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를 보다. 백성들이 동전을 즐겨 사용하지 않는 까닭을 논하다
정사를 보았다. 임금이 말하기를,
"동전(銅錢)을 백성이 쓰기를 즐겨하지 않는 까닭으로, 가치(價値)가 천하여져서 6, 7 새 면포(綿布) 한 필 값이 돈 6, 7백 문(文)이나 되니, 이것은 다름이 아니고 법을 자주 고친 데에서 오는 폐단이다."
하니, 호조 참판 목진공(睦進恭)이 대답하기를,
"돈이 천해지고 백성이 즐겨 쓰지 않는 것은 민간에 퍼진 돈이 많기 때문이며, 또는 일을 의논하는 대신들의 과실입니다. 대신들이 이를 의논하면서 돈에 관한 법을 폐지하기를 청한 자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법을 세운 것이 일정하지 않고, 민심이 의혹하여서 사용하기를 즐겨하지 않습니다. 장구한 법을 세워서 백성으로 하여금 돈을 쓰지 않을 수 없음을 알게 하여, 민심을 굳게 하면 백성이 많이 이용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말이 옳다. 그러나 관에서 나간 돈이 몇 천 관(貫)뿐인데, 어찌 많다 하겠는가. 백성에게 많이 이용시키고자 하면서 돈을 귀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였다."
하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이명덕이 말하기를, ‘강원도에 신세포(神稅布)를 공받는 데의 폐단이 적지 않다. 무당에게만 받는 것이 아니고 평민에게도 받는다. ’고 한다니, 과연 그말과 같으면 비록 조종(祖宗)께서 제정한 법일지라도 고치는 것이 어떠하냐."
하니, 진공이 대답하기를,
"신이 일찍이 강원도에 수령을 지냈고 또 감사로도 있어서 죄다 알고 있습니다. 수령이 무당한테서 받은 것을 세 몫으로 나누어서, 한 몫은 고을에서 쓰고, 한 몫은 감사에게 바치며, 한 몫은 나라에 공바치는 것인데, 감사와 수령이 모두 이것을 받아서 써버립니다. 까닭에 수령 중에 ‘금년에는 신에게 제사하는 자가 적으므로 세포(稅布)가 공바치기에 모자란다. ’고 핑계하는 자가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강원도에는 면포 장사와 무역(貿易)하는 자가 길에 널려 있는데, 명덕의 아뢴 것은 다만 수령들의 발라맞추는 말을 듣고 한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경의 말과 같으면 별로 해는 없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책 68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금융-화폐(貨幣) / 재정-잡세(雜稅) / 신분(身分)
○乙酉/視事。 上曰: "銅錢民不樂用, 故賤, 六七升緜布一匹直錢六七百文。 此無他, 數更其法之弊也。" 戶曹參判睦進恭對曰: "錢賤而民不樂用者, 以其民間散錢之多也, 且議事大臣之過也。 大臣議事, 請罷錢法者多矣。 由是立法未定, 民心疑惑, 不肯興用。 願立經久之法, 使民知錢文之不可不用, 以固其心, 則民興用矣。" 上曰: "卿言是矣。 然官出錢數千貫, 豈其多哉? 欲民之樂用, 而使錢文貴, 則不可也。" 上又曰: "李明德言: ‘江原神稅布之貢, 其弊不少。 非獨取於巫戶, 亦取於平民之戶。’ 果若此言, 雖祖宗之法, 革之如何?" 進恭對曰: "臣嘗爲江原守令, 且爲監司, 備悉知之。 守令取於巫家, 三分其數, 一分用之於官, 一分上之監司, 一分貢於國。 監司、守令皆資之以爲用, 故守令以今年祀神者寡, 稅布不足於貢爲言者, 往往有之。 然商賈貿易者, 絡繹於道, 明德之啓, 但聽守令彌縫之言耳。" 上曰: "如卿所言, 別無害也。"
-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책 68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금융-화폐(貨幣) / 재정-잡세(雜稅) / 신분(身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