슬을 시킨 자가 있을 때에는, 담당관이 곧 사두(詞頭)를 봉해 가지고 반환하였으며, 고려 때에는 대간을 두어 귀와 눈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여 1품에서 9품까지 직첩을 발행할 때에는 반드시 서경을 실시하게 하였기 때문에, 충성스러운가 부정한가, 청렴한가 욕심을 부리는 자인가를 심의하지 않는 것이 없었으며, 대신에서부터 작은 관리까지 아무리 작은 일이나 세밀한 행동까지라도 조심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나라의 명맥을 유지하여 5백 년 동안이나 누리게 된 것이 진실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태조 강헌 대왕께서는 처음 개국할 때를 당하여 포용하는 범위를 확대시키며 인재를 모아들이는 방법으로 마음을 쓰셨기 때문에, 4품 이상은 모두 관교(官敎)를 사용하셨는데, 이것은 일시적으로 나라를 새로 세웠을 시기의 임시적 방편이었고, 영구히 지켜 나가기 위한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신 등은 생각하건대 문화적인 정치를 하는 시대에는 본시 나라를 창설할 시기와는 같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신하 노릇하는 자로서는 책임이 커질수록 마음은 더욱 조심스럽게 가져야만 그 직무를 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서경은 다만 5품 이하에만 실시하고 4품 이상에는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대부직(大夫職) 이상은 자기들의 잘잘못에 대하여는 공론이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조금도 기탄을 하지 아니하여 염치가 생기지 못하며, 선비의 기풍이 서지 못하오니, 진실로 전하의 문화적인 위대한 정치에 험이 되고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옛 법에 의하여 1품에서 9품까지를 모두 대성(臺省)에서 서경을 실시하여 인심을 격려하며 선비의 기강을 바로 잡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르고, 인하여 이르기를,

"고려 말기에 문무관의 직첩을 대성에서 서경할 때에, 애매한 사실은 어물어물하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실로 제대로 되지 못하였으니, 이제부터는 천구(賤口)에 관계된 사건 이외에 고려 시대의 사실은 말하지 말고, 건국한 이후의 사실만 가지고 토의하여 실시하고, 만일 다른 의견이 있으면 곧 첫번 자리[初坐]에서 공동으로 상의하여, 이것을 일정한 규례로 삼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31권 9장 B면【국편영인본】 3책 5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 정론-정론(政論)

○左司諫許誠等上疏曰:

治道之汚隆, 係乎士風之美惡, 而正士風之要, 莫切於署經職牒, 使人人思各顧慮, 砥礪名節也, 故有告身之法, 至宋朝有除授非當者, 有司輒封還詞頭。 其在前朝, 置臺諫代耳目, 自一品至九品, 其職牒, 必令署經, 而忠邪廉汚, 靡不察議, 大臣、小吏雖小節細行, 罔不矜愼。 維持國脈, 傳祚五百者, 良以此也。 惟我太祖康獻大王當開國之初, 擴包容之量, 以網羅收集爲心, 四品以上, 皆用官敎, 此乃一時創業之大權, 非萬世持守之常經也。 臣等以爲, 守文之世, 固與創業之時不同, 且人臣任愈大而心愈小, 乃能盡職。 今之署經, 只行於五品以下, 不及於四品以上, 故帶大夫者, 以爲己之得失, 公論所不及, 略無忌憚; 廉恥不興, 士風不立, 誠有虧於殿下守文之盛典。 伏望殿下依舊章, 自一品至九品, 皆令署經臺省, 以勵人心, 以正士風。

上從之, 仍曰: "高麗之季, 文武官職牒, 臺省署經時, 以曖昧之事, 沮滯不出, 誠爲未便。 今後賤口干連事外, 高麗時事, 除擧論, 以開國以後事, 議擬施行, 如有異議, 則初坐通議施行, 以爲恒式。"


  • 【태백산사고본】 10책 31권 9장 B면【국편영인본】 3책 5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