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사인 통사 조충좌와 황친인 통사 애검이 조서와 칙서를 기록하여 가져오다
정조사(正朝使)인 통사(通事) 조충좌(趙忠佐)와 황친(皇親)인 통사 애검(艾儉)이 돌아와 복명하고, 조서(詔書)와 칙서(勅書) 두 통을 기록하여 가져왔다. 그 칙서에 이르기를,
"황제는 천하의 문무 군신(文武群臣)에게 칙을 내려 유시하노라. 짐(朕)은 생각하견대, 천지는 만물을 생육하는 것으로서 덕을 삼고, 군왕은 백성을 편하게 하는 것으로서 임무로 삼나니, 관직을 설치하고 직무를 나누며, 어진 이를 선발하고 능한 자를 임명하는 것은 서로 그 공효를 이루려는 것이다. 짐이 공경히 큰 법통을 이어받아, 오로지 조종(祖宗)이 기업(基業)을 창조하시고 이를 보전 수호하사 떨어뜨리지 않으신 그 어려움을 우러러 받들어, 조석으로 조심하고 공경하며, 천도(天道)를 본받아 천하를 다스리려고 즉위 초에 포부(逋負)한 것을 견감(蠲減)하고, 죄 있는 자를 사면(赦免)하며, 급하지 않은 사무는 모두 정지하고, 현량(賢良)한 인재를 신중히 선발하여 함께 새로운 정치를 도모하여 천하와 더불어 태평을 누리기를 기대하였도다. 그러나, 이제 천하의 모든 일이 다 다스려 지지 못하고, 백성이 다 편안을 누리지 못하니, 이는 짐의 책임이고 또한 그대들 문무 군신의 책임이니, 면려를 더하여 이를 깊이 생각하라. 그대들 문신(文臣)들에게 고하노니, 육경(六卿)은 나라의 서무를 관장하고, 포정사(布政司)는 한 방면의 책임을 맡고, 수령(守令)은 군읍(郡邑)을 맡는 등 대소의 모든 관원이 각기 맡은 바가 있으니, 그 충성을 다하고 지려(智慮)를 다하여 온 백성을 편하게 하되, 전형(銓衡)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알맞은〉 사람을 선택하고, 부세(賦稅)함에는 반드시 떳떳함이 있으며, 예법의 교화를 반드시 닦아 밝히며, 병사의 행정을 반드시 진작시키며, 형벌을 반드시 공평 관대하게 하며, 토목의 영선(營繕)을 반드시 존절(撙節)히 하여, 모든 정교(政敎)와 호령을 신중히 살피고 헤아려서 애휼(愛恤)하는 것으로 근본을 삼아, 안팎이 서로 받들어 이익을 일으키고 해독을 제거하며, 편히 쉬게 하여 생민을 번성하게 하고, 농사를 권장하여 그 근본을 두텁게 하며, 학교를 일으키고 선비를 권면하여, 그 풍속을 바로 잡고, 인재를 성취하게 하여, 반드시 우리 백성으로 하여금 의식(衣食)이 풍족하고, 예양(禮讓)의 새 기풍을 이루며, 한 지아비와 한 지어미가 모두 그 안접할 곳을 얻어야만, 이제 비로소 그 직책에 상부(相副)한 것이 될 것이다. 그대들 무신에게 고하노니, 도부(都府)는 나라의 군정(軍政)을 관장하고, 도사(都司)는 한 방면(方面)을 제어하매, 위소(衛所)060) 와 변위(邊圍)061) 가 각기 믿을 만한 곳이 있으나, 그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국가를 방위하되, 군사의 훈련의 검열을 반드시 공평하게 또 부지런히 하며, 부오(部伍)의 기율을 반드시 엄숙히 하며, 무기를 반드시 견고 예리하게 하며, 성곽 보루(堡壘)를 반드시 수선 보치(補治)하며, 군량과 마른 꼴[茭]을 반드시 풍족히 쓰도록 준비하며, 순라(巡邏)와 요망(瞭望)을 반드시 부지런히 하여 갖추어서, 법을 범하여 질서를 어지럽게 하는 자로 하여금 자취를 감추게 하고, 우리 백성으로 하여금 무사한 가운데 편안하게 하려면, 요령은 군사를 무애(撫愛) 양성하는 것으로써 근본을 삼아, 그 주리고 추운 것을 돌아보고 노고와 고통을 생각하여 안전한 곳에 써야만, 이것이 직책에 상부한다고 할 것이다. 풍화와 법도를 맡은 직책에 이르러서는 짐의 귀가 되고 눈이 되어, 조정 정사의 결여된 곳과 관리의 행정의 득실(得失)과 군·민(軍民)의 이해(利害)와 백관 유사(有司)의 현부(賢否) 여부를 마땅히 염찰하여, 반드시 그 관직으로 하여금 그 삶을 얻게 하여, 모든 정사가 정돈되지 않는 것이 없고, 사람들이 모든 삶을 즐겨야만, 이것이 그 직책에 상부한다고 할 것이다. 무릇 군신(君臣)이 한 몸이 되고, 상하가 서로 도와야 하나니, 짐은 덕을 닦는 데 힘쓰고, 그대들은 충성과 정숙에 더욱 면려하여 치화를 도와서, 이 백성을 명랑하고 평화로운 성대에 오르게 한다면, 그 어찌 위대하지 않겠는가. 짐이 하늘을 대신하여 인민을 사랑하매, 정성스럽게 경계하는 마음을 두어, 소인배(小人輩)들로 임용(任用)하는 자리를 갖추지 않으며, 필요 없는 비용으로 국가의 재력을 손상하지 않으며 형벌로 교화에 앞세우지 않으며, 과람(過濫)한 정벌로 군사를 수고롭게 하지 않으리니, 그대들은 나의 지극한 이 뜻을 본받아 그 직임에 부응토록 하라. 오직 충(忠)하여야 족히 인군을 섬기고, 오직 인(仁)하여야 족히 사람을 사랑하고, 오직 부지런한 곳에 모든 일이 이루어지고, 오직 청렴한 곳에 공도(公道)가 존재 한다. 만약 뜻이 교만하고 행동이 방종하며, 붕당에 아부하여 권력을 쓰거나, 재물을 탐하여 난폭하게 백성의 것을 마구 긁어 가거나, 혹은 아부를 일삼고 비위를 맞추어, 항상 그 지위만을 보전하고 시대에 보익함이 없으면, 출척의 명백함과 상벌의 공정함이 나라 제도에 갖추어 있으니 그대들은 이를 공경히 받들어야 하므로 유고하는 바이다."
하였다. 몸소 남교(南郊)에서 제사 드린 뒤에 조서를 받으니, 봉천 승운 황제가 조서에 이르기를,
"짐은 생각건대, 군국의 도(道)는 하늘을 섬기는 것이 크고, 하늘을 섬기는 실상은 백성을 구제하는 것이 으뜸이다. 우리 국가의 성인께서 서로 이어받으셨으니, 태조 고황제께서는 기업을 창조하시고 대통을 드리우시니, 만방이 크게 평안하였고, 태종 문황제께서는 뜻을 이으사 그 공업을 지키시니, 은덕과 위엄이 널리 크게 미쳐, 온 천하가 일이 없고, 백성이 평화를 누린 것이 이제 60년이 되었으니, 이는 모두 제위(帝位)를 보우하신 하늘과 땅의 융후한 덕이 묘연(眇然)한 내 몸까지 미쳐서 큰 업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즉위한 이래로 조석으로 근신하며, 위로 천명의 중함을 생각하고, 아래로 민생의 어려움을 생각하여, 이에 밝게 하늘을 섬기는 일을 공경히 하여 거의 모든 백성을 편하게 하고 가난에서 건지게 하기 위하여, 삼가 금년 정월 15일에 남교에서 공경히 천지에 제사하니, 고굉(股肱)062) 이 서로 돕고 수 많은 관원이 달려오매, 삼령(三靈)063) 이 서로 기뻐하고, 백사가 도에 합하여 상서를 도우니, 아름답게 신민과 더불어 고루 복과 은택을 받을 것이다. 아아, 천시께 제사를 올려 정성을 다함은 우러러 신령의 주심에 보답하려는 것이요, 봄날에 덕음(德音)을 반포하는 것은 하늘의 도를 본받아 지극한 화기를 맞아 인도하여 만물을 번성하게 생육하려는 것이다. 더욱이 이제 직위에 있는 자들은 감격하여 그 직분에 힘쓰려니와 오직 인애의 정성이 나의 태평의 치화를 도울 것이다. 중외에 조서로 고하노니 다 알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7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2책 657면
- 【분류】외교-명(明)
- [註 060]위소(衛所) : 명나라 군대의 편제에 위(衛)와 소(所)가 있었는데, 수도와 지방 군현에 이르기까지 모두 위와 소를 세워, 외방은 도사(都司)가, 내지는 오부 도독부(五部都督府)가 통할하였다.
- [註 061]
○正朝使通事趙忠佐、皇親通事艾儉復命, 欽錄詔勑二道而來。 其勑曰:
皇帝勑諭天下文武群臣。 朕惟, 天地以生物爲德; 人君以安民爲任。 設官分職, 簡賢任能, 所以相成其功。 朕祗紹洪圖, 仰惟祖宗創業守成之艱難, 夙夜惓惓, 體天爲治。 嗣守之初, 蠲逋負、赦有罪, 不急之務, 一切停罷。 愼選賢良, 共圖惟親之治, 期與天下安於太平。 今天下庶事未盡理, 生民未盡安, 斯朕之責, 亦爾文武群臣之責, 尙勉思之。
咨爾文臣, 六卿掌國之庶務, 布政司受任方隅, 守令典郡邑, 大小庶官, 各有攸司, 其竭忠殫慮, 以安黎庶。 銓選必擇人, 賦稅必有常, 禮敎必修明, 兵政必振擧, 刑罰必平恕, 營繕必撙節, 凡百政令, 必謹審度, 以存恤爲心。 內外相承, 興利除害, 休息以蕃其生; 勸課以厚其本。 興學勸士, 以正其俗, 以成其才, 必使吾民衣食充足, 禮讓成風, 匹夫匹婦, 咸得其所, 斯爲稱職。
咨爾武臣, 都府掌國之軍政, 都司控制一方, 衛所邊圍, 各有信地, 其悉心戮力, 以衛國家。 簡閱訓鍊, 必公必勤, 紀律部伍, 必嚴必肅, 器械必堅利, 城堡必修繕。 糧茭儲峙, 必足於用, 巡邏望瞭, 必謹以備。 使奸(究)〔宄〕 屛迹, 吾民安於無事。 其要以撫養軍士爲本, 䘏其飢寒, 念其疾苦, 用之於萬全, 斯爲稱職。 至於風憲, 爲朕耳目, 朝政闕典、吏治得失、軍民利病、百官有司孰賢孰否, 悉宜廉察, 必使官得其人, 政無不擧, 人咸樂生, 斯爲稱職。
夫君臣一體, 上下相須。 朕勉於修德, 爾尙勵於忠貞, 弼成治化, 以躋斯民於雍熙泰和之盛, 不其偉歟? 朕代天子民, 恪存戒飭, 不以小人備任使, 不以浮費傷財力, 不以刑罰先敎化, 不以貪黷勞士卒, 爾尙體予至意, 以副職任。 惟忠足以事君, 惟仁足以䘏人, 惟勤則庶事集, 惟廉則公道存。 乃若驕盈縱恣, 朋比用事, 貪暴(培)〔掊〕 克, 漁獵吾民, 或附阿從事, 務爲容悅, 庸庸保位, 無補於時。 黜陟之明、賞罰之公, 典章具在, 爾其欽哉! 故諭。
親祀南郊後詔:
奉天承運皇帝詔曰: 朕惟君國之道, 事天爲大, 事天之實, 䘏民爲本。 我國家聖聖相承, 太祖高皇帝肇基垂統, 弘靖萬方, 太宗文皇帝繼志守成, 德威廣被, 天下無事, 生民乂安, 六十於今矣。 是皆天地祐祚之隆。 肆及眇躬, 獲承鴻緖, 嗣位以來, 夙夜其愼, 上惟天命之重; 下念民生之艱, 式嚴昭事, 庶臻康濟。 謹於今年正月十五日, 恭祀天地于南郊, 股肱相助, 群工駿奔, 三靈交悅, 百順介祥。 嘉與臣民, 均膺慶澤。 於戲! 郊禋致誠, 所以仰答靈貺; 陽春布德, 所以順體乾元。 迎導至和, 蕃育庶品。 尙玆有位, 感懋乃事。 惟其仁愛之誠, 輔我太平之治。 詔告中外, 悉使聞知。
- 【태백산사고본】 9책 27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2책 657면
- 【분류】외교-명(明)
- [註 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