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에서 계하기를,

"성균관(成均館)에 기숙하고 있는 생원(生員)의 수를 잠시 조사하여 보니 40명도 채 안되기에, 각 해에 선발된 생원의 인명 수를 상고하니 겨우 1백 30여 명에 불과하였습니다. 국가에서 인재를 양육하는 법을 지극히 다하였는데도, 서재에 기숙하며 독서하는 자가 이와 같이 적으니, 문음 출신(文蔭出身)이나 무과 갑사(武科甲士)의 시험 채용이라면 모르겠사오나, 각 고을의 교도(敎導)를 모두 생원으로 임명하기 때문에 서로 다투어 교도를 구하고, 일단 취직하여 사은 숙배(謝恩肅拜)한 뒤에는, 사유를 칭탁하여 이를 사피(辭避)하고, 궁벽한 시골에서 눈가림하여 유호(儒戶)라 일컫고, 군역(軍役)도 면제되고, 농사도 짓지 아니하고, 또 학업도 익히지 않으며, 수개월이 못돼서 또 인연을 찾아 〈권문에〉 간청(干請)하면, 자급(資級)을 올려 제수하니, 오직 교훈의 공효만 없을 뿐아니라, 검교(檢校)와도 같은 것이 있어, 관작 증설의 과람(過濫)이 주로 이런 데서 연유하고 있습니다. 비옵건대, 개국 초기의 법에 의하여, 계수관(界首官)에는 어디를 막론하고 문과 출신자(文科出身者)와 삼관(三館)⁰⁴⁷⁾ 의 권지(權知)로 교수(敎授)와 훈도(訓導)의 관직을 임명하고, 그 나머지의 각 고을에는 나이 만 40세의 생원(生員)과 생도(生徒)로서 학술에 조예가 깊어 사범이 될 만한 자를 선택하여 학장(學長)으로 정하고, 3년 안에 공효를 이룸이 있으면 교도(敎導)에 임명하고, 또 3년에 공효를 이룸이 있으면, 자급을 올리게 하며, 그 공효를 이룸이 없는 자는 수시로 파면하여 내쫓도록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한다면, 거의 인재가 잇달아 나올 것이요, 벼슬도 과람하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병졸(兵卒)들의 번(番)을 나누는 제도는, 그 번에 들어가서는 시위(侍衛)하고, 번에서 나가서는 휴양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하온대〉, 현재 갑사(甲士) 60등(等)이 매양 번에서 갈아 나갈 때를 당하면, 그 직을 더 오래 하려고, 또 그 봉록[祿]을 계속 받으려고, 그대로 번들 것을 청탁하고 있으니, 만일에 사변(事變)이 있어 번을 합친다면, 군병의 액수가 부실하여, 부병(府兵)의 제도가 도리어 선군(船軍)의 상하령(上下領)보다 못할 것 같으오니, 실로 우려되는 바입니다. 전기(前記)한 군졸에 만일 궐원이 생기면, 각 해의 무과(武科) 입격자로서 전 직함(職銜)이 있는 자와 매등(每等) 채용 시험에 입격한 자로써 수시로 보충하고, 번에서 갈마나오는 군졸을, 그래로 변통하여 번들지 못하게 하여 군병의 액수를 충실하게 하도록 하소서."

하니, 명하여 의정부와 육조에 내려 의논하게 하였다. 모두 말하기를,

"교도를 임명하여 사고를 핑계하고 사피하는 자는, 죄를 논단한다는 따위의 일은 누차 교지를 받들어 거듭 천명한 바이요, 군졸의 번 나누는 것과 보충하는 따위의 일은 헌부의 아뢴 바에 의하여 시행토록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7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2책 653면
• 【분류】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관리(管理) / 군사-부방(赴防) / 군사-중앙군(中央軍)

• [註 047]
  삼관(三館) : 여기서는 예문관·성균관·교서관을 말함.