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룻날의 대사헌 이명덕의 실책에 대한 사간원 좌사간 유계문의 상소문
사간원 좌사간 유계문(柳季聞)이 상소하기를,
"신 등은 생각하기를, 헌부(憲府)는 법질서를 세우는 으뜸되는 관아로서 백관의 비위를 규탄하는 곳이므로, 반드시 자기 몸을 바르게 한 연후에 남을 바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니, 그 몸을 바르게 하지 못하고서 어찌 남을 바르게 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서 매양 이 인선을 중대시하여 반드시 물의(物議)에 맞는 자를 택하여 이에 임명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대사헌 이명덕(李明德) 등이 설날 아침[正朝]에 군신(君臣)이 같이 연회할 때에, 자기가 먼저 그 예의를 잃은 것을 돌아보지 않고 변계량(卞季良)을 탄핵 힐문하였다가 도리어 욕을 당하였으니, 진실로 그 벼슬에서 폄손(貶損)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전하께옵서 이를 용서하시고 논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또, 대제(大祭)를 친히 행하실 때에 감찰(監察) 이영간(李英幹) 등이 감찰 허만석(許晩石)의 범한 죄를 고하였으니, 영간의 고한 바가 옳으면 마땅히 만석을 핵문해야 할 것이요, 만석의 행한 일이 옳으면 마땅히 영간 등을 핵문하고, 이를 아뢰어 시행하여야 옳을 것입니다. 이것을 그만두고 한번 만석에게 물어 보지도 않고, 옳고 그름을 전도(顚倒)시키고 마음대로 만석으로 하여금 벼슬길에 도로 나오도록 하였습니다. 드디어 영간 등이 글을 올려 죄를 청하는데 이르러서 욕을 당한 것이 이미 극심하매, 비록 피혐(避嫌)하고 사직의 정사(呈辭)를 올렸다 하나, 장차 어찌 그 수치를 씻겠습니까. 다행히 성상의 은덕을 입어 복직함을 얻었던 것입니다. 이는 비록 헌사의 관원을 중히 여기시고, 미세한 과실을 용서하시는 전하의 아름다운 뜻이오나, 만석이 초상집 사위로서 그 상제(喪制)를 마치지 않았고, 서계(誓戒)에 참여하지 않았음은 여러 사람들이 명백히 아는 사실입니다. 명덕 등이 풍화와 법도를 맡은 직임에 있으면서, 성상의 망극하옵신 정성을 몸받지 않고, 만석으로 재계하는 데의 감찰로 정하여, 대사에 누(累)를 끼치고 일을 처리 함에 있어 중정(中正)을 잃었고, 번번이 일마다 허물을 얻었으니, 어찌 기강을 세우고 백관을 규찰하겠습니까. 다만 그 직책에 맞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죄 또한 큽니다. 또 감찰 전충(全衷) 등이 핵문할 때를 당하여 그 답사(答辭)가 누차 대장(臺長)에게 언급되었으니, 대장의 피혐에 대하여는 스스로 그 공론이 있을 것인데도, 영간 등이 전충과 당(黨)이 되어 자기를 공격할까 두려워하여 갑자기 글을 올려 예법에 지나쳤다고 죄를 청하였으니, 이를 만약 징계하지 않는다면 장래에 간사한 소인들의 윗사람을 능멸하는 조짐이 이로부터 일어 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만석에게 이르러서는 오직 단 하나의 사위로서 빈소(殯所) 곁에 왕래하여 스스로 그 범염함을 알 것이니, 비록 청재(淸齋)의 감찰로 정해졌더라도 마땅히 사피하였어야 했을 것인데, 안연히 좇아 행하여 성상의 효성에 누가 되게 하였으니, 또한 작은 과실이 아니옵니다. 삼가 바라옵건대, 전하께옵서는 위의 사람들을 율에 의하여 죄를 내리시고, 물의에 합당한 자를 선택하여 그 직임을 제수하시와 풍화와 법도를 바르게 하시면, 공도(公道)에 이보다 다행한 일이 없을까 하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정월 초하룻날의 일을 어찌 지금에 와서 그 죄를 청하느냐. 또 지금 대장과 감찰의 과실이나 허만석이 범한 죄가 모두 사소한 일이기 때문에, 내 일찍이 다 용서하고 논하지 말도록 한 것이 이미 수일이나 된다. 어찌하여 다시 죄주기를 청한단 말인가. 다시는 말하지 말라."
하니, 좌정언(左正言) 조수량(趙遂良)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국가의 큰일이 제사와 병사(兵事)이온데, 전하께서 친히 향사하시는 때를 당하여, 대사헌 이명덕 등이 정실로 만석의 죄를 벗겨 주고 독단하여 직임에 나오도록 하였사오며, 서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오히려 청재(淸齋)하는 감찰로 정하였는데, 만석이 그 죄를 벗겨 준 데에 감심(甘心)하게 여겨 감히 변명하여 고백하지 않고 공공연하게 〈이를〉 받들어 행하였으니, 신 등은 그 죄가 가볍지 않다고 봅니다."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7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책 65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司諫院左司諫柳季聞上疏曰:
臣等竊謂, 憲府紀法之首, 所以彈糾百官者也。 必正己而後物正, 不正其己, 其如正人何? 故國家每重是選, 必擇孚物議者而任之。 今大司憲李明德等乃於正朝君臣同宴之時, 不顧己之先失其禮, 劾問季良, 反蒙詬辱, 固當貶其爵矣, 殿下赦而勿論。 又於親享大祭之時, 監察李英幹等告(誤)監察許晩石所犯。 英幹之告是, 則當劾晩石; 晩石之事是, 則當劾英幹等, 啓達施行可也。 釋此不爲, 一問晩石而顚倒是非, 擅令還仕, 遂致英幹等上書請罪。 被辱已極, 雖避嫌呈辭, 將何以雪其恥乎? 幸蒙上恩, 獲復其職。 是雖殿下重司憲, 赦小過之美意, 然晩石以喪家之壻, 未終其制, 不與誓戒, 衆所灼知。 明德等以風憲之任, 不體聖上孝思之誠, 以晩石定爲淸齋監, 有累於大事, 處事失中, 動輒得咎, 何以振紀綱, 糾百官乎? 非惟不稱其職, 罪亦大矣。
且監察全衷等, 當其劾問之際, 答辭累及臺長, 臺長避嫌, 自有公論, 英幹等黨於全衷, 恐其軋己, 卒然上書, 越禮請罪。 此若不懲, 將恐群小凌上之漸, 自此而起矣。 至於晩石, 唯以獨壻, 進退殯側, 自知犯染, 雖定淸齋監, 固當辭避, 安然率行, 以累聖孝, 亦非小失也。 伏望殿下, 將上項人員等, 按律科罪, 擇孚物議者, 以授其任, 以正風憲, 公道幸甚。
上曰: "元日之事, 何至此而請罪乎? 且今臺長、監察之失, 與夫許晩石所犯, 悉皆小事, 故予曾咸赦勿論, 今已數日矣, 何更請罪乎? 勿復更言。" 左正言趙遂良對曰: "國之大事, 在祀與戎。 當殿下親享之時, 大司憲李明德等私脫晩石之罪, 擅令出仕, 灼知不與誓戒, 猶以定爲淸齋監, 晩石甘心脫罪, 不敢辨告, 公然承行, 臣等以爲罪係匪輕。" 不允。
- 【태백산사고본】 9책 27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책 65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